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회 시사ON 토크ON

[토크ON] ② 공무원 '복종 의무' 폐지···향후 정치 기본권 결정은?

김은혜 기자 입력 2025-12-09 10:00:00 조회수 76

11월 25일 정부가 공무원법상 공무원 ‘복종의무’ 폐지를 발표했습니다. 국가공무원법상 공무원의 '복종의 의무'를 규정한 조항이 76년 만에 삭제되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공무원과 교사들의 '정치기본권 보장'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공무원과 교사도 '시민'으로서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정치적 권리를 보장해달라는 요구입니다. 오늘 <토크 ON>은 공무원 '복종 의무' 폐지와 함께 강조되고 있는 공무원의 정치 기본권은 앞으로 어떤 결정이 필요한지 논의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최근 인사처가 76년간 유지된 ‘공무원의 복종 의무’ 조항을 삭제하고, 상관의 위법한 지휘·감독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거나 이행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습니다. 김규환 본부장님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김규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구본부장]
공무원·교사들이 정치적 기본권을 요구하는 시점에서 이런 내용이 나온 것은 고무적이라고 봅니다. 상명하복이 절대적이던 공직사회에 큰 변화가 예고된 것입니다. 다만 12.3 비상계엄 같은 사안이 위법한지 아닌지를 즉각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갈등이 따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전반적으로 공직사회가 긍정적으로 변화할 흐름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교수님,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이 입법예고 됐다고 하는데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성중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저도 기본적으로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봅니다. 다만 문제는 ‘위법한 지휘·감독을 거부할 수 있다’라고 할 때 판단을 누가 하느냐입니다. 예를 들면 하급 공무원이 상급자의 정치적 성향과 다르거나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느낄 때, 이 조항을 근거로 지시를 거부할 법적 근거가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취지는 찬성하지만 부작용을 막기 위한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김상호 사회자]
백금렬 해직 교사 이야기도 해볼까요?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는데 제도 변화의 신호로 볼 수도 있을까요?

[성중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저는 그렇게 봅니다. 정치적 중립 완화, 표현의 자유 보장을 위한 국가공무원법 개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야당과 학부모 단체에서는 반대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백금렬 교사 사례에서 보듯, 법원이 법 해석 과정에서 충분히 완화할 수 있습니다. 일과 후 업무와 무관한 시간에 한 표현행위를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인정한 것입니다. 향후 법원에서 이런 판단이 계속되면, 법이 그대로 있어도 사실상 허용 범위가 넓어지는 효과가 생깁니다. 매우 중요한 사례입니다.

[김상호 사회자]
본부장님께서는 이번 판결을 어떻게 보십니까?

[김규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구본부장]
근무시간 외 사생활 영역에서의 정치적 자유를 인정한 판결이라고 봅니다. 헌법재판소의 입장과도 결을 같이하기 때문에, 공무원·교사들의 정치적 기본권 보장에 한 발짝 더 다가선 희망적인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이제부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논의해 보겠습니다. OECD 국가 중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전면 금지한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합니다. 다른 나라들은 공무원의 정치 참여를 어떤 방식으로 보장하고 있는지 소개해 주실까요?

[김규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구본부장]
정치 참여는 크게 ‘정치활동 가능 여부, 정당 가입 가능 여부, 정치자금 기부 가능 여부’로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미국, 영국은 특정 정치활동은 제한하지만 정당 가입은 허용합니다. 프랑스, 독일, 뉴질랜드는 정당 가입과 폭넓은 정치활동을 인정합니다. 캐나다는 교사가 선거 기간에 휴가를 내고 선거운동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특히 독일은 국회의원의 약 20%가 교사 출신 등 노동자 배경을 갖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300명 넘는 국회의원 중 노동자 출신 의원을 찾기 어렵습니다. 정책 결정의 편향을 막기 위해서도 모든 국민이 국가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하며, 공무원·교사의 정치적 기본권은 반드시 보장돼야 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교수님, 우리가 유일하게 전면 금지하는 이유가 역사적 배경 때문일까요?

[성중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독일 연방행정법원이 2017년 공무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판결에서 직무와 무관한 영역에서는 폭넓은 활동을 허용하라고 했습니다. 상급자나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허용했습니다. 미국은 1939년 해치법으로 정치활동을 전면 금지했지만 1993년에 개정해 ‘직무 외 활동은 전면 허용’으로 바뀌었습니다. 프랑스도 복종 의무는 유지되지만 직무와 관련 없고 선거 개입 목적이 아니라면 폭넓게 허용합니다. OECD 전체에서 우리만 전면 금지이기 때문에, 저 역시 원칙적으로 직무와 무관한 영역에서는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김상호 사회자]
공무원의 정치 기본권과 관련해 허용이 필요하거나 가능한 기본권의 범위는 무엇이고, 반대로 허용하기 어렵다고 생각되는 범위가 있다면 어느 것일까요?

[김규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구본부장]
지금 이런 질문이 나오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저희 공무원, 교사들은 지금까지 온전한 정치 기본권 보장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이게 공무원·교사에게 정치 기본권을 허용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공무원이나 교사가 대한민국 ‘국민이냐, 아니냐’라고 질문을 바꾸면 명확하게 설명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성별, 종교, 사회적 신분에 의해 사회적·경제적·문화적으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헌법 규정도 있고, 국민이면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도 보장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국민의 자유나 권리를 법률로 제한해야 할 일이 부득이하게 발생하면 헌법상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 없습니다. 국민이 가진 권리를 온전히 보장해야 한다는 말씀이고, 공적 영역을 수행하는 공무원·교사를 제한하려 한다면 본질적 내용의 침해가 아니라 부조리와 시행착오 등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줄여 나가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학부모나 일반 시민들이 제일 걱정하는 부분은 “교실이 정치화되면 어떡하느냐”입니다. 교육의 정치화에 대한 우려가 큽니다. 본질적인 주장은 따로 있지만, 가장 쉽게 내세울 수 있는 반대 논리가 “교실을 정치판으로 만들자는 것이냐?”라는 점이니까요.

[김규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구본부장]
충분히 우려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치 기본권이 주어진다면 교육부에서 기준을 마련할 것이고, 우리 교육의 목표가 민주시민 양성이라면 대학 강의실도 특정 후보를 찍으라고 이야기하지 않듯 교사들도 성숙하고 책임이 있기 때문에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외국에서도 다양한 사례가 누적되어 있기 때문에 참고 자료를 활용하면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습니다. 오히려 교사에게 정치 기본권을 주면 수동적인 교육이 능동적으로 바뀌고, 자유로운 지식 전달로 민주시민 양성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교수님께서 보시기에는 행정 공무원, 교사, 경찰, 검찰, 군인 등 여러 직업에 따라 정치 기본권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성중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네, 아까 말씀드린 내용의 연장선입니다. 특별권력관계나 특수신분관계에 가장 크게 적용받는 대상은 군인입니다. 군인은 무력 사용권이 있기 때문에 군인에게는 정치적 활동을 상당히 자제시키는 것이 여전히 맞다고 봅니다. 다른 OECD 국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다음이 경찰입니다. 경찰과 검찰은 수사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고, 수사에 따라 영장을 청구해 사람을 구속할 수도 있는 위치입니다. 그래서 일반 공무원이나 교사보다 더 엄격하게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정치적 중립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머지 일반 공무원은 중간 단계에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교사들에 대해서는, 본부장님이 잠깐 말씀하셨지만 편향되지 않는다면 민주시민 양성은 국가적 아젠다입니다. 학생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판단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한데, 교사가 자신의 성향이 진보든 보수든 중립이든 한쪽으로 치우치지만 않는다면, 수업에서 여러 입장을 균형 있게 소개하고 학생들이 스스로 판단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한다면 교사에게는 오히려 더 빨리 정치 기본권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김규환 본부장께서는 정치 기본권을 전면적으로 공무원과 교사들에게 차별 없이 줘야 한다고 보십니까?

[김규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구본부장]
지금 노조를 할 수 있는 권리 자체가 현재 경찰도 직장협의회에서 발의하고 있고 열어 주는 흐름입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경찰 노조가 있고 공권력이 강한 분야에도 노조할 권리를 주고 있습니다. 이런 점과 궤를 같이해 정치 기본권을 주더라도 성숙한 민주사회에서는 자정 작용을 할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또 하나 말씀드리면, 교사들에 대한 우려에 대해 답변을 제대로 못 드렸는데 각종 토론회에서 교사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성숙과 미성숙으로 나눠 왜 우리만 제한하느냐. 학원 강사도 있고 연예인도 있는데, 연예인이 특정 정치인을 지지해도 괜찮다고 하지 않느냐. 왜 유독 교사만 우려해서 정치 기본권을 주지 않느냐.” 이러한 현장의 의견이 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비상계엄 사태 관련 공무원 관여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헌법 존중 정부혁신 TF’가 출범했습니다. 휴대전화 조사까지 언급되는데, 조사한다는 사실 자체가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김규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구본부장]
결론적으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공무원은 정부 운영 주체가 바뀔 때마다 수갑이 채워지거나 검찰과 경찰 조사를 받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지난 정부의 과오가 남은 공무원들에게 전가되고,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갑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큰 원인은 정치적 자유가 온전히 보장되지 않아 위법·부당한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모든 공직자가 잠재적 범죄자 취급받거나 사생활이 침해되고 비인간적인 조사가 이루어져서는 안 됩니다. 이번 조사가 공직사회를 위축시키거나 길들이는 방식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성중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저도 말씀드리겠습니다. 이건 ‘헌법 존중 TF’라는 명칭과 전혀 반대되는 행동입니다. 사실상 ‘헌법침해 TF’라고 볼 수 있습니다. 휴대전화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또 다른 ‘디지털 인격체’라고 미국 법원에서도 판시했습니다. 휴대전화 제출은 개인정보가 완전히 털리는 것이고, 나체를 공개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또한 휴대전화 제출은 법적으로 영장 적용 범위입니다. 이러한 조치는 헌법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도저히 동의할 수 없습니다. 독일에서도 나치 잔당 색출 시기에 사용하던 방식인데, 그걸 들고 와서 정당화하려는 것은 부적절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공무원과 교원의 정치 기본권이 보장되면 변화가 나타날 텐데, 긍정적 변화든 우려든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짧게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또 향후 입법 과정에서 필요한 점도 함께 부탁드립니다.

[김규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구본부장]
그동안 침묵을 강요받아 왔는데 정치 기본권이 주어지면 공무원과 교사가 현장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정책 결정에도 참여해 각종 부당함과 부조리를 끝낼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적극적인 행정을 펼치고, 밝고 투명한 사회로 나아가 국민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말씀드렸듯 ‘공무원·교사의 온전한 기본권 보장’입니다. 국민임에도 공무원·교사는 말을 못 하고 생각을 표현하지 못하며 침묵을 강요받아 왔습니다. 이제라도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 정치 기본권을 차별 없이 보장해야 합니다.

[성중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복종 의무 삭제에 대한 우려도 있고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무한정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걱정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용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국가 정책의 가장 전문가 집단은 공무원입니다. 특히 실무자들은 한 분야를 꾸준히 수행한 전문가들입니다. 이들에게 다양한 표현 기회를 주면 정책의 잘못을 지적하고 수정할 수 있는 ‘소신 행정’이 가능해집니다. 이 같은 시도는 정책 다양성을 확대하며, 실용주의적 측면에서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오늘 ‘토크ON: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 기본권 보장’ 주제로 성중탁 교수님, 김규환 본부장님 모시고 이야기 나눴습니다. 두 분의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오늘 토크ON 시간 마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 시사on
  • # 토크on
  • # 공무원
  • # 정치기본권

Copyright © Daegu Munhwa Broadcasting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