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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ON] ① 대구·경북 행정 통합, 세 번 추진에도 '좌초 위기'?

김은혜 기자 입력 2026-03-09 11:07:45 조회수 170

2월 임시국회에서 대구·경북 행정 통합 특별법 통과가 무산됐습니다. 지역 의원들은 3월 임시국회에서 특별법 통과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하지만 지지부진한 통합 논의에 갈등과 분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토크ON’은 표류하는 대구·경북 행정 통합의 평가와 전망을 논의하는 시간 마련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김태일 전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장, 천용길 시사평론가 모셨습니다. 2월 임시국회에서 대구·경북 통합과 충남·대전 행정 통합 특별법 처리가 불발됐는데요. 반면 광주·전남 행정 통합 특별법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대조적인 풍경이 펼쳐지게 된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김태일 전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장]
’지역사회 내 합의’입니다. 광주·전남은 우리보다 늦게 출발했잖아요. 그런데 재빨리 행정·정치·사회적 합의까지 이루어 냈습니다. 대전·충남은 ‘합의가 불발’됐고요, 대구·경북은 ‘합의가 부족’합니다. 그래서 합의가 불발된 대전·충남과 합의가 부족한 상태에 있는 대구·경북이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할지가 귀추가 모이는 대목입니다.

[김상호 사회자]
많은 언론에서는 ‘정치권의 당리당략’이 배경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위원장님 보시기에는 지역에서의 합의 성숙도가 더 중요한 원인이었다고 보시는군요.

[김태일 전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장]
정치권 중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루려고 노력한 결과가 광주·전남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은 상태죠. 합의 형성을 위한 노력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허술한 부분이 남아 있고 대전·충남은 오히려 합의를 깨는 방향으로 정치권이 노력했기 때문에, 사회적 갈등이 지금 굉장히 커져 있는 상태입니다.

[천용길 시사평론가]
정치적 과정으로 보면 광주·전남, 대전·충남, 대구·경북의 정치적 구성이 다릅니다. 대전·충남의 경우에는 단체장과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소속 정당이 엇갈리는 지역이었습니다. 

반면 광주·전남과 대구·경북은 단체장과 국회의원의 소속 정당이 ‘같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광주·전남은 정치권이 단체장과 국회의원들의 전체 뜻을 모아 더불어민주당 당론으로 채택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총의를 모으는 과정 자체가 부족했습니다. 대구·경북 의원들이 의견을 모았다고는 하지만 지금까지도 국민의힘이 의원총회를 열어 대구·경북 행정 통합에 찬성한다는 당론을 의결한 적이 없습니다. 일부 의원들은 여전히 반대하는 부분이 국민의힘 지도부와 당이 처한 상황을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김태일 위원장 보시기에는 여야가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상황 어떻게 보십니까?

[김태일 전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장]
제가 2019년과 2020년 통합공론화위원장을 맡아서 일했고, 이후 통합 논의를 계속 지켜봤습니다.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이나 ‘속도전’에서는 똑같습니다. 예전에도 목표를 정해 놓고 달려가다가 엎어진 일이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지방선거 때까지 단일화한 단체장을 뽑자는 목표를 세우고 강력한 인센티브를 던지며 빨리 달성하자고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그때와 똑같습니다. 

저는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 속도전으로 몰아붙이는 것에 대해서는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가다 보면 작은 돌부리에도 걸려 넘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통합을 하더라도 갈등을 치유하는 데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이 들 수밖에 없어서 굉장히 걱정입니다.

[김상호 사회자]
천용길 평론가는 책임론을 어떻게 보십니까?

[천용길 시사평론가]
양당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국민의힘의 책임이 더 크다고 봅니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대전·충남과 광주·전남은 당론으로 채택했습니다. 다만 대구·경북과 관련해서는 민주당이 당론 채택을 하지 않았습니다. 지역구 국회의원도 없고 단체장도 없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하면 이재명 정부가 밀어붙인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세 지역 모두 당론 채택을 하지 않았습니다. 현재도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이 25명 모여 행정 통합에 찬성했다고 발표했지만, 바로 다음 날 안동·예천의 김형동 의원이 반대 입장을 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결과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국정 과제를 논하는 자리인데 지역 국회의원들이 모여 결정했다고 통과시켜 달라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김상호 사회자]
대구시의회는 대구와 경북 ‘광역의회 간 의석수 불균형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김태일 전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장]
대구시의회가 제기한 문제는 굉장히 중요한 ‘헌법적 문제’입니다. 통합해서 단일 의회를 만든다고 할 때, 현재 경북도의회는 의원 수가 60명이고 대구시의회는 33명입니다. 그런데 대구 인구가 더 많습니다. ‘불비례성’은 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일입니다.

해결책은 경북의 의원 수를 줄이거나 대구의 의원 수를 늘리는 것인데 둘 다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대로 두면 헌법적 위기가 발생하다 보니 해결할 방법이 상당히 애매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대구시의회가 제기한 문제는 이유 있고 매우 중요한 헌법적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있다가 다시 철회하고 박수치는 모습을 보면서 ‘이건 뭘까?’라는 혼란스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천용길 시사평론가]
당시 통합에 대해 국민의힘 내부적으로 의견 차이가 있고, 대구시의회는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입장을 반영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또, 통합을 찬성하지 않는 지역구 의원이 대구시의회의 입장 발표를 용인해 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성명이 발표된 시점도 법사위 논의 전날이었는데요. 만약 통합 반대가 중요한 문제 제기였다면 1월 말이나 2월 초부터 계속 나왔어야 합니다. 즉, 국민의힘 지도부의 어려운 상황을 보여주는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숙의 과정 없이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는 비판과, 기회를 놓치지 말고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김태일 전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장]
'지금 기회를 놓치면 아쉽다'라는 이야기는 결국 이재명 대통령이 제시한 인센티브 때문입니다. 20조 원 재정 지원과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권한을 주겠다는 두 가지인데요. 이제 광주·전남에서 통합을 위한 모형이 만들어졌고, 앞으로 이루어지는 통합은 전례를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로서는 지금 서두를 필요가 없습니다. 내부 문제를 차근차근 다져 가면서 추진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통합 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0조 원은 작은 돈이 아닙니다. 어떻게 쓸 것인지 준비가 돼 있지 않기에 지금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정치 개혁을 포함해 여러 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과거 밀라노 프로젝트처럼 예산이 제대로 쓰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준비를 차근차근히 하는 것이 필요하고요. 속도전을 내다가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습니다. 광주·전남의 전례가 있으니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천용길 시사평론가]
조금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통합 이후 거대해진 지방자치단체장을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이 ‘지방의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방의회가 더 다양하게 구성돼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이번에 행정 통합 특별법이 통과되는 것이 정치적으로는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광주·전남 통합 사례를 보고 대구·경북이 이후에 추진하자고 했을 때, 지역의 다수인 국민의힘 내부 상황을 보면 이번에 통합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쉽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단체장 숫자의 문제도 있겠지만 내부적으로도 동력을 찾기 어렵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선통합 후보완’ 방식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한동안 지역 정치권이 논의를 지속시키기 어려운 측면이 있기에 이번이 적기일 수 있다고 평가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행정 통합 문제를 두고 아주 강하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이재명 정권의 암수’라는 주장도 합니다. 이런 주장에 대해서 어떻게 보십니까? 또, 이재명 정부가 통합하면 20조 원의 재정 지원과 서울특별시에 버금가는 자치권을 주겠다고 하는 부분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김태일 전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장]
저는 ‘원칙적인 면’과 ‘맥락적인 면’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선, 원칙적으로 보면 중앙정부가 가지고 있는 돈과 권한을 이렇게 대폭 넘겨준다는 것은 지역이 간절히 바라던 일이었습니다. 우리가 그런 재량권이 없으니까 늘 중앙정부의 관심사만 따라다니는 ‘동네 축구’를 한다는 자조적인 표현도 있었잖아요. 권한과 자원을 갖게 되면 우리 스스로 지역에 맞는 비전을 추구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흔쾌히 주겠다고 하는 것은 지역 입장에서 좋은 일이라고 평가해야 합니다.

두 번째로 맥락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재명 대통령이 대전·충남을 방문했을 때 지역에서는 국민의힘 시·도지사 사이에 통합 추진 합의가 있었습니다. 이미 여러 작업이 진척된 상황이었고, 대통령이 그것을 지지해 주기 위해 노력하면 이런 지원을 하겠다고 사후적으로 약속한 것입니다.

저는 대구·경북 공론화를 추진할 당시 광주·전남에서는 합의가 되지 않아 시민사회에서 “통합을 왜 하지 않느냐”라고 계속 문제 제기가 있었던 상황도 기억합니다. 이런 맥락을 보면 이재명 정부가 정치적 음모를 가지고 추진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전·충남은 통합 논의를 지지하고 추인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동력이 생긴 것이고, 다만 지금은 정쟁화되면서 추진 동력이 약해진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천용길 시사평론가]
’음모론’ 주장은 사실 말이 되지 않습니다. 이재명 정부 입장에서 보면 취임 직후 제시했던 국가 비전 중 하나가 ‘5극 3특’입니다. 여기에는 대구·경북, 광주·전남, 대전·충남, 그리고 부산·울산·경남까지 모두 포함됩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이전 정부와 차별화되는 성과를 1년 차에 제시하고 결실을 2년 차와 3년 차에 보겠다는 차원에서 행정통합 이야기가 나온 것입니다. 특정 지역에 몰아주기 위한 정책은 아닙니다.

또, 경북을 방문했을 때 이 대통령이 이철우 지사에게 “대구시장이 공석인 상황이 오히려 행정통합을 추진하기 좋은 시기 아니냐”라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대구·경북 통합도 정부가 충분히 염두에 두고 있었고, 인센티브안 발표 전까지는 이철우 도지사가 오히려 “통합 논의는 더 성숙시켜 추진하자”라고 이야기했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이 대구·경북에 속도를 내라고 힘을 실어 준 측면도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태일 전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장]
정쟁화 배경에는 이철우 도지사의 ‘입방아’도 중요한 원인이었습니다. 이철우 지사가 “행정통합을 통해 얻어지는 권한과 자원으로 ‘보수의 종가’를 만들자”라고 말했는데, 저는 해당 발언이 매우 부적절했고 말해서는 안 될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통합 논의가 깨진다면 그 책임의 상당 부분은 이철우 지사의 ‘입방아’에도 있다고 봅니다.

‘5극 3특’ 구상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시기에 만들어진 지역 발전 비전입니다. 이재명 정부는 비전을 이어받아 실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국가적 과제를 지역 정치의 정파적 의미로 축소하고 왜곡하는 발언은 매우 경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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