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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ON] ② 포스트 APEC, 앞으로의 과제는?

김은혜 기자 입력 2025-11-10 14:00:00 조회수 32

APEC 기간에는 숨 가쁜 릴레이 정상외교가 이어졌습니다. 한미 관세 협상 타결과 미·중 갈등 국면이 급한 불을 끄며 의미를 더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와 함께 경주 APEC을 계기로 국가적으로는 90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고, 경북도는 APEC을 전후해 3조 8천억 원의 투자를 가시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제는 수많은 결과물을 낸 APEC을 어떻게 활용할지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토크ON>은 포스트 APEC 시대에 필요한 전략은 무엇인지 토론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관세 협상부터 얘기해 볼까요? 총규모는 2,000억 달러, 연간 200억 달러를 넘지 않는 선에서, 우리가 여력이 안 되면 200억 달러를 맞추지 않아도 된다는 정도의 얘기를 듣고 ‘예상치 못했던 극적 타결’이라고들 많이 했는데요. 이 교수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이정태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관세 협상 타결은 두 가지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 관세 부분에서 자동차와 철강이 25%에서 15%로 내려온 것이 있고, 그 외 항목의 관세 조정이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앞으로 그 기준에 맞춰 진행된다고 보면 한국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줄 걸로 생각합니다.

또 하나, 이번에 부담이 됐던 것 중 하나가 3,500억 달러 현금 투자였는데요. 다행히 스와프라든가 여러 제도를 통해 대안을 제시했지만 막혀 있다가 극적으로 타결이 된 상황입니다. 연간 200억 달러 정도를 제공하고, 나머지 1,500억 달러 정도는 마스가 투자를 통해 돌리겠다는 건 상당히 고무적인 일입니다.

트럼프 정부 측에서 3,500억 달러를 한국에 요구했을 때 결국 장사꾼의 계산이 있었다고 봅니다. 우리가 3,5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한다면, 미국은 무엇을 대가로 줄까를 고민했을 때 결국 드러난 것이 ‘마스가’라는 선박 산업이죠. 미국이 해양 세력으로서 주축이 돼야 하는 상황인데, 자국의 조선산업이 완전히 몰락한 상태입니다. 지금 선박 수주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을 제외하면 한국이 유일한 대안입니다. 미국이 군함부터 상선까지 발주하려면 설계도를 줘야 하고, 그 설계도가 한국에 넘어올 때 기술 유출 등에 대한 보증금이 필요했을 겁니다. 그렇다면 3,500억 달러는 보증금 성격이라고 볼 수도 있겠죠.

결국 핵심은 1,500억 달러 투자에 포함된 ‘마스가 사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측면에서 미국이 궁지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앞으로 협상에서 우리가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역대 정권에서 계속 논의됐던 핵잠수함 도입이 이번 APEC을 계기로 물꼬를 튼 것 같습니다. 교수님, 미국 조선산업 부흥과 관련된 우리의 진출이 일종의 ‘보상 차원’이라고도 볼 수 있을까요?

[이정태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핵 추진 잠수함에 대한 미국의 동의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한반도는 핵 족쇄가 채워진 상태에서 여러모로 힘들었습니다.

남북한 전력의 가장 큰 차이는 ‘핵전력’입니다. 이제 우리가 핵 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면, 핵 재처리나 우라늄 농축, 핵연료 확보가 가능해집니다. 또 소형 원자로를 자유롭게 장착할 수 있다면, 소위 말해 ‘핵 능력을 갖춘 국가’로 거듭나 국제사회의 공인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이게 가장 큰 차이입니다.

그렇게 되면 동아시아의 전력 구조나 국제 관계가 크게 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이 핵을 갖게 되면 일본도 핵 준비를 할 겁니다. 그렇게 되면 북한, 한국, 일본이 모두 핵을 갖게 되고, 중국까지 포함하면 동아시아 전체가 핵 국가가 됩니다.

만약 동아시아가 핵 균형 상태가 된다면, 미국의 전력이 주둔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 됩니다. 그건 미국은 불리할 수 있지만, 다시 말하면 가장 불편한 국가는 중국이 될 겁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트럼프도 큰 도박을 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우려되는 점은 정상 간에 이런 논의가 있었더라도 실제로 실행까지 가기엔 갈 길이 멀다는 점입니다. 특히 가까운 이웃 국가인 일본이 적극적으로 방해 공작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김상호 사회자]
미국 의회의 통과도 사실 많은 분들이 걱정하시더군요. 김병욱 위원님, 추가로 하실 말씀 있으신가요?

[김병욱 경북연구원 미래전략연구실 부연구위원]
이번에 200억 달러라는 상한선을 두었다는 점은 굉장히 고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환율이나 인플레이션을 고려했을 때, 또 달러 가치가 시간이 갈수록 하락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2,000억 달러라는 명목 금액은 실질적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장기적으로는 우리에게 유리하고, 이번 투자 규모와 속도를 우리가 주도한 ‘실리외교’의 성과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또 하나 짚어볼 문제가 중국과의 관계입니다. 한중 정상이 만나 원화·위안화 통화 스와프 계약을 포함한 민생 현안 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했는데요. 기대했던 한한령 해제나 중국의 한국 관광 제한 완화 등, 실질적으로 체감할 만한 조치가 없었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정태 교수께서는 시진핑 주석이 11년 만에 방한했는데, 성과를 어떻게 보십니까?

[이정태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외교는 국가의 실익을 챙기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이 공식적이지는 않지만 ‘한한령’을 발동해 한국 문화를 차단한 가장 큰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사드였지만 실제로는 한국 문화의 유입이 중국 체제에 위협이 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국은 한국 문화의 유입을 굉장히 조심해 왔습니다. 시진핑 주석이 3연임에 성공하면서, 중국은 민주국가와 점점 멀어지고 있죠. 그런 상황에서 한한령 해제는 내부적으로 더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최근 중국과 한국 사이에 비자 면제 프로그램이 가동되고 있습니다. 경제적·교류 측면에서 서로가 필요하다는 신호입니다. 이번 회담에서도 시진핑 주석이 “내년에는 선전에서 나비가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하자”는 상징적인 발언을 했습니다. 결국 교류를 확대하자는 의미입니다.

저는 시진핑 주석의 발언이 정부 주도의 문화 통제만으로는 시대를 막을 수 없다는 걸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에도 이제 MZ세대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MZ세대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특징을 가지고 있고,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도 MZ세대의 ‘반란’이 정치에 영향을 미친 사례들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시진핑 주석도 어쩔 수 없이 한한령을 해제하고 문화 교류를 확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김상호 사회자]
김병욱 위원께는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특히 이번 개최지인 경주 지역에 어떤 문화 교류나 기대하신 부분이 있었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혹시 기대만큼 성과를 얻지 못한 점이나, 반대로 의미 있는 결과가 있었다면 소개해 주시죠.

[김병욱 경북연구원 미래전략연구실 부연구위원]
‘문화’라는 키워드를 경주 선언에 넣는 과정에서 가장 우려했던 건, 다음 개최지인 중국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그런데 중국이 참가했고, 회의 현장에서 경주 선언이 합의됐다는 것은 이 ‘문화’ 개념이 중국에도 어느 정도 수용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교수님 말씀처럼 문화라는 건 경계선 안에 머무는 게 아니라, 경계를 넘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중국과 한국 모두 고유한 문화를 주장하기보다는, 함께 만들어가는 ‘합의의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이번에 기대했던 성과가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봅니다.
[김상호 사회자]
진정한 성공은 김병욱 위원께서 말씀하셨듯, 남겨둔 10점의 완성에 달려 있을 겁니다. 앞으로 이번 성과를 얼마나 더 큰 결과로 확장하느냐가 관건인데요. 먼저 포스트 APEC 전략, 김병욱 위원께 들어보겠습니다.

[김병욱 경북연구원 미래전략연구실 부연구위원]
APEC 운영과 인프라 준비는 APEC 준비지원단이 담당했지만, 경상북도 정책기획관실과 경북연구원은 지난 3월부터 포스트 APEC 사업을 함께 준비해 왔습니다. 10개 정도의 사업을 간추렸고, 그중 가장 핵심적으로 추진 중인 것이 '세계경주포럼'과 'APEC 문화의 전당'입니다. 두 사업은 올해 8월 열린 문화산업 고위급 대화에서 시범적으로 제안했던 안건이기도 합니다. 물론 예산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경주 선언을 통해 ‘문화’라는 키워드가 다시 주목받고 있고 경주가 세계적으로 알려진 만큼, 포스트 APEC 사업이 더 탄력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준비 중인 세계경주포럼은 ‘문화 분야의 다보스포럼’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포럼이 정례화되어 매년 경주에서 열리고, APEC 정상들이 다시 경주를 찾게 된다면 경주의 문화가 지속적으로 세계에 알려질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경주의 문화는 그곳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최첨단 기술과 결합해 재탄생하는 문화입니다. 이 점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다면, 세계경주포럼 자체가 포스트 APEC 사업의 중요한 기폭제가 될 것입니다. 이런 전략으로 경주를 알리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이 교수님, 포스트 APEC 전략에 대해 추가로 말씀 주실 내용이 있으시면 부탁드립니다.

[이정태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경주가 갖고 있는 최고의 상품은 역사와 문화입니다. 그중에서도 ‘첨성대’는 우리 문화의 미래지향적인 상징이라고 봅니다.

이번 APEC의 핵심은 정상회의도 중요했지만, CEO 서밋이었습니다. 특히 엔비디아의 젠슨 황, 삼성의 이재용 회장, 현대자동차 정의선 회장이 서울에서 치맥 파티를 하고 경주로 이어지는 과정이 있었죠. 그리고 젠슨 황이 GPU 26만 장을 한국에 제공하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AI 시대 전환의 가장 중심적인 인프라를 한국이 구축하겠다는 의미입니다.

GPU 26만 장이 활용되려면 반드시 데이터센터가 필요합니다. 데이터센터는 가장 안전하고, 에너지 공급이 원활하며, 유사시 이동이 가능한 지역에 있어야 합니다. 그곳이 바로 경주입니다. 경주는 문화 콘텐츠를 통해 사람들을 유인할 수도 있지만, CPU부터 GPU, 데이터센터까지 들어서면 자연스럽게 젊은 인구가 모이게 됩니다. 따라서 앞으로 경주가 새로운 도시로 탈바꿈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대내외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의 평가는 다소 박했습니다. 이 교수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이정태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저 역시 APEC 기간에 노심초사했습니다. 혹시나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됐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님들도 같은 마음이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정치적으로 해석되니 섭섭한 면이 있지만, 이건 국가지대사입니다. 국가의 수준, 애국의 수준, 그리고 국가 이익의 수준에서 판단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이제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APEC을 되돌아보면서, 이번 행사의 한계나 앞으로 유사한 행사를 준비할 때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병욱 경북연구원 미래전략연구실 부연구위원]
지방 소도시가 주도하는 국가 행사는 막대한 예산 지원이 필수적입니다. 해보지 않은 길을 가는 만큼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그 불확실성에 대한 지원과 믿음, 그리고 예산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경주의 성공을 계기로, 앞으로 더 많은 지방 소도시가 국가 행사를 통해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APEC의 기본 틀을 만든 ‘보고르 협약’처럼, 이번 경주 선언이 새로운 전환점이 되는 이정표 역할을 하길 희망합니다. ‘경주 선언’이 APEC의 또 다른 시대를 여는 상징이 되기를 바라며, 오늘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이정태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행사 준비 기간 동안 저도 경주를 자주 찾았습니다. 보도블록 정비나 나무에 수액을 매다는 시민들의 모습에서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경주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흠결 없는 APEC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합니다. 자부심을 경주 시민과 경북도가 크게 느끼고 있을 것이고요, 손님맞이에서도 밝은 표정으로 이어졌다고 봅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중간에 어려움을 호소하신 분들도 있었다는 겁니다. 서울에서 많은 인력이 내려와 브리핑 등으로 너무 바빠 일할 여유가 없었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런 행사를 할 때는 지원 체계가 단계별로 다르겠지만, 말씀드린 대로 예산을 충분히 지원하고 법적 제도 정비를 통해 더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지역민들을 적극적으로 격려하는 시스템을 갖춘다면, 말 그대로 지방화 시대에 지방이 중심이 되는 대한민국을 실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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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혜 greatkeh@dgmb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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