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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키워드] 형용모순

김상호 시사ON 진행자 기자 입력 2026-02-01 10:00:00 조회수 40

‘형용모순’은 서로 반대되는 의미를 가진 단어들이 결합하여 하나의 현상을 설명하는 수사법입니다.

2026년 1월 28일 내려진 김건희 씨의 1심 판결문은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형용모순처럼 보입니다. 

유죄의 정황을 인정하면서도 무죄를 선고하고, 도덕적 비난을 가하면서도 법적 책임은 면제해 준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언어학에서 '형용모순'은 수사적 효과를 극대화할 때 쓰이지만, 사법부의 판결문에 등장할 때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징후가 됩니다. 

"계좌가 이용된 것은 맞지만, 피고인이 주가조작의 구체적 내용을 알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재판부의 논리는 ‘의식 없는 행위자’ 혹은 ‘결백한 가담자’라는 형용모순을 낳습니다. 

명태균 씨와 관련된 무상 여론조사 의혹에 관한 판단에 대해서도 많은 비판적 시선이 있습니다. 

수억 원의 비용이 투입된 여론조사가 정치적 자산이 되었음에도 이를 법적 테두리 밖의 영역으로 치부한 것은, 권력자의 정치적 부채를 법적으로 세탁해 준 꼴입니다. 

재판부는 판결문 서두에서 피고인의 처신을 향해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부적절한 행위"라며 매서운 회초리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어려운 고사성어를 동원한 그 판결문은 ‘준엄한 무죄’만큼이나 공허한 문장으로 보였습니다. 

사법의 권위는 고사성어가 아니라, 납득 가능한 이유에서 나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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