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무원과 교원들 사이에서 정치 기본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공무원과 교사도 시민으로서 시대 변화에 맞게 헌법에 보장된 정치적 의사 표명과 정당 가입 등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공무원 노조와 교원 단체는 이재명 정부가 국정 과제로 약속했던 공무원 정치 기본권 보장의 신속한 추진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오늘 <토크ON>은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 기본권을 주제로 토론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안녕하십니까? 오늘 함께하실 두 분 소개합니다. 성중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규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구본부장 나오셨습니다. 공무원 정치 기본권에 대한 이야기는 생각보다 역사가 오래된 것 같은데요. 최근 공무원과 교사들이 정치 기본권을 강하게 요구하는 이유와 배경을 살펴보겠습니다. 김규환 본부장께서 먼저 해주실까요?
[김규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구본부장]
1960년대 이승만 정권 때 집권여당이 선거에서 불리해지자 공무원들을 대거 동원했습니다. 3·15 부정선거가 이러한 잘못을 반성하고 다시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 4·19 혁명 이후 공무원의 정치 중립을 명문화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뒤이은 5·16 군사정변 이후 군사정권에서는 공무원의 정치 중립을 ‘비정치’로 해석해 공무원은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개별법으로 촘촘하게, 포괄적이고 획일적으로 공무원과 교사들의 정치 자유를 제한했습니다.
그때부터 공무원과 교사들이 이 문제를 꾸준히 60년간 제기해 왔고, 최근에는 국제사회와 국제기구, 국가인권위에서도 공무원의 기본권 제한이 너무 과도하다며 개정을 요청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민주사회가 된 지금까지도 ‘시기상조’라며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최근 강하게 요구하는 이유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며, 집권여당에서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고 많은 국회의원들의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촉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상호 사회자]
교수님, 우리나라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다는 사실은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현행법은 공무원과 교사들의 정치 활동을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제한하고 있습니까?
[성중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먼저 헌법 제7조에서 “일반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보장한다”라고 규정합니다. 여기서 ‘보장’이라는 표현이 중요합니다. 원래 취지는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해 공무원이 흔들림 없이 공직을 수행하도록 하려는 것이었는데, 보장이 의무로 바뀐 측면이 있습니다.
교육공무원과 관련해서는 헌법 제31조 4항에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보장되어야 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하위 법률에서는 국가공무원법 65조, 교육기본법 6조, 정당법,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등이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 활동을 일절 금지하고 있습니다. 애초 헌법은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해 공무원이 특정 정당에 휘둘리지 않도록 하는 목적이었는데, 이것이 정치 활동을 전면 금지하는 방향으로 변질된 측면이 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하나의 선언적 조문 때문에 모든 정치 활동이 제약되는 것인지, 아니면 구체적인 법 조항들이 여러 곳에서 제약을 두고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성중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표적인 것이 ‘국가공무원법 65조’입니다. 공무원은 정치 관여를 할 수 없으며, 정당 가입, 정치단체 결성·참여, 선거운동 등을 전면 금지하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위반하면 형사처벌까지 가능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김규환 본부장께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상들에 대해 질문을 드려보겠습니다. 현행법의 한계를 이용해 아예 정치적 표현까지도 못 하게 하는 사례들이 있고, 정도가 심각하다고 느끼고 계신 것 같은데요. 소개해 주신다면 어떤 사례들이 있을까요?
[김규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구본부장]
현재 현장에서는 공무원과 교사들이 정치적 중립을 위반했을 때 형사처벌로 이어져 당연퇴직 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위축되고 있습니다. 제 경험상 몸에 배어 있기 때문에 복지부동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입을 막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입을 봉인했다고 보면 됩니다.
또 어느 공무원이 자신의 신분상·인사상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정부나 단체장을 비판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한 사례를 말씀드리면, 지난 6.3 대통령선거 기간에 행정안전부가 지방 공무원을 감찰했습니다. 특히 SNS에서 정치적 글에 ‘좋아요’를 누른 공무원을 표적으로 삼아서 내려왔고요. 그때 처음 알았던 것이 ‘좋아요’ 개수에 따라 징계 수위가 달라진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SNS 게시글 ‘좋아요’ 100개 이상이면 감봉, 견책 등 처벌 수위가 달라지더라고요. 또 다른 사례로, 2022년에 공무원노동조합에서 윤석열 정부의 정책 평가를 위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울산 지역 공무원 3명이 참여했다는 이유로 징계 받았습니다.
제가 직접 겪은 사례도 있습니다. 공무원에 입직하고 얼마 안 되었을 때, 동사무소 동장님이 새로 오셨는데 갑자기 출근을 안 하시더라고요. 알아보니 인터넷상 정치적 글에 댓글을 달았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받고 당연퇴직 되었습니다. 이렇다 보니 공직사회가 위축되고 눈치 볼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공직사회에서 대부분의 비리는 정책 결정 권한을 가진 선출직·정치직 공무원과 그 눈치를 보며 동조하고 줄을 서는 고위직 공무원들 때문에 발생하는데, 이 과정에서 하위직 공무원들은 강제 동원됩니다.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정권의 하수인’, ‘부역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공직사회 자체의 사회적 지위도 약화하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공무원들에게는 정치적 중립을 지키라고 하면서 정작 선출직 공무원인 지자체장들은 예외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성 교수님, 선출직 공무원들은 왜 예외가 되는 겁니까?
[성중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제가 보기에는 ‘민주적 정당성’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적 정당성은 국민이나 지방자치단체 주민의 직접 투표로 선출된 것에서 나오는 권한이죠. 일반 시험을 통해 임용된 일반직 공무원들과는 다른 대우를 받습니다. 제가 헌법재판을 강의하면서 느끼는 점인데 ‘민주적 정당성’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상당한 권력입니다. 그래서 일반 공무원에게는 정치적 중립을 강하게 요구하면서도, 선출직 공무원들은 정치적 표현이 비교적 폭넓게 허용되는 모습들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김포시는 작년 대선을 앞두고 빨간색 현수막으로 도시를 도배해 선관위에 고발되었고, 과거 민주당 시장 시절에는 파란색 현수막으로 도배해 또 시정 조치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또 대구·경북에서는 작년 연말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동대구역에서 탄핵 반대 시위에서 애국가를 제창해 선관위 고발까지 되었지만, 선관위는 “탄핵은 선거가 아니므로 공직선거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며 무혐의로 처리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같은 공무원인데 선출직 공무원에게는 정치적 표현이 넓게 허용되는 형평성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1년 전 있었던 12.3 비상계엄 이후 공무원들의 정치 기본권 보장 논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느낌도 있습니다. 비상계엄 사태와 지금의 정치 기본권 논의는 어떻게 연결될까요? 어떤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김규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구본부장]
일반적으로 공무원들이 위법·부당한 명령이나 지시가 떨어졌을 때 이를 거부하거나 비판하는 건 매우 어렵습니다. 때로는 직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령 당시 위법하다고 판단해 따르지 않은 군 간부나 명령 체계에 있던 공무원들의 소극적 행동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신분상 불이익을 넘어 목숨까지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도 그런 행동을 보였습니다. 이것은 공무원·교사의 정치 기본권이 ‘저항권’의 의미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성중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간단히 보충하면 공무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 폐해가 12.3 비상계엄에서 드러났다고 봅니다. 정치 개입 금지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명령에 대한 거부나 비판이 봉쇄되는 효과가 컸고, 그것이 오히려 비상계엄과 같은 사태가 벌어지는 데 영향을 준 측면이 있습니다. 일부 의미 있는 분들은 명령을 따르지 않았지만, 다수의 공무원은 직이 걸려 있으니 쉽게 “반대한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그런 구조가 오남용될 소지가 컸다고 봅니다.

[김상호 사회자]
공무원들의 정치적 입장 표명이 자유로워지고 일상화되면, 만약 공무원 다수와 정치적 입장이 다른 지자체장이 오면 조직 내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성중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OECD 국가를 비롯해 미국·일본·독일·프랑스 등 우리가 참고하는 나라들은 공통으로 한 가지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직무 수행 중에는 정치 활동 금지, 업무 외 시간에는 정치적 표현 보장입니다.
즉, 근무 시간과 직무 관련 영역에서는 정치적 표현을 금지하고, 퇴근 후나 주말 등 개인 시간에는 SNS 글 작성, 집회·시위 참여 등 정치적 표현을 허용하는 방향이죠. 그래서 업무 수행 과정에서 지자체장이나 상급자의 정치적 견해와 다르다는 이유로 “당신 뜻을 따를 수 없다”라고 말하며 정치적 자유를 행사하는 것은 본래 허용하려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는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이 둘은 정확히 구별해야 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정치적 활동을 업무 시간에 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김규환 본부장께서는 이런 걱정하는 시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규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구본부장]
현실적으로 예를 들면 공무원이 공공 영역에서 직무를 수행하는 동안 ‘이 당을 지지한다’라고 해서 등본을 안 떼준다거나, 혹은 ‘저 당을 지지한다’라고 해서 잘 떼주고 빨리 처리해 주고 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습니다. 신분상의 정치적 중립으로 해석하다 보니 공무원은 24시간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직무상의 정치 중립’으로 보면 근무 시간과 직무 수행 과정에서만 중립을 지키면 되고, 퇴근 후에는 자연스럽게 술 한잔하며 정치 이야기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는 24시간 정치적 중립을 강요받고 있어 표현의 자유가 크게 제한되고, 말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김상호 사회자]
더 추가로 하실 말씀 있으신가요?

[성중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실 공무원이나 군인과 같은 직군은 전통적인 헌법학에서 ‘특별권력관계’라는 이론으로 설명됐습니다. 지금은 ‘특수신분관계’라는 용어로 교과서에서 다뤄지며 여전히 살아 있는 이론입니다. 일반 국민과 비교한다면 공무원은 국가와 국민 전체를 위한 ‘봉사자’ 개념입니다. 스스로 선택해 공무원이 되었기 때문에 일반 국민보다 기본권 제한을 더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 이론의 핵심입니다.
오늘날에는 해당 이론이 약화했다는 주장도 있지만 저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법률상 전면 금지는 헌법의 과잉금지 원칙 위반 소지가 있어, 물꼬를 열어주는 ‘완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면적으로 막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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