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에 누워있던 사람을 보지 못해 차로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습니다.
대구지방법원 제3-1형사부 김경훈 부장판사는 운전하다 사망사고를 내고 도주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여성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여성은 2020년 6월 24일 밤 10시 52분쯤 경북 의성군 한 도로를 운전하다가 도로 위에 누워있는 20대 남성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습니다.
그는 "도로에 누워있던 피해자를 미리 발견한 뒤 회피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고, 설령 운전 중 과실이 있었다고 해도 사고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항소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건 장소는 왕복 4차로 도로에 중앙분리대까지 설치돼 있는 곳으로 사람의 횡단을 예상하기는 어려운 곳인데, 피해자가 1차로와 2차로에 걸쳐 누워 있어서 피고인으로서는 그 같은 이례적인 상황을 예견하기는 어려웠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사고 시각이 밤 10시 52분이며 사고 장소에 가로등이나 조명이 없었던 점, 당시 비가 내리고 있었고 피해자가 어두운 하의를 입고 있었던 점을 이유로 피고인이 충분한 거리에서 피해자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았음을 예상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여성이 시속 약 70km로 주행해 초과한 속도가 시속 약 6km에 불과하다는 점, 제한속도를 준수했다고 하더라도 사고를 회피할 가능성은 없었다는 도로교통공단의 사실조회 회신 등을 무죄의 근거로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