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진행되고 있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올림픽 현장에서 낯설지만 반갑기 그지없던 장면은 메달을 놓친 선수가 카메라 앞에서 짓는 환한 미소였습니다.
최선을 다했고, 정말 재미있었다고 말하는 그들의 당당함은, 우리가 이제는 더 이상 금메달 개수에 몰두해 온 나라를 넘어 한층 성숙한 사회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울림이 있었습니다.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행복을 유예하는 삶'을 정답이라 가르쳐왔습니다. 입시를 위해, 취업을 위해 청춘의 열망을 저당 잡히는 것이 당연시되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목격한 'Z세대' 선수들에게 스포츠는 고통스러운 인고의 시간이 아니라, 자기 증명과 유희의 장이었습니다. 실수해도 웃으며 다음 시도를 준비하고, 경쟁자의 멋진 기술에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내는 모습은 '적을 이겨야만 내가 사는' 제로섬 게임에 익숙한 우리에게 당혹감마저 안겨주었습니다.
여전히 기업과 교육 현장에서는 '재미'와 '성취'를 대립 관계로 설정합니다.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격언은 말뿐일 뿐, 현실은 여전히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과정 전체를 무용지물로 취급하기도 합니다.
이제 한국 사회는 선수들이 던진 이 '즐거움의 가치'를 진지하게 독해해야 할 것 같습니다. 1등이라는 바늘구멍을 통과한 소수에게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가혹한 조명은 이제 꺼야 합니다. 대신 자신의 길을 즐기며 걷는 모든 이의 과정을 존중하는 '성숙한 시선'을 갖춰야 할 것 같습니다.
밀라노의 설원에서 울려 퍼진 "재미있었다"는 말은 우리 사회가 이제 '결과라는 감옥'에서 해방되어야 한다는 젊은 세대의 강력한 권고로 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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