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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보니] ②꿀벌의 위기는 인간의 위기?

올봄 꿀벌이 사라지는 현상이 경남 등 남부 지역뿐 아니라 전국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약 70억 마리 이상의 꿀벌이 사라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국양봉협회에 따르면 3월 초 전국 양봉협회 소속 농가를 대상으로 꿀벌 실종 피해를 조사한 결과 4,159 농가의 38만 9,045개 벌통에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북의 경우 사육 중인 전체 벌통(15만 6,419개)의 절반가량인 7만 4,582개의(47.7%) 벌통에서 벌이 사라졌습니다.

도대체 벌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요?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한국 양봉학회 회장인 안동대 식물의학과 정철의 교수를 만나봤습니다.

정철의 안동대 식물의학과 교수(한국 양봉학회 회장)

Q 꿀벌 집단 폐사 원인은?
이번 겨울에 일어난 꿀벌의 폐사 문제들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있어요.

어떤 특정한 요인이, 한 가지가 가장 강력하게 영향을 주었다고 보기는 어렵고요. 여러 요인이 거의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나타나는 현상인 것 같습니다.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지난겨울에 기상 환경이 상당히 불규칙했다는 점, 그리고 예년에 비해서 지나치게 추웠다는 것이 큰 요인이 될 수가 있겠고요.

특히 작년 겨울 같은 경우는 소위 '몹시 추운 겨울'이었는데요. 그 겨울이 오기 전에 11월과 12월 초는 상대적으로 너무 따뜻했어요.

그래서 그것이 꿀벌들이 겨울 준비를 하는데, 양봉 농가들이 겨울 준비를 하는 타이밍도 놓쳤다고 볼 수가 있고, 꿀벌들이 겨울 준비를 하는 생리적인 변화 과정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변화 과정의 영향이 추위의 강도에 의해서 무너지게 된 것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을 하는 거죠.

두 번째는 지난겨울에 월동을 하는 꿀벌들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그러면 왜 하필이면 지난겨울에 꿀벌이, 월동하는 꿀벌의 상태가 좋지 않았는가를 보아야 되는데요.

거기에는 크게 두 가지를 볼 수 있어요.

첫 번째는 작년 여름철과 가을철에 꿀벌에 기생하는 꿀벌 병해충 관리에 문제가 있었다고 볼 수가 있겠고요. 두 번째는 꿀벌에는 여름 벌, 활동하는 여름 벌과 월동을 하는 겨울 벌이 있어요. 그런데 그런 겨울 벌들이 충분히 잘 만들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2년간 야생에서 생산된 벌꿀 생산량은 예년의 10%, 20% 수준으로 엄청나게 적습니다.

그래서 꿀벌들이 자연의 복합적인 영양분인 벌꿀을 제대로 먹지 못한 건 사실일 겁니다.

실제로 벌꿀의 대부분은 포도당과 과당, 당분이고 에너지원이 되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추가적으로 각종 미네랄과 항생 물질들이 많이 포함이 돼 있어요.

그래서 이런 항생물질과 미네랄들이 복합적인 생리 기능성을 높여줍니다.

그런데 이 꽃가루와 벌꿀이 충분히 제대로 공급이 되지 않으면 질병 저항성이 약해질 수가 있어요. 그래서 질병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지니까 꿀벌의 전반적인 건강성이 낮아지게 되겠죠.

그래서 이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Q 꿀벌이 사라지면 인간에 미치는 영향은?
실제 꿀벌이 사라지거나 폐사되는 데는 직접적으로는 우리 양봉 농가들의 생산이나 양봉 농가의 소득에 직접 연관이 됩니다. 그래서 그분들에게 큰 피해가 가고요.

그런데 그것보다 오히려 더 중요한 공적인 가치가 있습니다.

꿀벌은 전형적인 화분매개를 통해서 식물의 번식을 도와주는 생태계 서비스의 제공자거든요? 그런데 이러한 생태계 서비스가 충분히 일어나지 않았을 때 우리는 즉각적으로 농산물의 생산량의 저하를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농작물 생산이 약 24조 원에서 28조 원 정도가 되는데요.

그중에서 6조 원 이상이 꿀벌 등이 하는 화분매개에 의한 생산이라고 평가가 돼 있습니다.

즉 꿀벌들이 사라지게 되면 이러한 사과, 배, 딸기, 복숭아 등을 포함한 이런 과실, 과채류, 과수의 생산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이것이 결국은 우리 영양 관리에도 문제를 주게 되겠죠?

이러한 측면도 있고요. 또한 자연계에서, 우리 산에는 들에는 많은 꽃 피는 식물들이 있는데요.

이런 꽃 피는 식물들이 단순한 식물의 번식을 위한 화분매개가 아니고, 이런 꽃 피는 식물들이 화분매개를 통해서 종자들을 만들어내고 과실을 만들어냈을 때 이것이 다른 생물의 먹이가 되는, 이런 먹이사슬 차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이 꿀벌들이 사라지는 것 하나가 벌꿀 생산이, 또는 벌꿀이 없어진다, 이렇게만 볼 수 있는 게 아니고, 이 화분매개를 통해서 식물이 생산해 내는 생태계 기능에 큰 영향을 줄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Q 꿀벌의 위기는 우리나라만의 문제?
꿀벌 위기가 처음으로 좀 이슈화된 게 2006년 미국에서 CCD라는 이름으로 꿀벌 봉군이 붕괴된다, 벌들이 다 나가서 사라진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꿀벌의 위기가 이제 처음 대두되었는데요. 그래서 이러한 현상들과 이러한 보고들은 미국에서부터 유럽으로 이제 확산이 돼요.

하지만 아시아권에서는 이러한 위기 문제가 깊게 논의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기상 이변과 기후변화와 관련해서 조금 더 영향의 크기가 커진다, 그렇게 하면서 아시아권에서도 꿀벌의 위기가 본격적으로 논의가 되는 시점입니다.

그만큼 꿀벌 위기는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Q 꿀벌의 위기 대책은?
지금 나타나고 있는 이런 일련의 현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 그리고 우리가, 사람들이 관리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게 그러면 두 가지가 될 것 같아요.

첫 번째는 꿀벌의 건강성을 증진시켜줄 수 있는 어떤 관리의 문제. 이것은 대부분 양봉 농가들이 꿀벌을 어떻게 관리하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됩니다.

그래서 꿀벌의 병해충 관리 중에서 특히 우리나라에는 꿀벌 응애와 중국 가시응애라는 두 종류의 외부 기생성인 꿀벌 해충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해충에 대한 관리가 매우 중요한데요.

이런 기생성인 해충들의 문제는 단순히 꿀벌을 괴롭히는 것뿐만 아니고 이 기생성인 해충들이 꿀벌의 다른 질병들, 바이러스병이나 세균병들을 매개를 하거든요?

그래서 다른 질병을 또 가지고 와요. 그래서 이 건강성이 더욱 악화되는데 그렇다면 이런 꿀벌을 가해하는 기생성인 응애류 관리, 이게 첫 번째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두 번째는 꿀벌의 영양 공급과 영양 관리인데요.

이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어요.

실제로 관리를 할 수 있는 양봉농가들이 꿀벌들에게 적절한 영양을 제공해 주는 것. 이것도 되게 중요한 이슈인데, 그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꿀벌들이 밖에 나가서 먹이 활동을 할 수 있는 배경을 잘 만들어 주어야 된다. 즉 야생의 많은 종류의 꽃과 꽃 피는 식물들에서 꿀과 꽃가루가 제공이 된다면 꿀벌은 조금 더 안전하고 풍족한 환경에서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래서 이 꽃 피는 식물들을 많이 심어주고 관리해 주고 보호해 주는 것이 우리 꿀벌을 살리는 지름길이 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Q 해외에서는 어떻게 대처하나?
2007년에 프랑스에서는 파리를 중심으로 해서 도시 양봉을 나름의 생태계의 파수꾼의 역할로서 도시 양봉을 권장을 했어요.

그래서 도시에서 꿀벌을 키우고 양봉을 하는 것 자체를 도시민들이 벌꿀을 수확하는 행위가 아니고 이 도시의 생물 다양성을 증가시켜주고 환경을 지켜주는, 이러한 차원에서 도심 양봉을 권장하게 되었고요. 이러한 일들은 뉴욕에서도 많이 나타났고 최근에 가장 중요한 사례를 하나 본다면, 아일랜드에는요, 지역의 식물을 보호하고 멸종해 가는 식물을 보호하고 환경을 지키기 위한 화분매개 이니셔티브라는 것을 만들었어요.

즉 꿀벌을 보호하는 대국민운동본부 같은 거죠.

그래서 이런 걸 통해서 무엇을 하냐면 각급 초등학교 학습, 유치원, 초등학교, 고등교육 이런 수준에서 어떻게 하면 우리가 자연을 보호할 수 있는지, 꿀벌을 보호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실제로 실천적인 과제들을 만들어내고 이걸 수행하게 하는 거예요.

그렇다면 이제 이 학교 교육기관에서는 뭘 하냐, 대부분의 경우 꽃을 심는 행위들을 조장을 하게 돼요.

그리고 거기에 오는 벌과 나비들을 관찰을 하게 하면서 이 학생들에게 이런 화분매개의 중요성, 벌의 중요성, 그다음에 이것이 만들어내는 이 자연계, 생태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런 교육 체계들을 강화하고 있고요. 또 한 측면에서는 뭘 하냐면 이 화분매개 곤충, 꿀벌 모니터링 시스템을 전 국가적 차원에서 하게 됩니다.

그렇게 하면 국가 차원에서 자료들이 모이게 되는데 그러면 몇 회 동안에, 최근의 연구 결과는 영국과 네덜란드 쪽에서 몇 회 동안 지역별로 쭉 조사해 온, 물론 시민 과학자들과 과학자들이 함께 참여해서 조사해 온 결과들을 바탕으로 우리 지역에는 이런 곤충이, 꿀벌이 사라지고 있구나, 또는 어떤 새로운 꿀벌이 나타나고 있구나, 이런 자료들을 알게 돼요.

그래서 이것을 가지고 기후 변화와 기상 환경 변화와 연결시켜서 보호 대책을 마련하는 이런 수준 높은 작업들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Q 시민들이 할 수 있는 꿀벌 보호 대책은?
제가 올해(2022년)부터 한국양봉학회 학회장을 맡게 되는데요.

저희가 하고 싶은 일들 중에서 꿀벌들을 보호하는 프로그램들을 조금 더 많이 만들어내면서 대중화하려는 생각들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이 지역적으로, 마을마다, 단위, 작은 공간들에 소위 말하는 화분매개 서식처라고 하는 것이 있습니다. 화분매개 공원을 만드는 거예요. 우리는 지금까지는 대부분 식물원, 공원에 가면 예쁜 꽃을 보면서 관상용 또는 눈을 호강시켜주는 이런 즐거움을 얻고자 했었는데요.

이제는 그것들이 이런 기능적인 부분을 담보해야 된다, 그래서 기능적 생물 다양성이라고 얘기하는데요.

아주 자그마한 자투리 땅에도 꽃을 심는데, 이 꽃들이 결국은 화분 매개자들에게 먹이를 제공하고 공간을 제공하고 휴식처를 제공해 줌으로써 여기서 부양되는 화분 매개자들이 더 큰 생태계에서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이런 장을 만들어주자, 이런 것들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집집마다 작은 꽃들을 키우는 것이 실은 어떻게 보면 우리의 어떤 아주 작은 노력이 될 수 있지만 이것들이 모이게 되면 생태계에 큰 반향을 일으킬 수가 있을 것입니다. 

윤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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