◀앵커▶
김치 프리미엄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최근 몇년 간 동일한 가상화폐가 해외보다 국내 거래소에서 더 비싸게 거래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인데요.
이런 김치 프리미엄을 노리고 국내 거래소를 통해 가상자산을 현금화해 수천억 원을 불법으로 해외로 빼돌린 2개 조직이 적발됐습니다.
이들을 도운 전직 우리은행 지점장도 적발됐습니다.
김은혜 기자입니다.
◀기자▶
국내 가상자산 가격과 해외 거래소의 가격 차이를 알려주는 한 사이트입니다.
국내 가상자산 가격이 해외 거래소보다 높은 것을 김치 프리미엄이라고 하는데 이를 노려 불법 외환 거래를 한 혐의로 2개 조직 8명이 검찰에 기소됐습니다.
이들은 해외에 있는 공범들이 전자지갑으로 가상화폐를 이전하면, 국내 거래소에서 금융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매각한 다음 여러 차례 세탁을 거쳐 유령법인 계좌로 보냈습니다.
유령법인은 수입하지도 않는 물품 대금을 지급하는 것처럼 허위 서류를 은행에 내고 해외로 돈을 보냈습니다.
이렇게 해외로 불법 송금된 돈은 2개 조직에서 9,300여억 원.
이들이 유령법인을 통해 해외로 돈을 빼돌린 시기는 해외와 국내 비트코인 가격이 20%가량 크게 차이 나는 등 김치 프리미엄이 기승을 부렸던 시기와 겹쳤습니다.
일본에 있는 공범과 공모한 이들은 판매 차익 중 47억 원, 중국과 공모한 이들은 80억 원을 범죄 수익으로 챙겨 호화 생활을 했다고 검찰은 밝혔습니다.
◀최지석 대구지검 2차장검사▶
"국내와 해외의 가상자산 가격 차이를 상시 모니터링하여 수익이 큰 시기에 집중적으로 대규모 투매하고, 수익금을 빼내는 행위를 반복한 것으로 이로 인해 우리나라 가상자산 시장을 심각하게 왜곡시키고 피해는 일반 투자자들에게 돌아간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의 송금을 '의심 거래' 경고 대상에서 빼고, 규제를 피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금품을 받은 혐의로 50대 전 우리은행 모 지점장도 구속기소 됐습니다.
검찰은 수천억 원이 해외로 불법 송금될 동안 아무런 제지가 없었다며 다른 시중은행에서도 외화 송금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고도 밝혔습니다.
지난 7월 말, 금융감독원은 국내 은행에 '이상 해외송금' 자체 조사를 지시했는데 의심 사례로 신고된 것만 8조 원이 넘었습니다.
검찰은 이번에 적발된 조직의 해외 공범 송환을 추진하는 한편, 대규모 가상화폐 투매에 쓰인 자금의 출처 등을 수사할 방침입니다.
MBC 뉴스 김은혜입니다. (영상취재 윤종희, CG 김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