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과거보다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똑같이 일상을 누리기엔 큰 격차가 존재합니다. 길 하나를 건너는 데도, 화장실 하나를 이용하는 데도 수많은 장벽이 가로막고 있습니다.
이렇듯 장애인에게 외출은 여전히 ‘이벤트’처럼 여겨지고 있고, 도시 곳곳의 장벽은 여전히 높기만 합니다.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섬들’ 정순태 원장의 하루를 따라가며, 장애인의 ‘평범한 일상’이 왜 아직도 특별한 도전이 되어야 하는지 그 불편한 진실을 들여다봤습니다.
“엘리베이터를 같이 탔는데 어머니가 아기를 뒤로 숨기기 바빴어요. 제가 범죄자도 아닌데···”
“제가 버스 정류소 서 있는데도 불구하고 탈 것인지 말 것인지 물어보지도 않고 그냥 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비장애인이나 장애인이나 먹고 싶은 건 똑같고 보고 싶은 건 똑같아요. 다만···”
Q. 원장님 안녕하세요?
A. 안녕하십니까?
Q. 원장님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A. 저는 선별 장애인 보호작업장에 근무하고 있는 정순태라고 합니다.
Q.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좀 달라졌을까요?
A. 저는 많은 변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A. 예를 들어서 옛날에 엘리베이터를 같이 탔는데 어머니가 아기를 뒤로 숨기기 바빴어요. 제가 범죄자도 아닌데 저를 보고 뒤로 숨기기 바빴는데, 요즘은 “아저씨한테 인사해야지”라고 먼저 그렇게 어머니께서 먼저 말씀을 해 주시거든요. 그런 면을 볼 때는 우리 장애인들을 보는 인식은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건물을 이용하려고 하면 편의시설이 있잖아요. 많이 바뀌고 있어요. 휠체어 탄 사람이 그 건물을 이용하기 위해서 편하게 움직일 수도 있고, 다만 이동권, 아직도 교통이라든지 택시를 탄다든지 버스를 탄다든지 조금의 불편함은 있습니다.
Q. 이동권 말씀하셨는데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버스를 이용하실 때 어떤 부분이 불편하셨던 거예요?
A. 아까 보셨다시피 버스가 제가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디로 갈 것인지, 탈 것인지 말 것인지 물어보지도 않고 그냥 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일본 같은 경우는 (버스정류장에) 서 있으면 내려서 물어볼 거고, 기사가 내려서 어디 갈 것이냐, 탈 것이냐 물어볼 건데 제가 타겠다고 의사를 전하지 않아도 일본 같은 경우에는 그렇게 잘하는 부분도 있고요.
Q. 승객들의 눈초리 혹시 어떨까요?
A. 물론 도움을 받아야 해요. 버스 같은 경우는 기사님이 내려오셔서 경사로를 내려 주셔야 하고··· 그만큼 시간이 지체되잖아요.
그러면 아마 탔을 때 바쁜 출근 시간이나 이럴 때는 승객들의 눈초리가 저한테 쏠리지 않을까? 고개를 돌리기 힘들지 않을까? 창밖만 쳐다보면서 나의 목적지까지 가지 않을지 그런 생각이 드네요.
Q. 출근 시간은 비장애인만 바쁜 게 아니라 장애인도 바쁘잖아요. 장애인도 같이 출근해야 하니까?
A. 그게 제 권리고 이동권을 우리가 확보하자는 그런 내용의 운동권에서도 많이 이야기하는 것 같고요. 이동권을 확보해 달라고 하는 부분이고, 그 이동권이 잘 안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 같습니다.
Q. 제가 원장님이랑 같이 휠체어를 타면서 거리를 좀 같이 거닐어 봤잖아요. 너무나 당연했던 길들이 저에게 너무나 힘들고 어려운 길이 됐는데 그게 다 저한테는 장벽으로 느껴졌습니다. 혹시 일상에서 느껴졌던 그런 장벽 좀 있을까요?
A. 일단은 인도 블록 자체가 평지가 아니고 울퉁불퉁하고 중간에 (높낮이) 차가 있고 뭐 물건이 있고, 우리를 위해서 경사로를 놔두는데 그 모든 것들이 장애가 될 수 있죠.
횡단보도 위에 차가 서 있어서 가는 데도 좀 지장이 있고 그러니까 횡단보도로 올라가서 자연스럽게 올라가야 하는데 각도가 너무 크다든지 이러면 휠체어가 아무래도 움직이기가 힘들고 우리는 다른 길을 찾아야 하는 거죠.
더 안전한 길을 찾다 보니까 도로로 가는 거고 완벽할 수는 없지만 부딪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턱 이런데···
Q. 가게 앞에서 경사로를 준비해 주신 곳들이 많았지만 그걸 올라가는 것조차도 좀 힘들더라고요.
A. 말 그대로 편의점은 편의가 좋아야 하는데 입구부터 좋지가 않아요. 보통의 편의점은 소규모잖아요. 그래서 들어가기가 힘들어요. 휠체어를 타고 가면 문을 두드릴 수 있으면 두드리면 좋은데 그만큼 거리도 있고···
Q. 문까지 거리가 멀어서 아까도 그게 힘들더라고요, 노크하기가.
A. 급하게 물을 마시고 싶을 때는 참아야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부분이 좀 힘들 것 같고, 매대에 그 조그마한 데서 제가 중간에 서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오도 가도 못해요. 혼자밖에 안 되기 때문에 그런 것도 눈치가 보이죠.
얼른 사고 얼른 나와야 한다는 강박 관념, 나는 물도 종류가 많고 음료수도 종류가 많은데 어느 물을 마실지 고민해야 하는데 보이는 거 먼저 짚고 나올 수밖에 없다는 그런 불편은 좀 있습니다.
먹는 음식도 중요하지만 내가 가는 동선상에 어떤 게 있는지 다 확인을 해야 하고 체크를 다 해야 합니다. 내가 주차를 멀리했을 때 이만큼의 거리를 걸어가야 하는지, 그리고 요즘은 빌딩들이 상가에 두다 보니까 장애 화장실의 문을 잠가 놔요. 그래서 이용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Q. 그러면 화장실이 갑자기 급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죠.
A. 급할 때는 일단은 큰 집이라든지 아니면 상가에 들어가서 급하니까 문 좀 열어달라고 해야 하죠. 그렇게 할 수밖에 없어요. 그렇지 않으면 실례를 한다든지 차에서 볼일을 본다든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좀 난감하죠.
Q. 장애인 분들도 본인들이 원하시는 메뉴가 있다면 조금 진입하기 힘들 수 있지만 그곳으로 찾아가게끔 될 것 같거든요.
일부의 시각에서는 진입하기도 힘든데 굳이 그렇게 멀리 꼭 가야 하냐, 이런 말씀을 하시는 분들도 가끔은 있을 것 같아요. 그런 분들한테 어떤 말씀을 해 주고 싶으신가요?
A. 되묻고 싶은 게 본인은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안 가는 거 아니지 않습니까?
저희도 사전에 화장실이라든지 위치라든지 그다음에 혼자서 힘들면 동행을 해서 가면 됩니다. 자기가 먹고 싶은 걸 먹어야 하는데 굳이 그거를 왜 가니, 왜 가니 하면 내 취향에 맞춰서 내가 가고 싶은 데 가는 건데 그걸 굳이 왜 가니, 왜 가니 하는 거는 시각을 좀 다르게 보는 거 아니겠습니까?
오히려 그렇게 말하는 자체가 저는 잘못됐다고 봅니다. 본인은 먹으러 가잖아요. 그거는 비장애인이나 장애인이나 먹고 싶은 건 똑같고 보고 싶은 건 똑같아요.
다만 거기에 대해서 조금 불편함이 있지만 내 나름의 방식을 가지고 간다면 충분히 다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구별 없이 누구나 평등하게 이런 일상을 즐기기 위해서 가장 먼저 시급하게 개선돼야 할 점이 어떤 게 있을까요?
A. 배려해야 한다고 하지만 저는 배려가 아니고 이해라고 하고 싶습니다. 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대한 이해, 비장애인은 장애인에 대한 이해, 그런 부분이 있는데, 제일 좋은 방법은 인식 개선 사업이라고 있거든요. 길게 시간을 가지고 계속 지속적인 교육을 한다면 휠체어를 타고 가는 사람을 말도 없이 그냥 밀어주는 것보다는, 갑자기 밀면 손이 이 바퀴에 끼일 수도 있거든요. 옆에 가서 좀 밀어드릴까요 하면, 제가 힘에 부닥치면 “예, 부탁드리겠습니다” 하면 정말 그 모습이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같이 살아가는 사회가 아닐까? 서로 힘이 되어 줄 때 힘이 돼주고 같이 웃고 그런 부분이 아닐까?
그래서 저는 배려보다는 장애에 대해서 비장애에 대해서 서로 간에 이해를 좀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 장애인
- # 이동권
- # 직업재활시설
- # 섬들
Copyright © Daegu Munhwa Broadcasting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 [만나보니] '짜파게티보다 싼' 천 원짜리 짜장면···그래도 손해 안 보고 남는다는데
- [만나보니] "십 년 공들인 국립 치의학연구원···대구시에 TF팀이 있긴 하지만”
- [만나보니] ① 정부에게는 '불편한 진실'···"한국에도 원폭 피해자가 있어요"
- [만나보니] ② 일본에서 유학 온 학생들에게 8·15란?···"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부모님이 전화해서···"
- [만나보니] ③ "한국은 세계 2위 핵 피해 민족···세계 원폭 피해자와 함께 싸운다"
- [만나보니] 대전에 성심당이 유명하다면서요? 대구에는 ‘삼송빵집’이 있답니다
- [만나보니] 장동혁 대표로 내세운 국민의힘···'보수의 본진' 서문시장의 반응은 ?
- [만나보니] 취임 100일 앞둔 이재명 대통령···'보수의 본진' 대구 서문시장의 평가는?
- [만나보니] 민생 회복 소비쿠폰 효과는?···대구 전통시장 찾아가 물어봤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