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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보니] K-팝·K-푸드도 있지만···"이젠 K-발레의 시대에요"

윤영균 기자 입력 2025-11-08 10:00:00 조회수 120

역사의 아픔을 춤으로 표현하고, 익숙한 이야기를 새로운 시선으로 풀어내는 발레리나이자 무용학자가 있습니다.

‘오월 바람’에서는 5·18의 아픔을,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에서는 독립의 염원을, 최근작 ‘구미호’에서는 한국적 판타지를 무대에 올리며 창작 발레의 새로운 길을 열고 있는데요. 만나보니, 한국 발레의 정체성을 세우고, 세계 속 ‘K-발레’의 미래를 그려가는 M 발레단 양영은 단장을 만나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M 발레단 단장 발레 안무가 양영은입니다.

Q. 논문이 발표됐는데 그 의미는?
댄스 리서치는 A&HCI급 국제 학술지입니다.

제가 ‘5월 바람’이라는 우리나라 창작 발레, 2020년도에 초연한 작품을 관람하고 느꼈던 관람 경험을 이론적 연구물로 풀어낸 그런 논문입니다.

‘5월 바람’ 공연 사진이 학술지 표지에 실리게 되고 또 표지 논문으로 게재가 되면서 국제 학계에 한국 창작 발레를 알리게 되는 계기가 되고 또 한국 문화에 대해서도 전반적으로 조금 더 국제적인 관심을 유발하게 되는 그런 성과를 낸 논문이었습니다.

Q. '5월 바람'은 어떤 작품인가?
'5월 바람'은 문병남 감독님께서 2020년도에 창작산실(공연 지원사업)로 초연 안무를 하셨습니다.

5·18 민주화 운동의 아픔을 다루는 작품이지만 굉장히 폭력성이나 이런 것들에 집중한다기보다, 주인공이 그 당시 광주에 무용과를 재학하고 있는 여성인데 그 여성의 죽음을 좀 다루고 있는 작품이어서, 오히려 저는 지역이나 정치적인 아픔을 넘어서 대한민국의 근현대사의 큰 아픔 중 하나라고 생각을 하므로 그러한 역사의 한 사건, 그리고 하나의 아픔을 예술로써 또 함께 풀어내고 함께 공감하면서 또 치유할 수 있는 시간을 저희가 이렇게 마련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게 참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그 작품을 올릴 때 관객석에 진짜 많은 사람이 우시는데, 그게 민주화 운동이기 때문에 슬픔을 느끼시는 것도 있으시겠지만, 인류이기 때문에, 인간이기 때문에, 자유를 원하는 근본적인 사랑에 대한 욕구, 욕망,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의 슬픔, 이건 되게 기본적인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전달되면서 같이 슬픔을 나눌 수 있는 예술이 아닐까 싶습니다.

Q. 역사 소재 발레 제작의 어려운 점은?
한국의 역사를 다루면서 발레를 만든다는 건 참 쉽지 않은 작업인 것 같습니다. 어떤 역사적인 사실을 너무 상세하게 설명하려고 하면 발레는 굉장히 어려워집니다.

너무 상세히 설명하게 되면 극이 진전되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에 역사적인 자료를 찾고 조사하고 또 탐구하면서 어떤 장면 전개로 갈 것인가? 그거를 발췌하는 것이 제가 먼저 하는 작업이고, 그러고 나면 그걸 어떻게 연결해서 극의 흐름을 이끌어 갈 것인가? 그 과정 안에서 인물의 감정선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이때 가장 어려운 점은 예술성과 대중성을 함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것인 것 같습니다.

굉장히 스펙터클하면서 입체적인 연출을 구상하는 게 어떤 장면에서 그것을 할 것인가? 선택하는 게 중요하고, 그 강약 조절을 하는 게 예술성과 대중성을 겸비하는 방법이라고 터득을 조금씩 해 나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제가.

Q. 창작 발레 제작이 힘든 이유는?
가장 어려운 점은 우리나라의 창작 지원 체계가 공모 사업을 통해서 주로 이렇게 이루어지는데, 공모 사업이 일회성이 매우 많습니다. 그래서 한 번 창작이 선정돼서 신작을 올리고 나면 그 신작은 한 번에 딱 완성도 있게 나오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계속 편집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상상 속에 있는 걸 무대에 올리는 거예요.

그것들이 제대로 구현될 때도 있고 혹은 약간 아닐 때도 있고 또 템포가 좀 느린데 여기를 조금 다르게 바꿔야 할 것 같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려면 재제작이 꼭 필요합니다.

'백조의 호수' 같은 경우는 황실에서 투자했기 때문에 이미 많은 예산을 투입해서 만들었으나 또 수정 보완을 해야 하니까 또 투자하고 또 투자하고 할 수 있는 형편이었고, 그런데도 계속 수정 보완이 되었던 거고, 그런데 우리나라의 지원 체계는 재제작의 구조가 좀 열악합니다.

재제작을 하기 위해서 저희가 예산을 따러 다니는 게 정말 고군분투해서 따러 다녔습니다.

Q. 발레를 친근하게 느끼게 하는 방법은?
공연을 보러 오시는 분들이 나가실 때 이 공연 너무 재미있었다고 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거 너무 재미있었다, 혹은 이거 너무 슬프지 않아, 나 울었잖아, 이런 말씀을 하실 때 제가 ‘아! 오늘 공연 괜찮았구나, 이분들은 또 오시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데, 예술은 감정의 전염이라는 말을 가장 좋아합니다. 그게 온전히 성취됐을 때 발레가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기계적으로 보이는 테크닉이 잘 돼서 좀 넘어서서 그 과정을 정말 잘 된 테크닉이 뭘 보여주고자 했는지, 뭘 전하고자 했는지, 어떤 감정의 전달인지, 이게 잘 전달이 되면, 잘 전염이 되면 발레가 더 많은 관객분한테 공유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려면 일단 극장에 오셔야 하니까 저희가 다가가는 프로그램들을 많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공연을 할 때는 안중근 의사님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도 따로 모집해서 어린이들이 부모님이랑 같이 공연 전에 ‘공연 전 만나는 안중근 의사님’ 이렇게 해서 그런 걸 교육받고 공연을 보면 아이들에게서 나오는 환호 소리가 엄청 커서 저희도 되게 신기했었어요. 그리고 무대 위에서 조명도 좀 받아보게 해주고 그러면 훨씬···

이게 미래 관객의 창출이 되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Q. 창작 발레가 왜 필요한가?
우리나라도 지금은 세계 국제 콩쿠르에 가서 대부분 상을 휩쓸 만큼 발레 무용수들의 수준이 기량이 엄청나게 많이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런 기량이 있는 무용수들이 테크니션을 좀 넘어서서 정말 진정한 예술가로 성장해 나갈 수 있으려면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창작 작업 안에 함께 해야 그 역할에 대한 탐구도 할 수 있고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과정 안에서 진정한 예술가로 성장해 나갈 수 있게 됩니다.

그런 게 한 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차례 쌓여 나가면서 만들어지는 거라서 앞으로의 10년간 또 20년간 앞으로 한국 발레가 가진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K-발레가 성장해 나가려면 우리만의 레퍼토리는 필수적인 항목이라고 생각하고, 그 과정에 있어서 M 발레단은 민간단체이지만 이미 10년 전부터 그러한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 저희가 만들어 가고 있는 이런 과정이 성장하는 안무가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었으면 하는 그런 바람도 됩니다.

Q. 앞으로 바라는 점은?
실제로 우리나라의 발레계의 현실은 주로 클래식 발레의 경우 해외 라이센스 작품을 수입해서 로열티를 주고 공연을 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M 발레단은 저희가 지금 만든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이나 '5월 바람'이나 또 '구미호'나 이런 작품들은 우리만의 콘텐츠이지만 그 안에 인간이면 다 공감하는 사랑, 자유, 나라를 위한 사랑 이런 것들을 담고 있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국제적인 무대에 수출되고 오히려 로열티를 받고 팔게 되고 가까운 미래에 그러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정말 K-발레의 성과를 내는 단체로 성장해 나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걸 위해서 나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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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균 novirusy@dgmb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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