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수억 원을 투자해 상가를 분양받았는데, 그 상가 한가운데에 기둥이 떡 하니 자리 잡고 있다면 어떨까요?
대구 도심의 주상복합아파트 상가를 분양받은 당사자들이 미리 알려주지 않은 여러 하자가 있고 또 시행사가 계약 내용을 지키지 않았다면서, 분양 대금을 돌려달라고 소송에 나서 법정 공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도건협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박은숙 씨는 이 주상복합아파트의 상가를 5억 원가량에 분양받았습니다.
마무리 공사가 진행되던 즈음 방문했다가 한가운데 커다란 사각기둥을 발견했습니다.
◀박은숙 상가 수분양자▶
"정말 깜짝 놀랐어요.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가슴이 막막하더라고요."
직접 가게를 운영하기도, 세를 놓기도 어렵게 됐다고 합니다.
◀박은숙 상가 수분양자▶
"김밥 체인점인가 거기에 제가 한번 문의를 해본 적이 있었어요. 그래 이 기둥이 있는데 왜 분양받으셨어요? 이렇게 이야기하는 거예요. 저한테 왜 분양받았냐고, 처음 분양받을 때는 몰랐죠."
이미 중도금까지 들어가 해약할 수도 없었습니다.
이런 곳이 여기만이 아닙니다.
성인이 양팔을 벌려야 닿을 정도 너비의 사각기둥이 있는 곳도 있었습니다.
기둥이 문제가 된 상가는 확인된 곳만 30여 곳에 이릅니다.
대다수 상가에는 식당 등 업종에 필수적인 공조 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았습니다.
◀이상호 상가 수분양자▶
"요식업 할 때 허가가 안 납니다, 덕트 공조 시설이 없으면. 지금 주인이 직접 직영을 하여도 할 수 없고 임대를 하여도 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상가 분양 홍보물 곳곳에는 전문 임대업체에 맡겨 우량 임차인을 유치하는 이른바 '임대 케어'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강조해 놓았습니다.
5억 원가량을 투자하면 수익률 5%대를 확보할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핵심 점포, '앵커 테넌트' 유치를 추진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맨 아래쪽에 깨알 같은 글씨로 "상기 내용은 협의 과정에 의해 변경 및 취소될 수 있다"라고 써 놓았습니다.
상가를 분양받은 사람들은 그런 협의 과정은 없었고 시행사가 약속을 지키지 않은 거라고 주장합니다.
◀황유진 상가 수분양자▶
"공실 없이 수익률 5%를 맞춰준다는 확실한 약속이 아니었으면 과연 4년 전에 분양 완판이 되었을까 정말 의문스럽습니다."
결국 상가를 분양받은 50여 명이 계약을 해제하고 돈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내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잔금을 치르지 않았다며 시행사가 채권 추심 절차에 들어가면서 고통이 커지고 있습니다.
◀배상호 상가 수분양자▶
"월급이라든지 모든 부분에 가압류가 지금 들어올 예정이고 그냥 죽고 싶은 마음입니다."
시행사 측은 법률 대리인을 통해 분양 계약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진행되는 소송에서 밝혀질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상가에 기둥이 있는 건 계약 과정에서 설명했고, 임대 케어 서비스 제공과 앵커 테넌트 유치는 변경 및 취소 가능성도 함께 안내했다는 겁니다.
홍보 내용과 다르게 분양해 고지 의무를 위반했다며 분양 대금을 돌려주라는 판결이 서울과 인천 등지에서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이번 분쟁에서 법원이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 주목됩니다.
MBC 뉴스 도건협입니다. (영상취재 한보욱, 그래픽 한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