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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보니] “AI와 연애하면 안 되나요?”···한 정신과 의사의 뜻밖의 답변

윤영균 기자 입력 2025-10-11 10:00:00 조회수 132

요즘은 인공지능과 대화를 나누고, 고민을 털어놓는 일이 낯설지 않죠. 그런데 이제는 AI와 감정 교류를 넘어 ‘연애’를 한다는 사람들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기술이 만든 새로운 감정 관계,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박승현 신경정신과 전문의를 만나, AI와 감정적으로 연결되는 이 현상의 배경과 그 의미를 짚어봤습니다.

Q. 선생님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A.네, 안녕하십니까? 저는 대구 대동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정신과 전문의 박승현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Q. 사람들이 AI를 참 많이 활용하고 있잖아요. 정보 검색은 물론이고 친구처럼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고요. 심지어는 연애 상담이나 아니면 연애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고 하는데,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신경정신과 전문의로서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가요?

A. 시대의 흐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꼭 상담이 아니라도 AI라는 게 결국은 일단 내가 듣기 좋은 소리를 해주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연애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죠.

현실에서의 연애는 내 마음대로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고 실망스러울 때도 있고 상대방에게 실망스러울 수도 있고 나에게 실망스러울 수도 있고 그렇잖아요.

그런데 AI는 무조건 일단 나의 편이 되어 주니까 그런 좌절이나 그런 걸 겪을 일이 없죠. 그리고 내가 새벽 2시에 연락을 하든 언제 연락하든 바로바로 답을 해 주잖아요. 그런 면들이 아무래도 그렇게 느끼는 분들도 있으실 수 있지 않은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이런 분들의 심리는 과연 어떤 걸까요?

A. 지금 우리가 코로나도 겪고 이런저런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사회관계가 많이 축소되고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많아졌다고 하거든요.

대인 관계라는 것도 결국은 연습이 필요하고 나와는 다른 타인과 대화하는 기술 같은 것들이 필요한데, 우리가 코로나 사태 같은 걸 겪으면서 이런 거를 잘 못 하게 됐고,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게 됐거든요. 그러니 현실의 연애에서도 뭔가 두렵고, 내가 이걸 해도 될 거라든지 또 상대방이 부담을 느끼지 않을지 이런 거에 대한 우려가 커지니까, 그래서 연애의 대상을 AI에서 찾는 거 아닐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선생님께서는 AI에게 조금 더 의존하는 것 괜찮다고 보시는 걸까요?

A. 우리나라가 여전히 우울증도 되게 많고 그런데, 특히나 우리가 안 좋은 게 병원이나 이런 도움을 안 받는 우울증이 되게 많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런 분들한테 어쨌든 정신과가 지금은 문턱이 많이 낮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주위에서는 정신과 간다고 하면 그런 시선들이 있으니까 만약에 그게 부담스러워서 내가 도움을 못 받고 있다고 하면 AI한테 물어보셔도 될 것 같아요.

그래도 뭐랄까 조금은 나한테 위안을 줄 수 있을 겁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는 게 사소한 고민이 있으면 물어보시는 거 괜찮은 것 같아요.

저도 잘 물어보거든요. 정말 사소하게 ‘오늘 저 사람이 저렇게 얘기하던데 좀 기분이 나빴다. 어떻게 생각하느냐’든지 뭐 ‘누구랑 다퉜는데 이거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든지 보통 그런 얘기 하면 대개 좋은 이야기해 주거든요.

가끔 환자분들이 아직은 시선이 AI한테 정서적으로 그런 조언을 받았다고 하면 조금은 부끄러워하시는 것 같아요.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거 자체를. 그런데 크게 부끄러워하실 거 없을 것 같고 그냥 가벼운 거 굳이 내가 이거 가지고 상담을 받으러 가야 하나 싶은 거. 이런 거 사소한 거 물어보시고 물어보다 보면 AI가 그런 조언을 할 때도 있어요. 이거는 조금 전문가의 상담을 받으시는 게 좋을 것 같다, 이런 얘기를 해주기도 하거든요. 그러면 이것은 좀 심각하다고 생각하고 병원에 그때 가보셔도 괜찮고요.

Q. AI랑 이런 대화하는 것이라든지 교류하는 것에 너무 몰입하면 부작용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 게 있을까요?

A. 보통 몰입에 대해서 걱정하시는 부분들은 사람이 어디 안 나가고 AI에만 너무 매달리게 되고 지금 그런 사례들이 나오고 있거든요. 독특한 분들이 AI랑 자기 결혼했다고 하면서 결혼식도 올리고 만약에 나나 아니면 내 주위에 누군가가 그렇게 AI에게 너무 몰두해 있고 뭔가 관계를 AI한테 과도하다라고 하면, 왜 내가. 아니면 내 주위에 그 사람이 이 AI에게 몰두하고 있을까? 그거를 생각해 보는 게 먼저라고 생각하거든요.

이 사람이 왜 AI한테 이렇게 매달리느냐, 다른 사람들하고의 관계에서 충족을 시키지 못하는 게 너무 많고, 그런데 새로운 인간관계를 뭔가 만들어내기에는 힘들고, 애초에 그 상황 자체가 내가 많이 아파서 그런 게 아닐까? 뭐 이런 생각을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Q. 정신과 치료하는 현장에서 관련된 사례나 이야기를 들으신 게 있을까요?

A. 어쨌든 제가 보는 분들은 병원까지 오신 분들이니까 AI한테 얘기를 좀 했다고 해도 친구들하고 있었던 스트레스라든지 아니면 가족들하고 있었던 스트레스 그런 거를 AI한테 좀 털어놨더니 좀 마음이 편해지더라, 그 정도 얘기는 제가 현장에서 들었었고, 다들 뭔가 누군가가 AI에 몰두해 있고, 물론 그건 맞아요, 내가 예를 들면 국정원에 감시를 당한다, 이런 망상이 있는데 이걸 AI한테 물어보면 그럴 수도 있다, 왜냐하면 AI가 답변을 하는 건 기본적으로 확률적으로 가능성이 있다면 그거에 관해 이야기해 주거든요.

그러니 뭐 당신이 감시를 당하실 수도 있겠네요,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는데, 제가 봤던 좀 위험한 사례는 봐라, AI한테 물어보니까 미국에 있는 유명한 회사에서 만든 AI가 내가 얘기하는 이런 거는 맞다고 하더라, 이러면서 점점 자기의 그 믿음을 AI의 답변을 보고 그 믿음이 더 강화되고 이게 악성으로 계속 강화가 되는 그런 케이스를 본 적이 있긴 하거든요.

그런데 그런 케이스는 사실 멀쩡한 사람이 AI 때문에 그렇게 되는 거는 거의 없을 거라고 저는 생각을 하고요. 원래도 발병했을 가능성이 높은 분들이 AI를 만나면서 이게 촉발 요인이 돼서 더 그런 게 빨리 증상이 생긴 게 아닐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AI가 상담사로서는 어떨까요? 좀 자질이 있거나 괜찮은 상담사인가요?

A. 미국에서는 의료에 가깝게 챗봇이 나와서 상담하고 24시간 바로바로 답변해 주는 것부터도 너무 의존성을 조장한다든지 그런 우려의 목소리는 나오고 있기는 합니다. 또 그런 이야기들도 있고요. 사람이 어쨌든 인간관계에서 좀 좌절을 겪으면 그런 좌절을 통해서 성장하는 것도 있는데, AI는 무조건 네 말이 맞다고 하고 지지해 주고 이러니까 성장의 기회가 없는 거 아닌가 그런 이야기도 있어요. 좌절을 시키지 않으니까요.

얼마 전에 또 화제가 되었던 무조건 나쁜 말을 해주도록 세팅해 놓은 AI가 있었거든요, 설정이. 이 설정을 해서 하면 무조건 비난합니다. 야! 네가 그런 거 말이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냐, 뭐 정신 차려라, 약간 일부러 이런 세팅을 할 수도 있거든요. 적절하게 팩폭도 날려주고 필요할 때 지지도 해주고 이런 거 좋은 거 만들어 내면 많은 부분에서 상담은 AI가 대체하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쪽이었어요.

Q. 이렇게 상담을 AI랑 많이 하게 되면 정신과에 많이 안 오실 수도 있는 거 아닐까요?

A. 저희가 그거 말고도 되게 바빠요. 일이 많거든요. 그래서 그런 상담을 해서··· 그리고 결국은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우리나라가 지금 우울증 문제도 그렇고 자살률도 되게 높고 해서 일단 뭐가 됐든, AI를 활용했든, 뭐를 해서라도 다들 조금 더 행복해지시면 좋겠습니다.

그런 얘기 있잖아요. 치과의사분들이 양치, 이런 거 강조하는 이유가 오래오래 이빨이 남아 있어야 계속 치료를 받으러도 한 번씩 오시고 하는 거라고 하잖아요. 저희도 마찬가지예요. 많은 분이 행복하게 살아 계셔야 일단 살아 계셔야 병원에 오지 돌아가시면 병원에 오실 분도 없어서···

Q. 앞으로 AI 기술이 점점 더 발전할 텐데 우리가 지켜야 하는 경계선이 있을까요?

A. 많은 분이 얘기하시는 것, 어쨌든 하다 보면 약간 하나의 인격으로 이렇게 생각하게 점점 될 텐데, 도구라고, 이건 하나의 도구다, 나를 뭔가 이렇게 좀 도와주는 도구다,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고, 그런 경계는 둬야 한다고 얘기를 하시죠.

그런데 쓰다 보면 잘 안되는 것 같아요. 일단 저부터 딱 도구로 보는 게 잘 안돼서 어떻게 조언을 해 드리기가 참 애매합니다. 잘 쓰시면 될 것 같습니다. 내가 건강한 사람이라는 전제 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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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균 novirusy@dgmb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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