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구MBC NEWS대구MBC 생활 문화생활 문화 일반지역심층보도

[심층] 국보 제99호 갈항사지 삼층 석탑은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1,200년 전 석탑이 있던 곳, 지금은 감나무만 무성
경북 김천시 남면에는 통일신라시대인 692년에 세워졌다가 조선 중기 불타 없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갈항사' 터가 있습니다.

터 인근에는 개인이 운영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찰 '갈항사' 안내판이 붙어 있지만, 통일신라시대의 갈항사와는 관계가 없는 곳입니다.

다만, 보물로 지정된 불상 '갈항사지 석조여래좌상' 하나가 자리하고 있는데, 관리인이 지정돼 있지만 찾는 이가 거의 없습니다.

1,200년 전 갈항사에는 석탑 2개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현재 석탑은 없고, 있던 자리에 '석탑이 있었다'라는 것을 표시하는 '표지석' 2개만이 놓여 있습니다.

이마저도 무성한 감나무들 사이에 놓여 있어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석탑이 있던 자리는 이미 어떤 이의 소유가 돼 사유지가 되었습니다.


석탑 2개는 어디로 갔나?
동서 삼층 석탑은 1,9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갈항사 터에 있었지만, 일제 강점기 때 이사했습니다.

일본인에 의해 일본으로 반출된 위기에 놓이자 1916년 경복궁으로 옮겨진 겁니다.

그 후 2005년 다시 서울시 용산구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겨졌습니다.

두 석탑은 조형적으로 아름답기도 하지만 이두문으로 석탑의 조성 경위가 새겨져 있어 학술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았습니다.

그래서 지난 1962년 12월 20일 국보 제99호로 지정됐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국보가 다시 조명을 받는 이유는 다시 이사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최근 갈항사지 동서 석탑을 국립대구박물관으로 보내겠다고 밝혔습니다.


경북 김천시 "원래 자리로 돌려 달라"
경북 김천시는 석탑이 대구로 갈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언론을 통해 접한 뒤, 원래 자리에 와야 한다며 14만 명 서명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김천에는 국보가 하나도 없기 때문에 국보를 돌려받기 위한 운동이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현재 김천 직지사에 국보인 '도리사 세존사리탑 금동사리기'가 모셔져 있기는 하지만, 구미에 있던 것을 김천으로 잠시 옮겨온 것입니다.

만약 갈항사지 동서 석탑을 돌려받으면 김천의 유일한 국보가 됩니다.

김충섭 김천시장은 "'환지본처'라는 말이 있듯이 문화유산은 제자리에 있을 때 빛이 난다. 우리 지역의 유일한 국보를 제자리에 되찾아와서 시민들의 그런 문화적인 긍지를 높이고 또 우리 김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자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지역구 국회의원, 기관장 찾아다니며 "김천 이전" 호소
김천시가 지역구인 송언석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10월 7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만나 갈항사지 동서 삼층 석탑이 김천으로 옮겨질 수 있도록 협력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2024년 9월에는 국립중앙박물관장과 국가유산청장을 만나 설득에 나섰고, 이어 대한불교조계종 8교구 본사 직지사 주지 장명스님과 함께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을 만나 불교의 귀중한 문화재인 두 석탑이 김천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송 의원은 "석탑이 김천으로 돌아오는 그날까지 사회 각계각층의 모든 힘을 모아나가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석탑 맞이할 준비하는 김천시
김천시는 석탑을 제자리에 두기 위한 준비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먼저 갈항사 터를 말끔하게 정비해야 하는 일이 우선입니다.

갈항사지를 '사적'으로 지정받기 위해서 지금은 차 1대 정도만이 드나들 수 있는 진입로를 넓히고 주변을 정비하기로 했습니다.

또 감나무밭을 소유한 사람으로부터 갈항사 터를 매입한 뒤 발굴 조사를 할 예정입니다.

김천시는 갈항사 터를 파 내려가면 절을 떠받들고 있던 기단 등 절의 흔적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후 발굴 조사를 토대로 한 관련 학술대회도 열기로 했습니다. 

권윤수

추천 뉴스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