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2022년 벼농사는 풍년이지만, 유례없는 쌀값 폭락 속에 농촌의 시름은 깊어져 가고 있는데요, 농민들은 추수를 한 달 앞둔 논까지 갈아엎으면서, 정부에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윤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햅쌀 수확을 한 달 앞둔 상주의 논.
한껏 영근 채 고개를 숙인 벼들 사이사이를 트랙터 한 대가 비집고 다닙니다.
기계가 지나간 자리마다 벼들이 뭉개지고, 얼마 안 가 600평에 달하는 논은 쑥대밭으로 변했습니다.
쌀값이 45년 만에 최대치로 폭락하자, 아예 수확을 포기하고 항의에 나선 겁니다.
◀이재경 상주 내서면 벼 농가▶
"수확을 앞두고 참 이렇게 한다는 게 참··· 이것저것 빼고 나면, 저한테 이제 떨어지는 돈이 한 백만 원 정도로 보시면 되거든요, 올해는 그 또한 다 없어질 것 같아요."
9월 15일 기준으로, 20kg 산지 쌀값은 4만 725원, 2021년 5만 3,535원에 비해 24%나 하락했습니다.
2022년 정부는 뒤늦게 시장격리와 공공 비축미 매입을 통해 75만 톤의 벼를 시장에서 거둬들였지만, 아직도 산지의 농협 창고에는 작년 재고량이 31만여 톤이나 됩니다.
평년의 2.4배에 달하는 규몹니다.
시장격리 타이밍을 놓치면서 쌀값 폭락을 막지 못했단 비판이 나옵니다.
◀금시면 전국농민회총연맹 경북도연맹▶
"정부가 쌀 생산 초과량에 대한 시장격리를 계속 미뤘기 때문인데요, 지금부터 출하될 신곡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것 같습니다."
농민들은 정부가 2021년 재고 쌀 전체 물량과 햅쌀 일부를 추가 매입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또, 현행 양곡관리법이 쌀값이 급격하게 떨어지거나 떨어질 것이 예상되는 경우 시장격리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실상은 정부 재량권이 지나치게 넓다고 지적했습니다.
9월 25일 정부의 쌀값 안정화 대책 발표가 예정된 가운데, 시름에 잠긴 농민들의 요구가 얼마만큼 수용될지 관심이 쏠립니다.
MBC 뉴스 윤소영입니다. (영상취재 최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