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2022년 2,200억 원의 막대한 피해를 남긴 울진·삼척 산불, 산불의 원인은 물론 누가 불을 냈는지 밝혀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울진 산불 이후에도 경북에서만 147건의 산불이 잇따르고 있지만 60%는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습니다.
지자체 산림공무원이 산불 진화에서부터 수사까지 도맡아야 하는 특별사법경찰관 제도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김형일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2022년 3월 4일 울진군 북면 두천리 길가 수풀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하고 순식간에 거센 불길로 변했습니다.
이 화재로 9일 동안 20,000여 헥타르의 산림이 불탔고, 200여 세대의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지나가던 차에서 던진 담뱃불이 원인으로 추정됐지만, 사건은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습니다.
◀울진 산불 피해 주민▶
"산불 피해는 어마어마하게 피해를 입었지만 이거에 대한 크게 대책이라던가 이런 게 계속 1년이 넘게 지금 들여다보고 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결과가 그렇다면 잡기는 힘들 것 같고"
울진군은 지난 1년간 벌인 수사가 성과 없이 끝나면서, 조만간 기소 중지를 신청하고 추후 사건의 단서가 새롭게 나올 경우 수사를 재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호림 울진군 산림보호팀장▶
"증거가 뚜렷한 게 나온 게 없어서 기소 중지를 신청할 예정입니다. (추후에) 수사를 해야 할 상황이 발생하면 공소 시효가 도과돼 가지고 처벌을 못 한다 이러면 그것참 곤란하잖아요. 그걸 막기 위해서 이제 공소 시효를 중지를 시키는 거죠."
이런 가운데 지난 1년간 경북에서만 147건의 산불이 났는데, 실화자나 방화범이 밝혀지지 않은 미제 사건이 60%에 이릅니다.
2월 울진군 기성면 한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도 현장에서 방화 증거물까지 확인했지만, 한 달 넘게 범인을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소수의 지자체 공무원이 행정실무에다 산불 진화와 산불 수사까지 과중한 업무를 도맡고 있는 현행 시스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호림 울진군 산림보호팀장▶
"산림 공무원은 이렇게 일반적인 공무원 업무부터 산불이 나면 소방처럼 나가서 산불을 직접 진화를 해야 하고 또 그런 부분에 대한 사건 처리까지 같이 진행을 해야 하니까 한 일에 대해서 세 가지 역할을 해야 하거든요."
산불 방화범에 대한 사법당국의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2017년 이후 검거된 전국의 산불 방화범 1,100여 건 가운데, 징역형 처벌은 2%에 불과하고 대부분 기소유예나 벌금형에 처했습니다.
MBC 뉴스 김형일입니다. (영상 취재 최현우, CG 김상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