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해제를 위해 촌각을 다투던 12월 4일 새벽, 언제 본회의장으로 군인들이 진입할지 모르는 순간이었습니다.
본회의장 안의 국회의원, 국회 밖에서 군인들과 대치하던 사람들 그리고 텔레비전을 통해 지켜보고 있던 국민 모두 한시라도 빨리 해제 결의안이 상정되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본인의 마음도 급하지만 중차대한 일이니 한 치의 실수라도 있어서는 안 된다며 결국 정해진 원칙대로 처리했습니다. 그는 위급한 상황일수록 헌법과 법률의 울타리 안에서 해결해야 함을 보여주었고, 그렇게 함으로써 어떤 법적 흠결이나 빌미도 남기지 않고 불법 계엄을 저지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때 원칙에 따른 처리가 안 되어 어떤 빌미라도 제공했다면 지금 진행되고 있는 일이 어려웠을 것이라는 짐작은 쉽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법부가 내란 재판과 관련해 시간을 끌어 정치적 갈등이 고조되었다는 점 역시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내란 전담 재판부를 설치하는 일이 그때만큼 급박한 일인지 묻고 싶습니다.
우리에게 12·3 비상계엄의 기억은 아직도 날것 그대로입니다. 내란은 처벌돼야 하고, 그 처벌이 늦어질수록 공동체는 불신 속에 곪아 갑니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은 목적만큼이나 그 과정 또한 중요하다는 것이 민주공화국의 ‘평범한 진리’입니다. 헌법을 흔든 자를 벌하더라도, 그 처벌의 절차는 헌법을 더 단단히 세우는 방식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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