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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손+] 마음이 보내는 신호 ‘우울증’ 진단과 치료 ㉗우울증의 생물학적 요인

김은혜 기자 입력 2025-10-21 10:00:00 조회수 12

여러분의 마음은 안녕하신가요? 일상에서, 대인관계에 지쳐가는 현대인에게 ‘우울증’은 흔한 질병이 됐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울증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으로 병원 방문을 주저하는 사람도 많은데요. 숨길수록 커지는 마음의 병, 우울증 진단에 대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병수 교수와 알아봅니다.

[김병수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우울증이 몸에 일으킬 수 있는 생물학적 변화가 어떤 것이 있는지 설명하겠습니다.

몸속에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나오는 호르몬이 있는데요. 우울증이 있는 분들은 스트레스가 특별히 없는 상황에서도 스트레스 호르몬이 몸속에서 아주 높은 농도로 유지가 됩니다.

비유하자면 날씨가 추우면 우리가 보일러를 틀잖아요. 그런데 우울증 환자들의 몸은 겨울이 지나가고 봄과 여름이 왔는데도 보일러가 계속 불을 떼고 있는 것과 같은 상태라는 거죠. 스트레스 호르몬이 지나치게 많이 분비되는 상황입니다. 즉 우울증은 생물학적인 근거가 확실히 있는 신체 질병 중의 하나입니다.

그리고 신경 전달 물질들이 많이 부족해지거나 과잉 분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 점은 약물 개발에 있어서도 중요한 타깃이 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내분비 시스템의 장애가 발생하고, 잠에 들고 깨어나는 사이클의 변화도 있고, 면역 시스템의 장애도 동반된다는 연구들이 많아서 우울증은 단순히 마음의 병을 넘어서는 신체적인 뇌 질환이라고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MRI 사진을 통해 건강한 분의 뇌와 우울증이 있는 분의 뇌를 비교하면, 우울증이 있는 분은 우울증이 없는 사람에 비해 뇌가 더 쪼그라들어 있습니다. 대략 10%~15% 정도 크기가 위축되어 있는데요. 정서를 조절하는 부위의 뇌 크기가 줄어들어 있는 소견인데요. 즉 만성적으로 우울증이 재발하다 보면 신경학적인 변화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고요.

그리고 뇌의 대사량을 PET 사진으로 보면, 포도당을 얼마나 잘 분해하느냐를 봤을 때 우울한 상태일 때는 건강한 사람에 비해서 포도당 대사 속도가 매우 떨어져 있습니다. 포도당은 뇌가 열심히 일을 할 때 필요한 물질인데, 우울증이 생기면 뇌 활동이 떨어지게 되고 그만큼 포도당 소비도 줄어들어서 이와 같은 차이가 생기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 심리 사회적 요인도 중요합니다. '약을 꾸준히 잘 먹고 있는데, 왜 이렇게 우울증이 좋아지지 않을까요?'라고 고민하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그런 경우는 좀 더 다양한 관점에서 이분이 겪고 있는 스트레스나 고민을 다시 살펴보면 그 속에 실마리가 있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어렸을 때 겪었던 여러 가지 힘들었던 상황이나 지금 본인이 간과하고 있는 다른 스트레스의 존재 등을 찾아보면 의미가 있고요.

또 강박적인 성향, 부정적인 사고방식들을 잘 검토해서 좀 더 긍정적인 방식으로 생각을 바꾸어 나가는 것도 효과가 있습니다. 대인관계를 두루두루 많이 하는 것이 또 필요한데요. 사회적으로 그렇지 못한 환경에 계신 분도 계시긴 하지만, 가능하다면 적절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늘려나가시면 우울감을 극복하는 데 무척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우울증이라는 병은 결국 심리적 요인이 절반, 또 생물학적 요인이 절반 정도를 차지합니다. 어느 쪽도 간과할 수 없고요. 환자들의 가족들이 '노력을 안 해서 안 좋아지는 것이다', '생각만 바꿔 봐' 이렇게 다그치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PET 사진과 MRI 사진에서 나타났듯이 생물학적인 근거가 분명히 있는 뇌의 질환이고요. 그런 점은 의지력만으로 잘 극복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약만 잘 먹는다고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자주 오기 힘드니까 6개월 치 약 주시면 안 될까요?' 이런 분도 계시는데요. 그렇게 한다고 해서 우울증이 좋아지지 않는 것 같고, 그래도 정기적으로 의사와 면담하면서 본인이 겪고 있는 스트레스, 고민, 여러 가지 생각들 같이 나누었을 때 치료 효과는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구성 이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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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혜 greatkeh@dgmb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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