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고, 잘 사는 ‘웰빙’만큼 최근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웰다잉’입니다. 고령사회, 어떻게 하면 인생의 마지막을 건강하고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을지, 누구나 두려울 수밖에 없는데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환자의 삶을 지키는 ‘호스피스 의료’의 의미에 대해서 칠곡경북대학교병원 권역호스피스센터 센터장이자 가정의학과 전문의 김아솔 센터장과 알아봅니다.
[김아솔 권역호스피스센터장]
호스피스의 정의에 대해서 말씀드리면, 환자의 생존 기간이 몇 개월 정도 이내로 예상이 될 때 그 환자가 받을 수 있는 전문 치료라고 정의를 하고 있고요. 전문 치료는 환자 자신이 삶의 통제권을 유지하면서 편안하고 존엄하게 살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죽음을 준비하면서 지지받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 얘기를 봤을 때 호스피스라는 것은 몇 개월 정도 그리고 죽음이라는 얘기가 좀 들어가죠. 약간 부정적인 의미를 느낄 수도 있는데요. 하지만 호스피스보다 조금 더 넓은 개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그 개념이 완화의료입니다.
완화의료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을 가진 환자와 그 환자의 가족들에게 삶의 질을 개선하도록 하는 치료입니다. 방법은 환자가 가진 통증과 그 외의 신체적인 증상을 조절하고, 그것 이외에 심리사회적으로 갖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발견하고 평가하고 치료해서 그 환자의 고통을 완화하고 예방하는 치료라고 정의를 하고 있어요. 완화의료의 개념에는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 전혀 없습니다.
완화의료는 생명의 위협을 주는 질병에 걸린 모든 환자에게 그 고통을 해결하려는 모든 시도라고 보면 됩니다. 그 안에 죽음이 다가오신 분들이라면 임종 돌봄을 할 수도 있고, 생애 말기에 돌봄이 필요하다고 하면 호스피스 돌봄이 들어갈 수도 있고, 증상 조절을 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은 완화의료와 완치 목표의 치료는 별개의 개념이 아니라는 거죠. 많은 환자가 헷갈려 하는데요. 어떤 질병에 걸렸고 그 질병이 나의 생명을 위협한다는 생각이 들면 적극적인 치료를 하고 싶어 하시죠. 열심히 치료하다가 더 이상 나는 적극적인 치료를 할 수 없겠다, 적극적인 치료가 오히려 나에게 해가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시점에 치료를 중단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죽음을 기다린다. 그런데 아무것도 안 하느니 병원에 가서 호스피스 치료를 받겠다고 생각하게 돼요.
하지만 질병 치료는 그렇지 않거든요. 질병을 열심히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고, 질병에 걸렸다 하더라도 걸리는 시점부터 질병 완치 목적의 치료와 완화의료가 동반돼야 해요. 다만 질병의 경과와 상황에 따라 질병 초기에는 완치 목적 치료의 비율이 더 높고, 질병의 말기가 될수록 완화의료의 비율이 더 높겠지만, 이 두 가지는 동반돼야 합니다.
그리고 완화의료의 정의가 환자와 그 가족들의 삶의 질을 개선한다고 말씀을 드렸다시피, 환자가 사망하고 난 이후에 남겨진 가족들을 돌봐주는 것까지 완화의료의 개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완화의료가 하는 일들은 여러 가지가 있어요. 통증을 포함한 여러 가지 증상을 완화하고, 환자가 가지고 있는 삶을 열심히 지지하지만 그 환자가 결국은 죽음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 대신에 죽음을 앞당기거나 죽음을 일부러 미루는 시도를 하지 않으면서, 환자가 가지고 있는 신체적 증상뿐만 아니라 심리적, 사회적, 영적인 부분을 지지하고, 환자 가족의 삶까지 도와드릴 수 있는 치료가 완화의료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오서윤 아나운서]
완화의료는 치료가 불가능한 시점에 시작하는 게 아니라 어떤 중증 질병을 확정받았을 때 시작하는 것이라고 봐도 괜찮겠습니까?
[김아솔 권역호스피스센터장]
그렇죠. 완화의료는 다시 설명하면 죽음이 몇 개월이 남았다는 개념은 전혀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 병이 환자를 죽음으로 이끌 만한 중한 병이라는 것을 진단받은 시기부터 완화의료가 병행돼야 환자의 삶의 질도 훨씬 높아집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환자의 여명 자체도 늘어난다고 하거든요. 그래서 완화의료는 질병을 진단받은 시점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구성 김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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