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4년 만에 새로운 도시 브랜드 슬로건 제정을 추진합니다. 민선 9기 출범과 함께 도시 정체성을 새롭게 담겠다는 취지인데요. 대구시는 홍보, 학계, 디자인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한 ‘도시브랜드위원회’를 만들었고 시민 의견도 수렴할 예정입니다. '토크ON'은 대구 브랜드 슬로건 선정에 있어 어떤 결정이 필요한지 논의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정재완 영남대 시각디자인과 교수, 이창원 인디053 대표 나오셨습니다. 대구시가 새로운 도시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민선 9기 출범과 함께 시정 슬로건도 확정하고 도시 브랜드 슬로건을 새로 바꾸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시정 슬로건도 있고 도시 브랜드 슬로건도 있는데요. 교수님,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정재완 영남대 시각디자인과 교수]
'시정 슬로건'은 단체장이 자신의 임기 동안 추진할 정책을 명확하게 밝히는 비전 선포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대내외 환경에 따라서 유연하게 바뀔 수도 있고, 또 바뀌어 마땅한 것이죠.

반대로 '도시 브랜드' 슬로건은 가장 중요한 것이 지속성입니다. 한 도시의 정체성을 만드는 도시 브랜딩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기도 합니다. 시민들께서는 두 가지가 혼용될 경우 자칫 헷갈리실 수 있는데요. 그래서 도시 브랜드 슬로건을 정하는 일은 아주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하고, 디자인적으로도 훨씬 신중해야 할 문제입니다.

[김상호 사회자]
시정 슬로건은 당시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겠다는 걸 밝힌 것이고, 도시 브랜드는 우리 도시가 '어떤 도시'라는 것을 정체성처럼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 대표님, 대구에 관련 조례가 제정된 것이 2009년부터입니다. 도시 브랜드를 '컬러풀 대구'로 썼었지요?
[이창원 인디053 대표]
도시 브랜드 슬로건으로 '컬러풀 대구'를 썼었습니다. '컬러풀 대구'는 2004년에 처음 도시 브랜드 슬로건으로 지정됩니다. 당시 조해녕 시장 시절이었고요. 이후 2009년 김범일 시장 시절에 도시 브랜드에 관한 조례가 만들어지고, 해당 조례에 '컬러풀 대구'를 대구의 도시 브랜드 슬로건으로 한다는 것을 명시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민선 8기 홍준표 시장이 들어오면서 이 조례를 폐지합니다. 조례가 폐지되면서 기존에 쓰던 '컬러풀 대구'라는 브랜드도 자동으로 폐기되어 버렸죠. 그러고는 시정 비전이었던 '자유와 활력이 넘치는 파워풀 대구'를 도시 브랜드와 함께 혼용하면서 지난 임기까지 써온 상황입니다.

[김상호 사회자]
저도 도시 브랜드 슬로건이 '파워풀 대구'로 바뀐 줄 알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시장이 바뀌고 난 뒤에는 도시를 대표하는 슬로건도 바뀌었다고 생각하셨을 것 같은데요. 이번 민선 9기가 도시 브랜드를 재정비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교수님, 도시 브랜드를 새롭게 단장하고 선정해야 하는 이유와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재완 영남대 시각디자인과 교수]
도시 브랜드는 한 도시의 상징체계를 만드는 일입니다. 현재 대구광역시 웹사이트에 접속해 보시면 팔공산과 금호강을 상징하는 심벌마크가 나와 있고요. 현 시장의 임기 슬로건인 '변화와 성장, 더 나은 미래'라는 슬로건 로고 타입도 노출되어 있습니다. 이미 웹사이트에 요소가 많습니다. 여기에 더해 도시 브랜드 슬로건이 또 하나 만들어진다는 것이 자칫 복잡하다고 시민들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시점에 '새로운 도시 브랜드가 왜 필요한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생기게 되는데요. 현재로서는 동기가 부족해 보입니다. 대구 시민의 소속감을 높이기 위한 것인지, 혹은 대구를 찾는 외부 방문객들을 위한 것인지, 대구의 정서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것인지 혹은 모두를 위한 것인지 근본적인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논의가 부족하고 충분히 숙고되지 못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창원 인디053 대표]
도시 브랜드는 분명히 필요합니다. 그런데 교수님 말씀처럼 필요성에 대한 동기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알려지고 성공한 '아이 러브 뉴욕(I Love NY)'의 경우, 1970년대 당시 뉴욕의 경기가 침체해 경제가 좋지 않았을 때 뉴욕을 시민들이 사랑하며 함께 일으켜 보자는 부흥 운동 차원에서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지금 논의되는 도시 브랜드는 '시장이 바뀌니까 또 바꾸는 것 아니냐'라는 시각이 많다 보니 시민들의 부정적 여론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민선 8기 때 '컬러풀 대구'가 폐지되고 '파워풀 대구'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당시 시장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만들어진 인상이 강했기 때문에, 지금 다시 바꾼다고 하니 시민들은 '다른 할 일도 많은데 왜 이런 데 돈을 써야 하느냐'라며 피로감을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도시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밝혀나가는 데 필요한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이전의 도시 브랜드 역사가 시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바꾸게 된다면 시설물도 교체해야 하고 마케팅과 홍보에도 예산이 들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정재완 영남대 시각디자인과 교수]
그렇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아까 이창원 대표께서 언급하셨지만 '지금 돈 쓸 곳이 많은데 지금 그런 거 할 때냐?'라는 평가가 좀 있는 것 같군요.

[정재완 영남대 시각디자인과 교수]
그렇지만 도시의 상징성이자 정체성을 담는 일이기 때문에, 대구광역시 정도 규모의 도시라면 충분히 해야 할 일이고 그 정도 투자는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예산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시민들의 동의와 자발적인 동기를 어떻게 끌어낼 것인가에 대해 대구시가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저는 개인적으로 '컬러풀 대구'를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정치 색깔은 하나일지라도 지향점은 다양성이 공존하는 도시로 나아가자는 측면에서 참 좋았는데요.
[이창원 인디053 대표]
구관이 명관이라고, 교수님처럼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슬로건 변경이 시장이 바뀔 때마다 하는 연례행사처럼 느껴지니 시민들의 반대도 있는 것 같은데요. 교수님, 도시 브랜드 슬로건이 확립되면 도시 정체성 형성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일원으로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이 되지 않습니까? 해외 유명 도시들의 성공 사례로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정재완 영남대 시각디자인과 교수]
누구나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이 앞서 '아이 러브 뉴욕(I Love NY)'입니다. 워낙 강력한 시각적 상징체계를 지니고 있죠. 최근 많이 언급되는 포르투의 '포르투닷(Porto.)', 그리고 일본의 '쿠마몬', 덴마크의 '코펜하겐' 등 수많은 도시가 고유한 도시 브랜드와 정체성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공적인 도시 브랜딩은 정치적 구호나 단순 슬로건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도시가 쌓아온 역사와 고유한 문화유산을 디자인 시스템으로 정돈했기 때문에 생명력이 길고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었습니다.

대구시가 새 슬로건과 브랜딩 방향을 정할 때 해외 성공 사례를 무조건 절대적인 정답으로 삼을 필요는 없습니다. 도시가 처한 위기와 기회, 행정 제도나 시민 문화 수준의 차이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가 새로운 도시 브랜드를 구축하는 데 있어서 얼마나 절박함을 가지고 시민들과 질문을 던지며 의견을 모아가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합니다.
해외 사례를 보면 도시 브랜드는 단순한 문구에 그치지 않고 시민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담아냅니다. 런던이라고 하면 빨간색 2층 버스를 타는 런던 사람들의 일상이, 파리라고 하면 센강 변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삶이 떠오르듯이, 대구 시민들의 삶의 방식을 브랜드에 어떻게 녹여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우리가 어떤 도시이고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어떤 삶을 영위하는지를 담아내는 것이 도시 브랜드라면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겠군요. 국내 다른 도시들도 비슷한 고민을 했을 텐데, 어떤 흐름이 있습니까?

[이창원 인디053 대표]
국내 도시 브랜드 슬로건의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2000년대 들어 전통 제조업 중심의 산업이 쇠퇴하면서 도시 기능 전환을 위해 문화, 예술, 역사 등 소프트웨어 중심의 시도가 이어졌습니다. 도시 경쟁력을 키우고 마케팅으로 연결하는 흐름 속에서 포르투나 암스테르담 같은 성공 사례가 국내 지자체로 확산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는 '프라이드 경북', '브라보 경남', '예스 구미', '파워풀 포항'처럼 형용사를 앞세우는 형태가 유행했습니다. 그러다 최근에는 '부산 이즈 굿'처럼 문장형 슬로건이 대세로 자리 잡았습니다. 나아가 '충북, 중심에 서다'처럼 한글을 적극 활용하거나, 지역만의 고유한 서체 및 디자인과 연계하는 추세입니다.
[김상호 사회자]
도시 브랜드 슬로건에도 시대적 트렌드가 있군요.
[이창원 인디053 대표]
트렌드가 있습니다. 대전의 경우 '대전 이즈 유'라는 슬로건을 통해 '대전이쥬'라는 사투리를 재치 있게 연상시키는 도시 브랜드를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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