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9기 대구시정이 출범한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습니다. 전임 홍준표 시장 체제에서 통폐합된 공공기관은 재편하고, 도시브랜드 슬로건도 교체 수순을 밟게 되었습니다. 지난 29일 추경호 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는 첫 공식 회동을 갖고 신공항, 행정 통합, 공공기관 유치를 논의했습니다. '월간정치'는 취임 한 달을 맞은 민선 9기 대구시정의 과제를 짚어봅니다.

[김상호 사회자]
박재일 영남일보 논설실장, 천용길 시사평론가 두 분 함께 합니다. 추경호 대구시장이 취임한 지 한 달 지났습니다. 지난 한 달간 민선 9기 대구시정의 방향성과 특징을 두 분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박재일 영남일보 논설실장]
굉장히 신중해 보입니다. 보통 대통령이나 지방 정부가 출범할 때 인수위가 구성되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번에는 인수위를 간략하게 생략하다시피 했습니다. 보통 인수위에는 시장 후보를 도왔던 캠프 측근들이 대거 들어가서 이름 알리기도 하고 약간의 보답하는 자리로 이름을 올려주곤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시장의 시정 파악을 위한 절차인데 아예 생략해 버렸고요.
또, 추 시장이 시장 관사도 폐지했는데요. 본인이 전세로 들어가서 살고요. 수행비서도 잘 데리고 다니지 않는다거나 공무원들을 굉장히 다그친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경제부총리 출신인데 원래 국회의원 이전에 평생을 공직자로 지내지 않았습니까. 공무원들을 장악하는 데는 자신이 있다고 할까요? 신중모드이자 내공을 쌓은 취임 한 달이라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천용길 평론가는 어떻게 보셨습니까?

[천용길 시사평론가]
추경호 시장이 전임 시장과는 다르게 주변 이야기를 경청한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취임 전부터 논란이 됐던 ‘공공기관 임원들의 연봉 상한’도 일단 조례안에서 뒤로 미뤄뒀고요. 그리고 전직 대통령 지원 사업도 조례 발의를 서두르기보다는 폐기하는 모습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추경호 시장이 이해관계자들이나 시민사회 관계자를 만나면서 본인이 내세웠던 공약보다 이야기를 듣고 시정에 반영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측면에서 한 달간은 경청하는 자세를 보였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민선 8기 홍준표 시장 체제에서 통폐합됐던 공공기관을 전면 대수술하는 계획도 발표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홍준표 시장 색깔 지우기’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천용길 시사평론가]
홍준표 전 시장이 남겨놨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를 추경호 시장 본인은 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특히 홍준표 시장이 추진한 공공기관 통폐합의 이유는 예산 절감이었는데요. 실제 예산 절감 효과보다는 공공기관 간의 업무 갈등이 있었죠. 따라서 업무 배분에 있어서 문제를 일으켰던 것들을 손대겠다는 모양새입니다. 전임 시장의 색깔을 지운다기보다는 추 시장이 지향하는 시정에 있어서 공직자로 오랜 생활을 했기 때문에 일반적인 공공기관 통폐합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서 결정한 것이라고 봅니다.
[박재일 영남일보 논설실장]
홍준표 전 시장의 대구시정을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는데요. 지금도 정치적으로 발언을 자주 하시는 분이지만 대구라는 대도시의 종합 행정을 준비해 왔던 시장은 분명히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결단력은 있는데 어떤 대단한 사전 연구나 주요 참모들과의 숙의를 거친 작업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대구에 문화진흥원과 예술진흥원이 있었는데 이걸 음악, 미술, 전시, 심지어는 관광까지 다 합쳐서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이라는 한 조직을 만들어서 엉망이 됐습니다. 다른 조직도 효율성보다는 특정인을 앉히기 위해서 조직을 아예 없애버리고 새로 만든 꼴이 되었는데요. 공공기관 통폐합은 추 시장의 선거 과정에서도 많이 나온 얘기들이기 때문에 시정에 임하면서 바로잡을 수밖에 없는 중요한 사안들이 돼 있죠. 그래서 조직 개편이 지금 이뤄지는 것 같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TK 3대 현안이 신공항, 행정통합, 공공기관 유치인데요. 대구·경북 수장들이 취임 후 처음 만나서 현안 관련 얘기를 했습니다. 어떤 부분을 주목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박재일 영남일보 논설실장]
제가 보기에는 표류하고 있는 신공항이 가장 껄끄러운 주제라고 봅니다. 홍준표 전 시장도 신공항은 법으로 통과시키면 된다, 내가 다 이뤄놨다고 주장하지만 본인도 지금 와서는 후회하고 있죠. 돈이 없는데 어떻게 법으로 해결이 됩니까. 신공항 건설에는 23조 원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추 시장은 경제를 알고 돈을 아는 만큼 대구시가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후보 시절부터 아마 알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신공항 건설은 국가가 전면적으로 해야 한다. 민간 공항은 국토부가, K2 공항은 군 공항이니 국방부가 해야 한다”라는 논리를 폈죠.

그런데 이철우 지사는 신공항을 대구시와 경상북도가 각각 1조씩 내서 일단 시작을 해보자고 말을 던져놓은 상황이에요. 그러니까 두 분의 방식도 지금 안 맞는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신공항은 굉장히 오랫동안 표류할 가능성이 높은 걱정스러운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천용길 시사평론가]
실제로 두 수장이 입장이 다른 것 같습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3선이고, 추경호 시장은 초선입니다. 이제 막 임기를 시작했기 때문에 행정통합에 대해서도 두 수장의 시각 차이가 드러났던 회동이 아니었나 싶고요. 결정적으로 국가적인 사업 중 가장 눈앞에 놓여 있는 것은 ‘공공기관 2차 이전’인데 쉽지 않아 보입니다.

추경호 시장이 현재 내란 주요임무 종사 혐의로 재판을 매주 받고 있죠. 재판이 최종 확정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중앙정부 입장에서는 대구에 좋은 것을 밀어 주기가 정치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대통령도, 여당에서도 내란재판을 받는 대구시장을 밀어주는 혐의를 굳이 받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두 수장의 회동이 크게 의미 있는 성과를 가지기는 어렵고요. 추경호 시장의 재판이 끝나고 난 뒤에야 굵직한 사업 추진이 가능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지역 현안과 관련한 또 다른 문제가 있죠. 반도체 메가 프로젝트에서 호남권이 중심이 되면서 우리 지역에서 터져 나온 얘기가 ‘TK 소외론’입니다. TK 정치권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고 정부가 우리를 소외시키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높은데요. 극복할 현실적인 전략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천용길 시사평론가]
'TK 패싱론'은 정치적인 구호라고 평가합니다. 왜냐하면 호남권에 반도체 산단을 지금 당장 짓겠다는 게 아니고요. 1차적으로 보면 반도체 신규 공장은 경기도 용인에 짓고, 다음 확장을 호남에 하겠다는 건데요. 한편으로 보면 경기도 용인에 물과 전력이 부족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이는 것을 고려해 호남과 함께 손을 잡아야 합니다. 지금 패싱론을 이야기할 때가 아니고요. 그리고 호남에 반도체 공장을 대규모 증설하겠다고 한다면 TK 정치권은 박수를 보내야 합니다.

지방으로 산업단지가 대규모로 이전해 오는 것과 관련해 이번 차례가 호남이라면 다음은 대구·경북 지역도 될 수가 있다는 시각으로 접근해야죠. 수도권 대 지방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지역 정치권이 나서야 하는데, 정치적인 수사로 ‘TK 패싱론’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TK 지역 국민의힘 의원들이 절대다수인 우리 지역에서는 야당일 때 패싱론이 늘 나오지만, 정치적인 수사 이외에 성과를 거둔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따라서 좀 실리적으로 판단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박재일 영남일보 논설실장]
수도권에서 탈출해서 비수도권 지방으로 내려가는 건 좋은 이야기죠.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이번 정권 내에서는 대구·경북 소외는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과거부터 ‘정치’는 자신들의 세력, 밀어준 세력에 보답하는 것이 상식적인 것이죠. 근데 제가 보기에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전략이 달라요.

더불어민주당은 우리를 지지했던 지역과 계층에 대해 자원이나 예산 등 확실한 정치적 보답을 확고한 큰 방향으로 정한 것 같아요. 그런데 국민의힘은 그런 꾀가 없어요. 예전처럼 하는 대로 행동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몇 가지 분석해 보면 ‘정치’가 무엇인가에 대해 본인이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고 언급합니다. 결국 가치는 ‘돈과 예산’이거든요. 권위적이라는 건 정치적 배분이라는 뜻이고 그걸 실행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800조 원에 달하는 국가 예산의 거의 2배가 넘는 돈을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에 하겠다고 하는 용기가 생기는 것입니다. 국민의힘은 죽어도 못 할 일이죠.
그래서 제가 보기에는 ‘TK 소외’는 당분간 피할 수 없는 것이 숙명인 것 같고요. 3대 메가 프로젝트와 관련해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로봇 분야는 구미에 집중하겠다고 이야기한 부분이 가장 진솔하고 기대되는 내용이라고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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