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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보니] “왜 결혼하면 안 되나요?” 대구 동성 커플의 결혼 도전기

윤영균 기자 입력 2026-05-16 10:00:00 조회수 27

요즘 결혼을 포기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 누구보다 간절히 결혼을 꿈꾸는 사람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 결혼이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만나보니, 대구에 사는 두 여성, 그들의 결혼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임아현 "네, 저는 대구에서 진아랑 함께 살고 있는 (임)아현이라고 합니다."

최진아 "네, 저도 대구에서 아연이랑 같이 살고 있는 최진아입니다."

Q. 첫 만남은?
최진아 "각자 다니던 대학교에서 퀴어 동아리 활동을 했었어요. 그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동아리 간의 교류로 만나다가 베스트 프렌드가 돼서 일주일에 세 번씩 만나서 술 먹고 뭐 영화도 얘랑 보러 가고 밥도 얘랑 먹으러 가고 그렇게 가까이 지냈었거든요. 자연스럽게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했던 것 같아요."

임아현 "밤에 얘랑 헤어지고 나서 자는데 얘가 없는 게 너무 슬픈 거예요. 너무너무 속상하고"

최진아 "웃긴 게 일주일에 여섯 번씩 보는데, 밤에 잠들어서 다음 날 다시 보기 전까지 그 시간이 너무 견디기 힘들었대요. 붙어 있고 싶어서···"

임아현 "내 대사인데. 그래서 안 되겠다. 나와야겠다. 집을 나와서 같이 살아야겠다고 결심하고 그날부터 제가 진아에게 통보를 했죠. 진아야 우리가 살 집이다."

최진아 "같이 살자 해놓고 다음 주에 나 집 계약했어."

임아현 "그렇게 같이 살게 되니까 우리가 결혼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고···"

Q. 결혼 생활은?
임아현 "이 집에만 들어오면 바깥에 있었던 어떤 스트레스, 고민,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이 싹 리프레시가 되는 느낌이에요. 안정감을 진짜 줘요. 그래서 내가 만든 가족, 내가 만든 나의 이 소중한 보금자리에 오는 순간에는 정말 마음이 심리적으로 진짜 안정된다는 게 느껴져서 그게 저에게는 이 결혼 생활, 이 동거 생활에 정말 큰 어떤 도움을 큰 행복인 것 같습니다."

최진아 "저희가 유머 코드도 잘 맞고 내 눈에 귀여우니까 보기만 해도 재미있고 같이 지내는 게 즐거운 사람인데 그런 사람하고 매일매일 같이 사니까 매일매일 재미있는 거예요. 매일매일 집에 오는 게 놀러 오는 기분이고 퇴근할 때 신이 나서 저 퇴근할 때 막 달려서 오거든요. 집 문을 열면서 집 왔다 하면서 '여보~' 하면서 문을 열고 들어오고 그렇게 지냈는데, 그러니까 뭐가 좋으냐고 물어보면 그냥 좋아서 좋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최진아 "저희 보고 혼인 신고를 왜 했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진짜 많은데, 저는 그 질문이 진짜 어색한 질문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이성애자 부부한테는 아무도 왜 혼인 신고하냐고 안 물어보잖아요. 결혼하니까 당연히 혼인 신고 가서 낼 수 있으니까 냈다. 접수하는 건 저희 마음인 거잖아요."

최진아 "헌법 제36조 제1항 및 민법 제812조, 제826조 등에 의하여 수리할 수 없는 동성 간 혼인임. 네, 그렇네요. 그렇다고 알고 있었잖아, 그렇다네요."

Q. 막상 불수리 되니 어떻습니까?
"나 눈물 날 것 같아"
"왜 네가 왜 울어 왜 왜 왜 왜 울려고 해"
"몰라"
"너 울 계획 없었잖아"
"맞아 나 울 계획 없었어"
"알고 있었는데 받으니까 또 기분이 좀 그렇긴 하네요."
"불수리 당했다. 불수리 당했어요. 우리 불수리 당했어요."

최진아 "불수리 되는 거야 현재로서는 불수리 될 수밖에 없는 것인데 그런데도 저희에게 혼인 신고를 제출하는 과정, 그리고 그 불수리 통지서든 뭐든 저희가 법적으로 결합하고자 하는 어떤 형식적인 절차를 치렀다는 근거를 남기는 게 무의미하지 않기 때문에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어요."

임아현 "이게 이상한 일이 아니고 그냥 누군가나 다 혼인 신고를 할 수 있는 거고, 그 역사에 어떻게 보면 우리의 불수리를 남긴 거죠. 우리가 여기에 존재하고 있고 우리가 대구 남구청에서 살아가고 있다. 정상 커플로서 살아가고 있다는 흔적을 거기에 남긴 것만으로도 저는 되게 의미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최진아 "머리로는 다 알고 있었지만 그 불수리 통지서라는 물리적인 어떤 거절의 결과물을 손에 쥐게 되니까. '아, 이것이 절차상의 거절인 거구나. 이거를 우리가 찢어버리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많구나.'"

임아현 "왜 번거롭고 어려운 일을 하냐고 묻는 질문이 정말 많습니다. 거기에 답하고 싶습니다. 제가 30년간 살아오면서 가장 행복했던 것은 나로서 내 모습 그대로 살아가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번거롭고, 어렵지만 대구에서 나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제가 살아가는 이 자리 이곳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을 꾸리고 살아가고 싶기 때문입니다."

최진아 "그냥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결혼을 하고 싶을 뿐입니다. 이미 우리의 가족과 친구들은 우리의 삶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는데 제도만이 과거에 머물러 있습니다. 저희 이성 부부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평범한 예비 신부들인데 결혼해서 안 될 이유가 있을까요? 이제는 제도가 현실에 맞게 한 걸음 따라와 줄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평범하게 살게 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최진아 "아무래도 신혼부부 주거 관련 혜택들 그런 것들이 가장 아쉬운 것 같아요. 신혼부부 대출이라든가 주택 청약이라든가 그런 혜택들을 생각해서 많이 넣는데···저희도 사실 이 집이 임대인데 저희가 장기적으로는 주거 안정 같은 것들을 추구하고 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아쉬운 부분들이 있죠."

임아현 "지금은 우리가 그런 적은 없지만 서로가 긴급하게 아프거나 수술한다거나 할 때 병원에서 상호 간을 보호자로 인정해 주지 않을 때는 어려움이 생기겠죠. 누구보다 서로의 사정과 서로의 환경과 이런 것들을 다 잘 아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우리와 살고 있지 않은, 그냥 가족들이 또 보호자 역할을 해야 할 때가 오면 그때 엄청 좌절감을 많이 느낄 것 같아요."

Q. 사회에 던지고 싶은 메시지는?
임아현 "이 시대를 살아가는 그러니까 대구 시민으로서 혹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누릴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는 누리고 싶다. 우리가 뭐 대단한 거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남들 하는 만큼만 그리고 성소수자의 삶이 너무 많은 거짓말을 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 같아요."

최진아 "저희는 성장 과정에서 부모님께도 거짓말을 엄청 많이 했고 주변 사람들 직장 동료들 학교 친구들한테도 거짓말할 일이 너무너무 많았거든요. 근데 그냥 이제는 남들 하는 만큼만 거짓말하고 살고 싶어요."

최진아 "저희가 이렇게 드러내고 살면 유난이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정말 많은데 너희 되게 유난 떤다. 좀 과하다. 나댄다. 평범하게 살 수는 없느냐 이런 얘기를 정말 많이 듣거든요.
그런데 저에게는 이렇게 하는 게 평범하게 살기 위한 노력이거든요. 남들 하는 것처럼 결혼하고 싶고 남들 혜택 받는 만큼만 그것보다 더 달라는 게 아니잖아요. 남들 혜택 받는 만큼만 결혼의 혜택도 누려보고 싶고, 남들이 자연스럽게 배우자와 배우자의 보호자가 되듯이 내 배우자의 보호자가 되고 싶고 뭔가 그 이상의 특별한 걸 바라는 게 아니라 저희는 평범하게 살고 싶을 뿐이에요. 그래서 저희의 결혼을 바라보는 것도 특별하다, 유난스럽다, 그런 시선보다는 그냥 평범하게 자기들 좋아서 결혼하고 싶어서 이렇게 결혼하려고 하는 한 쌍의 커플이구나, 그냥 그렇게만 생각해 주셨으면 더 바랄 게 없어요."

최진아 "얼마 전에 한국에서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동성 배우자를 인정해 주기 시작했잖아요. 이게 우리가 동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에 한 권리가 권리의 일부분이 획득되는 순간이었으니까 조금씩 그래도 변화되는 부분이 있다고 하는 걸 느끼는 데 중요한 건 그런 것 같아요. 그 변화들이 자동으로 생기는 게 아니잖아요. 누군가가 두드렸고 누군가가 움직였기 때문에 생기는 변화라고 생각해서 저희도 두드리는 사람 중 하나가 되고 싶은 거고 다른 사람들의 두드림에 무언가 바뀌고 있듯이 저희의 두드림도 언젠가 현실에 변화를 불러올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하고 있어요."

Q.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은?
최진아 "나는 평소에 하고 싶은 얘기를 다 미루지 않고 해서, 근데 내가 많이···"

임아현 "다시 해. 다시 해. 다시 해. 저기 보고 다시 해."

최진아 "우리 살던 것처럼 재밌게 오래오래 살자. 잘 부탁해."

임아현 "이렇게 합이 맞는 사람을 만날 수 있고, 그래서 같이 결혼하고 또 다른 사람들 앞에 같이 나설 수 있다는 게 진짜 좋은 일인 것 같아요. 행운인 것 같아요. 같이 살아줘서 정말 고맙고 평생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의 파트너 반려자가 되어줘서 정말 고맙고 사랑해~ 사랑해~ 아, 눈물이 막 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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