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던 세제와 부동산 등 핵심 정책들이 연이어 유턴을 감행하고 있습니다.
엄격한 실거주 프레임과 징벌적 과세안은 민심의 거센 반발과 정치적표심 이탈이라는 현실적 벽 앞에서 속속 수거되는 모양새입니다.
겉으로는 '현장의 목소리를 겸허히 수용하는 민주적 국정 운영'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잘못된 정책 프레임을 뒤늦게나마 고쳐잡고, 국가 권력이 국민의 반발을 무시하고 오만을 고집하는 것보다는, 궤도를 수정하는 모습이 훨씬 합리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번 후퇴는 유연한 수용이라기보다, 치밀한 시뮬레이션 없이 내지른 정책의 설계 미숙을 자인한 것에 가깝습니다.
가장 큰 피해는 예측 가능성을 상실한 시장과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의 말을 믿고 실거주 요건을 채우려 조급하게 자산을 처분하거나 세금 셈법을 조율했던 시장 참여자들은 단숨에 '바보'가 됐습니다.
정책이 수시로 뒤집힐 수 있다는 학습 효과가 쌓이면, 향후 어떤 대책을 내놓아도 시장은 정부를 비웃을 뿐입니다.
민심을 핑계 삼아 원칙을 유턴시키는 국정은 쉬운 길입니다.
하지만 그 끝에 남는 것은 '민심을 잘 듣는 정부'라는 훈장이 아니라,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는 불안정한 국가'라는 시장의 냉혹한 평가뿐임을 명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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