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범죄가 일상 속으로 침투하면서 엄중한 처벌과 함께 중독자의 치료·재활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공급책에게는 가상화폐를 이용한 자금 세탁과 비대면 거래에 대응한 범죄 수익 몰수를 강화하고, 단순 투약자의 경우에는 중독자들 재활과 회복 치료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토크ON’은 급증하는 마약범죄에 대응할 효과적인 대책은 무엇인지 토론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마약범죄는 처벌과 치료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정책도 중요한데요. 마약사범 처벌이 강화되는 추세라고 하지만 초범이나 단순 투약자의 경우는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현재 법원의 양형 기준이나 처벌 수위 강화의 필요성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병수 변호사]
마약사범의 처벌을 우선할 것이냐, 치료를 우선할 것이냐는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논쟁입니다. 마약 투약자들은 분명히 범죄자이기도 하지만 환자이기도 합니다. 저희도 마약사범들을 변호하다 보면 찾아오시는 분 중에 초범은 거의 없습니다. 최소 재범이고 동종 전과만 10여 차례이거나 많게는 수십 차례 있기도 합니다. 그것만 보더라도 마약 중독이 개인의 의지로 끊어낼 수는 없다는 것이 증명되는 것 같습니다.

투약자와 판매자는 엄격히 구분해야 합니다. 판매하는 공급책은 재범을 못 하도록 강력한 처벌이나 수사 기법을 발전시켜 마약범죄를 뿌리 뽑는 것도 필요하지만, 단순 투약자는 치료나 재활을 통해 더 이상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 단순히 길게 격리하는 것보다 사회적 비용도 낮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마약 공급 사범과 투약 사범을 분리하거나 나눠서 제조, 밀수, 유통하는 공급책들은 일벌백계해도 모자랄 만큼 엄하게 처벌해 단호하게 끊어내야 할 것 같은데 쉽지 않아 보입니다. 공급책을 잡으려면 어떤 법적·제도적 정비가 필요할까요?

[김병수 변호사]
돈줄을 끊고 내부에서 균열을 만들어야 할 것 같은데요. 현행 법제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 ‘범죄 수익 환수’입니다. 검사, 판사가 몰수·추징 판결을 내려도 실질적으로 범죄 수익을 환수해 국고로 귀속하기까지는 괴리가 많습니다. 특히 요즘에는 가상화폐 테더나 비트코인으로 거래 대금을 받기 때문에 가상화폐가 해외 거래소로 넘어가서 몇 바퀴 돌다 보면 사실상 추적이 불가능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되면 공급책들은 검거되더라도 출소 후 은닉해 놓은 재산을 가지고 또 공급망을 만들어 재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남는 장사다'라는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불법 재산 몰수·추징과 관련해 금융당국과 수사기관이 정보 공유 체계를 강화해서 대응해야 할 것 같고요.
국제 공조 문제도 굉장히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외국 거래소를 통해 자금 세탁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우리 사법권이 미치지 못하는 외국에도 외교적 역량과 국제 공조를 통해 협조를 얻어내는 일들이 중요합니다. 최근 필리핀에 수감했던 마약 사범을 국내로 송환해 조사한 것만 봐도 이런 외교적인 노력과 성과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보입니다.

그리고 점조직으로 이루어져 있고 윗선을 밝히기 힘들어서 내부 제보자가 필요한데, 보복이 두렵거나 신원이 밝혀질까 봐 당장 자기 수입이 끊기는 등을 우려해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증인 보호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하더라도 제보자들이 마음 편하게 자기의 많은 것을 잃지 않고도 제보할 수 있는 제도나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도 중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마약 사범의 치료와 재활이 핵심이 될 텐데, 일각에서는 수감 후의 재활 같은 경우에는 돈도 있고 어느 정도 의지도 있는데도 어렵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지부장님, 전담 병원이나 인프라가 없어서 그런 것입니까?

[류민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대구지부장]
마약 재범률이 사실은 50%가 넘습니다. 우리나라에 치료보호 병원이 33곳 정도가 되고,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계속 늘리려고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마약 중독에서 회복으로 가는 길을 지지하기 위해서는 일반 질환과 달라서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인력들이 필요하고, 일반 병원에서는 진료는 되지만 입원까지는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대구 지역은 입원도 아직은 잘 되고 있고 병원과의 협력 관계가 잘 되는 편이어서 다행입니다.

[김상호 사회자]
중독자 재활과 사회 복귀를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서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운영하고 계실 텐데요, 대표적인 성공 사례 하나만 소개해 주실까요?

[류민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대구지부장]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는 1992년부터 활동해 왔고, 2024년 2월에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었는데요. 그 전부터 이미 치료·재활을 통해 회복된 분들이 계십니다. "나는 중독자가 아니라 정기 투약자야"라며 프로그램에 계속 참석하시던 분이 지금은 회복자로서 다른 분들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계십니다. 2004년도에는 아마 전국 최초로 검사님이 ‘교육 조건부 기소유예’로 투약자 한 분을 저희에게 보내셨고 잘 회복하셨습니다. 12월 24일에 저희가 해당 투약자를 처음 만났는데, 회복 이후에 12월 24일만 되면 새 인생을 살게 되어 너무 감사하다고 전화로 안부 인사를 해주십니다. 그 외에도 아주 많은 사례가 있는데요. 대구지부에서는 회복자들의 수기를 담아 책을 발간하기도 했습니다. 회복자들의 이야기와 뒤에서 후원해 주신 대구광역시 약사회 및 후원자, 예방·재활교육 강사님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정부에서는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인지하고 마약류 투약 사범에 대해 치료·재활을 조건으로 기소유예나 집행유예를 내리는 '사법-치료-재활 연계 모델'을 확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변호사님께서는 제도의 실효성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김병수 변호사]
제도의 방향과 취지 자체는 굉장히 바람직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제도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인프라나 시설이 갖추어져 있느냐가 관건일 텐데요. 마약을 하시는 분들을 만나보면 교도소에도 일부 재활 프로그램이 있다고는 합니다. 그렇지만 모든 마약사범에게 적용되는 것도 아니고 형식적인 수준에 불과한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마약사범이 교도소에 격리되면 마약을 끊어보겠다고 생각할 것이라 믿지만, 재소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빨리 나가서 다시 해야지"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교도소 내에서도 실질적인 재활이 이뤄져야 하고, 출소 후 재활하려 해도 마땅한 치료 기관이 굉장히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제도를 뒷받침하기 위한 치료 기관 확충 등 인프라 투자가 선행해야 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사법-치료-재활 연계 모델’은 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는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정착시켜야 한다고 생각하실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류민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대구지부장]
해외의 '약물 법원'을 참고해서 만든 제도가 아닐까 라고 생각합니다. 중독 수준에 따라 맞춤형 재활, 치료, 처벌을 고려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면에서 아주 긍정적이지만, 아직은 시작 단계라 평가하기에는 이른 것 같습니다. 전문 인력 양성과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보완이 필요한 단계입니다.

[김상호 사회자]
변호사님, 지부장님께서 말씀하신 해외의 치료·재활 결합형 '약물 법원'을 참고해 연계 모델을 설계했다는 의견과 우리나라도 약물 법원을 본격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병수 변호사]
‘약물 법원’은 1980년대 후반 미국에서 시작된 제도로 알고 있습니다. 일반 법정에서는 마약사범이 기소되어 넘어왔을 때 판사가 형을 선고하면 끝납니다. 반면 약물 법원은 마약 전담 판사가 피고인의 재활 의지와 상태를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1년 넘게 직접 관찰하고 돌보면서 결과를 바탕으로 최종 형을 선고하고 이후에도 계속 관리합니다. 굉장히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하며,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약물 전담 판사 양성과 치료 기관 확충 등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선행해야 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요즘 학교에서 마약 예방 교육이 의무화되었다고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형식적인 시청각 교육에 그친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실질적으로 아이들에게 위험성을 각인시킬 수 있는 예방 교육이 절실할 텐데,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요?

[류민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대구지부장]
학교에서 마약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사회적 인식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예방 교육을 가도 교장 선생님들께서 "아이들에게 마약 이야기는 하지 말아 달라"고 하시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과거에 비해 치료와 재활이 필요하다는 인식으로 많이 전환되었지만, 문제는 아이들이 내용을 몰라서 투약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실제로 마약을 한 10대 청소년에게 물어보면 "마약이 안 좋은 건 알고 교육도 받았는데, 내가 그때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뭐에 홀린 것 같았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지식을 단순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소중함을 깨닫고 건강을 해치는 유혹을 분명하게 거절할 수 있는 실전 훈련이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지부장님 보시기에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마약 노출 위험성을 얼마나 인지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류민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대구지부장]
ADHD 치료제가 입시 시즌이나 시험을 앞두고 많이 처방된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2023년 강남에서 '머리 좋아지는 약'이라며 음료 형태의 마약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저희 대구에서 이틀간 학원장님 2천 명을 대상으로 예방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강의 후 한 원장님께서 전화를 주셔서, 유학 후 건강 문제로 돌아온 자녀 문제로 상담을 오셨습니다. 시험을 앞두고 해외에서 복용했던 각성제가 알고 보니 ‘마약류’였던 것이죠. 이처럼 정확한 정보를 모르고 계신 경우가 많아 학부모 대상 교육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앞으로 마약 관련 대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야 할 지점에 대해 두 분 말씀 듣고 마무리하겠습니다.

[김병수 변호사]
현재 마약류 지정 체계는 특정 화학 성분을 하나하나 고시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다 보니 제조·공급책들이 성분을 살짝 변형해 법률의 허점을 파고듭니다. 과잉 규제 논란이 있을 수 있겠으나, 특정 성분이 아닌 유사한 화학 구조 계열 전체를 포괄적으로 마약류로 지정하고 환각이나 금단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약물 자체를 의사의 엄격한 처방 하에서만 유통되도록 원천 관리하는 포괄적 규제 시스템 도입이 필요합니다.

[류민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대구지부장]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마약류 감정 백서에 따르면 신종 마약 비중이 전체의 31.5%로 급증했고, 그중 합성 대마류는 전자담배 형태로 흡입하여 본인조차 마약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합성 대마는 대마 성분 농도를 대폭 올려 환각 작용이 매우 높은 위험한 신종 마약입니다. 이러한 실태를 정확히 알리고, 교육과 제도 전반에서 철저한 준비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토크ON’은 일상과 지역 속으로 들어온 마약범죄의 실태와 개선 방안을 토론했습니다. 류민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대구지부장, 김병수 변호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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