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결혼 이주하거나 일자리를 찾아온 이주민이 늘면서 어디서든 다문화 가정을 쉽게 만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동안은 우리 문화를 가르치고 알려주는 데 집중해왔지만 이제는 반대로 외국 문화를 배우는 기회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이주민이 많은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함께 어울리며 이해하는 기회가 많은데요.
손은민 기자의 보도 보시겠습니다.
◀기자▶
마을회관에 모여 앉은 어르신들.
고개를 들고 강사가 전하는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합니다.
◀유계금 다이음 강사(중국 출신)▶
"소수민족이 55개 있고요, 그중에서 한족이 제일 많고요."
중국이 어떤 나라인지, 어떤 문화를 가지고 있는지 하나씩 배워갑니다.
한글로 적힌 발음을 따라 한 글자씩 중국어 인삿말을 소리 내보기도 합니다.
◀현장음▶
"잘 가, 안녕히 가세요. 짜이찌엔."
"짜이찌엔."
어색한 발음에 웃음이 터져 나오고,
◀이영자(83)▶
"안녕하세요 니.하.오. 하하하하 잘 안되네." 언젠가 알아들을 수 없었던 동네 총각의 말이 중국어였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이렇게 중국에 대해 알려주는 여성, 한국인 남성과 결혼하며 경북 고령에 정착한 지 28년 된 중국 출신 이주민입니다.
그동안은 한국 문화와 말을 열심히 익히기만 했는데, 이젠 거꾸로 모국의 언어와 문화를 한국 사람들에게 가르쳐 줍니다.
◀유계금 다이음 강사(중국 출신)▶
"이런 수업을 통해서 지역민들도 다문화에 대해서 더 많이 이해해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진행하는 '찾아가는 결혼 이민자 다이음 사업'입니다.
2022년 기준 대구와 경북에 있는 다문화가정은 3만 세대가 넘습니다.
미등록 이주민까지 포함하면 우리 지역에서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외국인은 훨씬 더 많습니다.
일흔, 여든의 나이에 새로운 언어와 문화를 배우는 이유입니다.
◀윤춘자(82)▶
"안녕하세요, 하려면 '니하오~' 집에 가서 열심히 외우고 아직 혀는 안 돌아간다만. 그래도 열심히 하면 안 되겠어요?"
결혼으로, 혹은 일자리를 찾아 한국으로 온 이들, 서로의 문화를 알리고 이어주며 이웃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MBC 뉴스 손은민입니다. (영상취재 김종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