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민선 9기 출범 이후 새로운 도시 브랜드 슬로건 선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분야별 다양한 전문가로 구성된 '도시 브랜드위원회'를 꾸리고 후보안 공모와 시민 선호도 조사 등을 통해 충분한 검토 과정을 거칠 예정입니다. '토크ON'에서는 대구에 맞는 도시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어떤 결정과 고려가 필요한지 살펴보는 시간 마련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대구에 맞는 도시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에서 어떤 결정과 고려가 필요한지 살펴보겠습니다. 대구시가 도시 브랜드위원회를 구성해 후보안 공모와 선호도 조사를 진행하며 시민 의견을 반영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공론화 과정에서 꼭 논의해야 하는 내용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두 분도 위원회에 일정 부분 관여를 하고 계시니까 핵심적으로 필요한 내용이 어떤 것들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말씀해 주실까요?

[정재완 영남대 시각디자인과 교수]
'파워풀 대구'라는 시정 슬로건이 등장하면서 이전의 도시 브랜드 슬로건인 '컬러풀 대구'가 사라졌던 사례를 되돌아봐야 합니다.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시민들의 경험과 문화, 정체성이 축적된 상징물을 자의적으로 폐기하지 못하도록 하는 관련 조례나 제도적 보호 장치 마련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창원 인디053 대표]
민선 6기 시절에 당시 권영진 시장 때 대구시에 '도시브랜드 담당관실'이라는 별도 조직을 만들고, '컬러풀 대구'로 한번 변화하려는 그런 시도가 있었습니다. 약 2년 정도 시간이 걸렸는데, 중간에 심볼에 동그라미 2개 바꾸는 것으로 끝났거든요. 그만큼 도시의 상징물을 만든다는 것은 지난한 작업입니다.

그렇지만 시민들과 전문가, 행정이 함께하는 도시 브랜드와 관련되어 있는 거버넌스를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가 가장 중요하고요. 거버넌스를 통해서 이제까지 실수를 했거나 부족한 부분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시민들의 의견을 모아가는 전체적인 과정을 설계하는 데 도시 브랜드위원회가 좀 해야 할 일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시정 슬로건의 주요 사용자가 시장이라면, 도시 브랜드의 사용자는 시민과 대중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할 텐데요. 대구의 정체성은 무엇이며 새 슬로건에 어떻게 담겨야 한다고 보십니까?

[이창원 인디053 대표]
대구가 지닌 역사적 전통과 미래 지향적 가치가 담겨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의 설계'입니다. 추경호 시장이 취임사에서 '진단은 정확하게, 공개는 솔직하게, 판단은 균형 있게' 시정을 이끌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도시 브랜드를 정립하는 과정에서도 원칙이 철저히 지켜져야 합니다. 시민 참여를 넓히고 전문가의 정교한 검토를 거쳐 모두가 인정하고 공감할 수 있는 브랜드 슬로건을 완성해 갔으면 좋겠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대구시는 '컬러풀 대구'와 '파워풀 대구'를 모두 후보군에 포함해 검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디자인적 시각과 브랜드 자산 측면에서 두 슬로건의 장단점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정재완 영남대 시각디자인과 교수]
'컬러풀 대구'의 최대 장점은 인지도입니다. 약 20년간 사용되며 대내외적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다만 다시 사용할 경우 새로운 변화 의지나 미래 방향성을 드러내기에는 다소 약해 보일 수 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 '파워풀 대구'는 도시 브랜드 측면에서 장점을 찾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파워풀 대구라고 하는 슬로건을 보는 순간 특정 인물이 떠오르기 때문이죠. 그것은 브랜드 차원에서는 정말 피해야 할 것입니다. 대구라고 하는 도시가 기억에 남아야 하는데, 끊임없이 브랜드를 훼손했던 정치인으로만 기억에 남는 구호이기 때문에, 슬로건이기 때문에 디자인적으로도 상당히 좀 실패한 전략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이 대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이창원 인디053 대표]
'파워풀 대구'에 대한 평가는 교수님과 같습니다. 대구의 어떤 상징적인 구호로 내세우기에는 너무나 많은 아픔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고요. '컬러풀 대구'가 다시 소환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저는 대구시가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결국 '브랜드'는 익숙함과 시민들의 사용과 활용에 대한 부분들도 분명히 필요하거든요.
단순히 슬로건을 만들어 놓고 그냥 어떤 홍보물이나 옥외 광고물에 쓰는 것이 아니라, 결국에는 시민들이 사랑하고 아끼고 계속해서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야 되는데, 그러려면 익숙함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이런 부분들도 대구시가 눈여겨보고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고요. 전반적으로 지금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고 있기 때문에, 숙의하고 논의하는 과정들을 잘 갖춰가는 게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도시 브랜드'는 지금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걸 수도 있지만, 브랜드를 설정하고 난 뒤에 시민들의 삶에서 또 바뀌고 채워갈 수도 있는 문제 아니겠습니까? 그런 점에서 저는 '컬러풀 대구'를 좋아합니다. 대구가 지금은 보수의 성지로 인식되어 있지만 옛날에는 다양한 다른 역사가 있지 않습니까? 대구의 다양성을 담아낸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을 텐데요. 대구시가 10월로 잡았던 새 도시 브랜드 슬로건 확정 시점을 연말로 늦췄습니다. 시간이 너무 촉박하게 결정하면 어설픈 결과가 나오게 될까 봐 뒤로 미룬 걸까요?

[이창원 인디053 대표]
도시브랜드위원회에서도 논의가 있는데요. 슬로건을 텍스트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에는 심볼이나 이미지화 작업도 있어야 하거든요. 물리적인 시간이 많이 촉박하다는 것이 위원회의 이야기였고, 무엇보다도 시민의 공론화 과정에도 분명히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합니다.

더군다나 대구는 대구·경북 통합과 같은 큰 현안이 있기 때문에, 만약에 대구의 어떤 브랜드 슬로건을 만들었는데 행정 통합이 될 경우 새로운 걸 만들어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에너지를 또 써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대구시가 가지고 있는 조건과 일정에 맞춰서 앞으로 브랜드 슬로건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정 교수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정재완 영남대 시각디자인과 교수]
저도 비슷한 의견입니다. 단기간에 성과를 내려는 조급함은 독단과 오류를 낳기 쉽습니다. 특히나 도시의 정체성을 수립하는 것은 슬로건을 시각화하는 로고, 심볼 마크 타입으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표현을 해보자면 도시 브랜딩은 '사회적 경험 디자인'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니까 시민들이 사용하고 만들어 가는 과정이 브랜딩 과정인데, 자칫 슬로건을 선포하는 것이 도시 브랜드의 정점인 것처럼 보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제가 개인적으로 정말 감탄했던 슬로건 중 하나가 대한민국 공군 슬로건입니다. '대한민국을 지키는 가장 높은 힘'인데요. 슬로건에서 하고 싶은 말을 하면서 자부심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죠.
[이창원 인디053 대표]
MBC도 좋습니다. '만나면 좋은 친구.'

[정재완 영남대 시각디자인과 교수]
공군 슬로건 얘기를 해 주셨는데, 가지고 있는 유산을 그대로 드러낸 슬로건이거든요. 구호처럼 계몽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가진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드러냈기 때문에 좋은 느낌을 받으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새로운 도시 브랜드 확정이 되면 이후에 대구시 차원에서 유의해야 할 점도 있고, 공공 디자인 정책 방향도 설정이 돼야 할 것 같은데요. 놓치면 안 될 중요한 지점이 어디라고 보십니까?

[정재완 영남대 시각디자인과 교수]
브랜드는 슬로건이나 로고 디자인을 선포하는 것이 끝이 아닙니다. 선포 이후에 비로소 브랜딩 과정이 시작되는 것인데요. 그래서 전략이 동반되어야 하고요. 공공 디자인 영역에서 보면 다양한 시설물 또는 다양한 시민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텐데, 중요하게 접근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공공 디자인이라고 하면 대개는 시설물이라든지 인프라를 떠올리실 수가 있는데요. 사실은 눈에 보이지 않는 행정 시스템의 변화라든지,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일상에 스며 들 수 있는 아주 섬세한 디자인 전략도 포함한 것이 새로운 도시 브랜드가 챙겨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창원 인디053 대표]
공공 디자인에 대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그랜드 디자인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새로운 시정이 들어오고 나서 시민들의 의견을 물어보고 시민들과 함께 다시 접촉면을 늘려가는 부분에서 굉장히 좀 인상적이라고 평가합니다. 첫 단추를 이제 끼웠기 때문에, 접촉면들을 늘리고 의견들을 충분히 담아낼 수 있는 시정의 방향, 장기적인 계획을 잡아줄 수 있는 실질적인 행정 집행 능력을 보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새로운 대구시정이 도시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과정에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변화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도시 브랜드를 우리만 소비하고 말 거면 굳이 만들 필요도 없지 않겠습니까. 외부에 널리 알리고 시민 공감도 얻으려면 어떤 시도가 필요할지 두 분 말씀 듣고 마무리하겠습니다.

[이창원 인디053 대표]
추경호 대구시정 체제에서 대구시의 정체성을 새롭게 잡아가고, 이것을 담는 브랜드 슬로건을 만들겠다고 하고,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방향을 잡은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다만 성급하게 정치적인 일정에 따라서는 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충분히 시민들의 의견을 받고 숙의하는 과정들이 있어야 만들어지고 나서도 후폭풍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처음에 도시 브랜드를 만들 때와는 상황이 많이 바뀌었거든요. 결국에는 도시 브랜드 슬로건을 시민들이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굉장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활용 방안까지도 고려해서 만들어지는 브랜드 슬로건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정재완 영남대 시각디자인과 교수]
도시 브랜드에 대한 논의 동력이 식지 않고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대구가 지닌 가장 강력한 브랜드 자산은 '대구'라는 도시 이름 그 자체입니다. 절대 변할 수가 없는 명칭이죠. 저희가 자칫 슬로건이라고 하는 것을 둬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서 뭔가 수식어를 자꾸 생각해야 하는데, 생각을 바꿔보면 대구라고 하는 가장 우리에게 자부심을 가질 수 있고 자긍심을 가질 수 있고, 외부에 이미 알려진 좋은 이름이 있습니다. 그래서 수식어에 얽매이기보다 대구라는 고유명사가 지닌 자긍심과 가치를 바탕으로 올바른 방향성을 찾아가길 바랍니다.

[이창원 인디053 대표]
저는 이번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을 합니다. 대구시가 상당 부분 침체가 되어 있었는데요. 오히려 도시 브랜드를 만들어 가는 데 있어서 많은 시민이 나도 의견을 내보고 싶고, 대구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봤던 것을 이번 기회에 이야기는 판을 만들어 가는 것이죠. 정말 축제 같은 과정을 거쳐서 새로운 도시 브랜드 슬로건이 하나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오늘 '토크ON'은 대구의 새로운 도시 브랜드 재정비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정재완 영남대 시각디자인과 교수, 이창원 인디053 대표 두 분 함께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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