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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ON] ① "경주에서 만난 세계"···막 내린 APEC, 무엇을 남겼나?

김은혜 기자 입력 2025-11-09 12:38:20 조회수 36

세계 21개국이 참여한 아시아 태평양 경제 협력체인 APEC 정상회의가 '경주 선언'을 채택하고 성황리에 막을 내렸습니다. 당초 인구 25만 지방 도시에서 국제 행사를 개최한다고 했을 때 세간의 우려도 있었지만, '300일의 기적'이라고 불릴 정도로 실수 없는 진행이 빛났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 기간에 한미 관세 협상 타결과 세기의 담판으로 불리는 미중 정상회담, 한일, 한중 정상회담까지 숨 가쁜 외교 총력전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토크ON>은 2025 경주 APEC이 남긴 성과는 무엇인지 논의하는 시간 가져봅니다.

[김상호 사회자]
이정태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병욱 경북연구원 미래전략연구실 부연구위원 나오셨습니다. 이번 경주 APEC에 대해서 총평을 먼저 듣고 말씀 나누겠습니다.

[이정태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우선 APEC이 굉장히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고 평가하는 것은 아주 작은 사소한 실수도 없었고 안전 측면에서 가장 완벽했다는 이런 측면에서 회의를 준비한 입장에서는 아주 잘했다고 평가합니다. 100점 만점에 110점을 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외교라는 측면에서 조금 부족한 점이 있긴 한데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의 마지막까지 있지 않았고 푸틴도 전쟁 때문에 참석하지 못해서 그런 점이 조금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김병욱 위원은 어떻게 평가하시고 점수는 얼마나 주실런지요?

[김병욱 경북연구원 부연구위원]
저는 이번 APEC이 지방이 주도한 외교의 성공적인 사례라고 생각하고요.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시도민들이 다 함께 노력해서 참여해서 이루어낸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문화가 전면에 등장하고 문화가 경제와 외교를 선도할 수 있는 좋은 사례를 보여줬던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서 성과가 매우 크다고 생각하고요.

교수님께서도 말씀해 주셨지만 사건 사고가 하나도 없었다는 부분이 가장 가시적인 성과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았지만, 경찰, 의료진들 그리고 상황실을 지켰던 공무원들의 노력과 모든 시민의 밤낮 없는 참여와 노력이 이런 결실을 맺었다고 보고 저는 100점 만점에 90점을 드리는데 나머지 10점은 포스트 APEC 사업, 이 도시의 브랜딩 사업이 채워 나갈 것으로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일이 막상 진행되기 전에는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특히나 지난해 6월에 개최 도시로 결정되고 난 뒤에 다들 아시겠지만, 과연 APEC이 진행될 수 있을까를 걱정할 정도로 정치적 혼란이 있었고 준비 과정에서도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을 것 같은데 옆에서 많이 보시지 않았습니까?

[김병욱 경북연구원 부연구위원]
이번 APEC을 많은 분들이 300일의 기적이라고 표현하십니다. 그러니까 2024년 6월에 APEC 경주 유치가 확정됐고요. 그리고 11월 말에 가서야 예산 지원에 대한 근거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이 예산을 가지고 인프라를 본격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300여 일밖에 안 됐다는 것이고요.

실무에 계시는 분들이 가장 좀 속상했었던 부분들은 국제, 국내 정세에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과연 인구 25만의 경주라는 소도시가 APEC이라는 큰 행사를 치를 수 있겠냐? 이런 우려 섞인 시선들에 대해서 좀 많이 힘들었다고 하시고요. 무엇보다 제2의 잼버리 사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섞인 모습들에 대해서도 상처를 많이 받으셨었던 모양입니다.근데 역설적이게도 그런 부분들 때문에 경북도지사님과 경주시장님, 모든 경북 도민들이 힘을 합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하고요. 천 개에 가까운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일일이 하나씩 체크하면서 준비했고 실제로 APEC이 있기 한 두세 달 전부터는 경북도지사님은 아예 경주에 상주하면서 실무진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현장에서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하면서 준비한 모습들을 보니까 어떻게 보면 그런 우려 섞인 시선과 어려움들이 좋은 성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원동력이 아니었나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김상호 사회자]
IMF 총재, 캐나다 총리 배우자 등등 여러분들이 경주가 자랑하는 가장 대표적인 문화유산을 찾았고 기타 여러 가지 내용으로 경주가 가지고 있는 유무형의 문화적 자산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국가적 차원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정태 교수님 어떻게 보십니까?

[이정태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우선 왜 경주였는가를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의장국이 되면서 신청한 도시가 제주도, 인천, 경주였습니다. 많은 분이 지난 정부 때 약간의 기회를 줬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경주 APEC이었다는 이유가 있습니다. 천년 신라라는 굉장히 오래된 역사적 기반이 있습니다. 천년 신라 동안 했던 것들이 바로 고대 실크로드의 출발점이자 끝점이었습니다. APEC은 아시아 태평양 경제 공동체 협력체로 경제적인 영역에서의 협력이 기존에 출발할 때는 미국을 중심으로 해서 출발했는데요.


이번 경주 APEC을 계기로 보면 큰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다음 주최지가 중국이고 그다음이 베트남입니다. 다시 이야기하면 중심이 아시아 쪽으로 옮겨지는 상황입니다. 그러면 해양 중심 도시인 제주도나 인천보다 고대 실크로드에서 해양 실크로드와 육상 실크로드의 중심지인 경주가 적절했다, 다시 이야기하면 큰 전략적 전환 포인트가 바로 경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라든가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북극 항로의 개척 이런 것들이 접점이 될 수 있는 지역이 바로 경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상호 사회자]
김병욱 위원께서는 지역 차원에서 APEC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김병욱 경북연구원 부연구위원]
우선 유치 경쟁 당시에 많이 나왔었던 표현부터 살펴보면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인프라는 만들 수 있지만 신라 천 년의 유산은 만들 수 없다, 신라는 열려 있는 박물관과 같다는 표현을 많이 하셨는데요. 저는 이 표현을 좀 곱씹어 보면 APEC과 함께 지방이 만들어낸 의미를 좀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신라라는 곳은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간직한 곳이 아니라 이곳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을 신라 천 년의 역사적 서사와 함께 맞물려서 이곳을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 많은 관광객의 경험과 시선에 의해서 재탄생하면서 열린 공간이 아닌가 생각하게 됐고요.그런 의미에서 지방이 문화를 중심으로 이런 외교와 경제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사례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는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이 교수님 이번 APEC 정상 합의문이 경주 선언입니다. 만장일치로 채택이 됐는데요. 다자무역 체제 지지라는 표현이 이례적으로 빠졌다고 합니다. 이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짚어주시고 그래도 미·중 갈등이 심했는데 공동선언 채택된 것만으로도 이 정도면 성과라고 만족해야 할까요?

[이정태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다자무역 체제라든가 APEC이 지향하는 자유무역 이런 부분들이 다시 보정되지 않았다는 부분은 좀 아쉬운 점이 있지만 전체적인 틀에서 보면 미·중 정상회담이 성립될까 이런 우려는 일단은 성사가 됐고 양자 회담을 통해서 지금 전개되고 있는 관세 전쟁이 어느 정도 유보, 휴전 상태로 전환된 이런 점에서는 굉장히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김상호 사회자]
경주 선언의 또 중요한 내용 중 하나가 문화 창조 산업 협력 필요성 제기되지 않았습니까?이게 처음으로 명문화되기도 했는데요. 문화 창조 산업 협력 필요성에 대한 이번에 명문화된 것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김병욱 경북연구원 부연구위원]
APEC은 경제 협력체입니다. 그래서 사실은 문화 아젠다가 이렇게 공식 선언문에 들어갔던 것은 최초이고요. 지난 8월에 열렸던 문화 산업 고위급 대화 역시도 장관급 회의였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은 공식 회의로는 인정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분명히 어떠한 계기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하고요. 문화 창조 산업에 대한 협력이라는 키워드가 경주 선언에 포함된 것은 그게 갖고 있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을 겁니다. 경제협력 공동체였던 APEC이 새로운 활로를 찾아서 문화를 중심으로 각국이 힘들어했던 교류의 장을 문화가 풀어낼 가능성을 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APEC에서 인상적인 장면들이 좀 있었습니다. 제일 얘기 많이 된 것부터 한번 얘기해 보죠. 각 정상에게 우리 측에서 전달한 선물도 있고 또 받은 것들도 있습니다. 복잡한 경제나 정치 얘기는 쉽게 안 다가오지만 선물 얘기는 즉각적으로 다가오지 않습니까? 주고받은 선물의 의미와 상징성에 대해서 이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정태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에서 왕관을 준 의미가 있는데 조금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신라라는 자체가 화백회의를 통해서 부족 연맹체이고 합의체거든요. 그래서 그 대표인 장이 왕관을 쓰는 것은 대표인 동시에 신과 소통할 수 있는 자격 소위 말하면 권위 또는 리더십을 상징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아마 트럼프 대통령이 APEC에서 그런 주도적인 역할을 해달라는 주문이었는데 미국 내의 정치 상황을 들어서 강력하게 오해를 한 것 같습니다. 어쨌든 왕관 선물이 트럼프 대통령을 아주 기쁘게 했다는 점이 있는 것 같고요.

하나 그리고 또 하나가 무궁화 대훈장인데 명분이 굉장히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트럼프 1기 때 3차례에 걸쳐서 북미 회담을 진행했고 그 노력 덕분에 한반도가 평화롭게 상황을 유지했다는 데 대한 고마움을 표시한다고 얘기했는데요. 결국 이제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역할을 계속 해 줬으면 좋겠다는 주문이었다고 이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트럼프 측에서 우리에게 준 선물이 이제 야구 배트와 볼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한민국에 야구 방망이를 줬기 때문에 주변에 신나게 휘둘러라 뭐 이런 의미도 있어 보입니다. 예전에 부시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우리하고 교류한 선물이 카우보이 조끼와 모자였습니다. 말 타고 막 뛰어놀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과정들에서 우리가 G20에 가입하고 이런 것들을 보면 트럼프의 선물 속에 이미 대한민국의 자율성이나 힘을 실어주겠다는 아마 의지가 좀 있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김상호 사회자]김병욱 위원께는 중국 선물 얘기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김병욱 경북연구원 부연구위원]
바둑은 기본적으로 관계이고 그 관계를, 형세를 읽어가면서 서로 수읽기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국제 정세가 굉장히 좀 복잡하고 힘들게 흘러가는 이 시점에 중국과 같이 좋은 관계로서 형세를 읽고 아시아 중심의 이런 외교를 만들어 가자라는 의미로 저는 읽혔고요. 그리고 중국에서 주었던 스마트폰과 문방사우는 APEC에서 강조했었던 최첨단 기술과 신라 천 년의 역사, 문화가 두 개에서 잘 표현이 됐던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이번 APEC을 통해서 우리 여러 문화가 전 세계에 소개되는 계기가 됐는데 김 위원 보시기에 어떤 게 가장 인상이 깊으셨습니까?

[김병욱 경북연구원 부연구위원]
IMF 총재. 캐나다 총리 배우자분이 불국사를 갔던 그 장면들이 굉장히 상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속 말씀드리지만, 이 문화라는 게 APEC을 통해서 얼마만큼 중요한지를 알린 중요한 계기였다고 생각이 들고요.

상공회의소에서는 이번 APEC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7조 4천억 원으로 추산했고, 경북연구원에서는 경북에 대한 파급 효과가 2조 8천억 원 정도라고 예상합니다.

하지만 문화라는 부분은 정량화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문화라는 자산이 이번 APEC을 통해서 세계에 알려지는 순간 우리나라가 APEC을 통해서 갖게 되는 파급적인 효과는 과연 숫자로 매길 수 있을까 생각이 들면서 굉장히 감동적인 APEC이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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