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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ON] ① 러닝 인구 '천만 시대'···달리기 열풍의 이유는?

김은혜 기자 입력 2025-10-12 10:00:00 조회수 479

긴 추석 연휴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가면 건강관리에 신경을 쓰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선선한 날씨를 만끽할 수 있는 계절이 오면 러닝 열풍이 더욱 뜨겁게 이어지곤 합니다. 이제 러닝은 단순한 운동을 넘어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와 소모임, SNS를 통한 기록 공유까지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하며 ‘모두의 스포츠’가 된 상황입니다.  <토크ON>에서는 ‘러닝 인구 천만 시대’를 주제로 토론해 보겠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함께하실 패널을 소개합니다. 한준영 영남대학교 체육학부 교수, 오성관 대구체육중·고등학교 단거리 감독 나오셨습니다. 요즘 러닝 열풍이라고 할 정도로 주변에서 뛰는 분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한 교수님, 러닝 열풍은 언제부터 시작됐고 예전에 비해 달리기 인구는 어느 정도로 증가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한준영 영남대 체육학부 교수]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실내 운동이 제한되다 보니 건강 증진이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사람들이 밖에서 달리기 시작한 것이 주요한 요인이 된 것 같습니다. 2020년, 2021년 러닝 인기가 높아지기 시작한 초기에는 사람들이 러닝 앱이나 마라톤 대회에 많이 몰리기 시작했습니다. 2021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 해 동안 약 23%가 상승했고, 2022년에는 약 27% 이상 상승할 정도로 인기가 빠르게 높아졌습니다.

그리고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 문화의 성장도 중요한 요인 중 하나입니다. 러닝 관련 해시태그 게시물이 약 400만 개 이상이고, 러닝 크루의 등장과 함께 관련 온라인 게시물도 약 64만 개 이상 나오는 등 인기가 빠르게 상승하는 중입니다.


[오성관 대구체육중·고등학교 단거리 감독]
국민생활체육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주 1회, 30분 이상 규칙적으로 참여한 조깅 인구가 약 6.8%, 330만 명 정도로 나타났습니다. 달리기 전체 인구는 약 4.8%, 약 230만 명 정도로 통계에 나와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마라톤을 지속적으로 즐기는 인구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입니다. 다만 젊은 층이 주도하며 확대하는 추세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앞으로 건강과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보는 스포츠’에서 ‘직접 참여하는 스포츠’로 전환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고, 접근성이 뛰어난 조깅이 이에 가장 적합한 종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전문적인 학생들만 보다가 일반인들이 러닝 열풍 속에서 달리기하는 모습을 보면 느낌이 또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감독님께서는 달리기 인구의 증가를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오성관 대구체육중·고등학교 단거리 감독]
육상 전문가 입장에서 볼 때 개인적으로 매우 놀랍고 반가운 일입니다. 엘리트 체육, 특히 육상은 비인기 종목에 가까워 많은 학생들이 처음에는 관심을 가지지만, 중·고등학교로 올라가면서 공부에 치중하다 보니 지속적으로 육상을 하는 인원은 줄어드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20대, 30대 젊은 층이 러닝 열풍을 주도하고 있어 육상 인구 저변 확대 차원에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운동에도 유행이 있습니다. 기억하시겠지만 걷기 열풍이 있었고, 골프도 한동안 유행했던 시기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코로나 시국에는 다른 사람과 접촉 없이 할 수 있는 운동으로 등산 인구가 급격히 늘었던 기억이 있고요. 이렇게 운동이 유행처럼 흘러가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지금 시점에서 왜 ‘달리기’일까요?

[한준영 영남대 체육학부 교수]
과거 말씀하신 운동들의 신드롬 현상을 보면, 2000년대 초중반까지 ‘걷기 열풍’이 많았습니다. 당시 사회적 흐름은 소득 증가와 웰빙 트렌드의 확산이 주요 요인이었고, 걷기는 진입 장벽이 낮아 사람들이 강변 걷기나 만보기 등을 활용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2010년대, 2020년대에 접어들면서 ‘등산 열풍’이 일어났습니다.


사회적 현상은 코로나로 언택트 운동을 찾게 되면서 등산이 인기를 얻었고, 이후 골프도 인기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운동의 강도나 진입 장벽, 장비나 비용 문제 때문에 최근에는 러닝으로 전이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2, 30대 중심으로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사람들이 크루를 구성하며 사회·문화적으로 러닝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러닝은 걷기보다는 강도는 높지만, 경제적 진입 장벽이 낮고 짧은 시간에 고강도 운동을 할 수 있어 많은 사람이 접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오성관 감독님께서는 현재 달리기가 유행인 이유를 어떻게 보십니까?

[오성관 대구체육중·고등학교 단거리 감독]
미디어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봅니다. 특히 20, 30대 젊은 남녀가 유튜브나 숏폼 콘텐츠 제작을 통해 붐을 만들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연예인들이 달리기 붐 조성에도 일조하면서 미디어를 통해 열풍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야구 문화가 젊은 여성층 중심으로 확산한 것처럼, 조깅도 젊은 층이 주도하며 열풍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러닝은 단순 운동모임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현상으로 보는 것이 현상을 이해하는 데 더 적절할 수 있습니다. 근거나 이유를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한준영 영남대 체육학부 교수]
말씀하신 대로 러닝 크루는 혼자 걷거나 달리는 것이 아니라, 집단 문화를 형성합니다. 2023년 기준으로 러닝 크루만 전국에 2,000개가 넘게 존재하며, 개인 운동의 형태이지만 팀워크와 팀 내 경쟁 구조를 만들고 있습니다. 또 새벽에 달리는 팀, 명상과 함께 달리는 팀, 여성 전용 크루 등 크루 성격도 다양하며 획일화되지 않았습니다. 크루의 공통적인 특징으로 ‘런스타그램’과 같은 SNS 활동, 마라톤 관련 해시태그, 러닝 앱 사용이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건강하고 도전적이며 젊게 보이는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고, 여성, 안전, 지역사회 기여, 플로깅 등 다양한 가치를 담아내는 활동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뉴욕, 보스턴, 런던, 도쿄 등 다른 국제도시와도 맥락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오성관 대구체육중·고등학교 단거리 감독]
크루들은 젊은이 중심으로 미디어 확산을 적극 활용하고, 자기 기록과 실력을 공유하며 동호인을 모아 숏폼 콘텐츠를 제작합니다. 또, 건강뿐만 아니라 소속감과 연대감도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러닝 열풍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라고 언급하셨습니다. 구체적으로 소개해 주실까요?

[한준영 영남대 체육학부 교수]
한국에서 나타나는 러닝 열풍은 글로벌 추세와 궤를 같이 합니다. 최근 대구 마라톤 참가자는 약 4만 명, 2023년 뉴욕 마라톤 5만 명, 런던 마라톤 4만 명 등 국내외 마라톤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크루 활동도 런던의 ‘미드나잇 러너스’, 뉴욕 ‘프로젝트 노벰버’와 같이 그룹 활동으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특정 러닝 앱 사용자는 1억 명 이상, 러닝 관련 스마트워치는 약 1.5억 대 사용되고 있습니다. 애슬레저룩 시장도 활성화되고 있으며, 최근 러닝이 이를 견인하고 있습니다.

다만 미국, 유럽과 비교하면 차이가 있습니다. 미국은 20대, 30대가 약 40%, 유럽은 45%를 차지하는 반면, 한국은 60~66%가 MZ세대입니다. 또 발전 속도도 서구에 비해 약 2.5배 빠릅니다.


[김상호 사회자]
러닝 열풍이 문화적·산업적으로 어떤 파급 효과를 가져오는지, 운동 효과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한 교수님, 러닝 인구 증가가 스포츠 산업에 어떤 변화를 불러오고 있습니까?

[한준영 영남대 체육학부 교수]
러닝은 단순 운동을 넘어, ‘달리다’와 ‘경제’라는 의미가 결합한 ‘런코노미’이라는 개념까지 등장할 정도로 사회·경제적 영향이 큽니다. 스포츠 산업은 올해 약 80조 원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며, 최근 성장 동력은 러닝입니다.


러닝화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특히 인기 브랜드 H사와 O사는 각각 매출 50~100% 성장했습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도 약 2,000억 원 규모로 성장하고 있고, G사와 A사의 기기는 13.5% 성장, 200만 대 판매를 기록했습니다. 마라톤 대회도 차별화되고 고급화되어 참가비가 40~60만 원 수준인 대회가 생겼고, 러닝화와 웨어러블 기기에는 카본 플레이트, 초경량화 등 기술 혁신이 접목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백화점과 온라인의 러닝 관련 매출이 최대 75% 확대되고 있으며, 크루 활동과 러닝 집단 후원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일반인들이 장비를 갖추고 달리기를 하는 모습을 보면, 전문가들만의 영역이라고 생각되던 것이 이제 일반으로 확대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오성관 대구체육중·고등학교 단거리 감독]
저도 매일 아침 현역으로 대구체육 중·고등학교에서 근무하며 선수들과 함께 달립니다. 뛰고 난 뒤 팔거천 둔치를 지나가면 일반인들이 저희 선수들과 비슷한 복장을 하고 달리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그럴 때마다 흐뭇하기도 하지만, 지나친 비용 지출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신발이 점점 경량화하고, 기업이 투자하면서 비용이 올라가며, 유니폼도 단순 티셔츠와 반바지 대신 전문화된 제품을 제작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기본 비용이 증가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넓은 측면에서 보면, 산업 구조상 소비가 많아야 경제 성장과 산업 발전이 이루어지고, 조깅화를 통한 산업 성장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초보자나 러닝 크루가 고급 운동화를 신고 유니폼을 갖추어 뛰는 것은 개인적으로 환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환영하신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지나치게 고급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한 교수님,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한준영 영남대 체육학부 교수]
감독님 말씀처럼 스포츠 산업 발전과 팽창은 환영할 만한 일이고, 앞으로도 커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스포츠 산업 비율이 4번째로 클 정도로 큰 산업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야구장 1만 원, 뮤지컬 10만 원과 같은 가격 인식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과거 가성비 운동으로서 러닝은 5만~10만 원대 운동화로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스포츠 소비자들은 하이엔드 모델을 선호합니다.

운동화는 20만 원, 40만 원대까지 올라가고,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G사 80만 원, A사 120만 원 이상으로 판매되며, 매출이 40% 이상 증가했습니다. 애슬레저 패션에서도 명품과의 협업 등 하이엔드 시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러닝 자체도 참가비가 40~60만 원인 대회, 달리기 여행인 ‘런트립’이 국내 여행임에도 100만 원에 달하는 경우가 있으며, 일부 크루의 월 회비는 10만 원 이상입니다. 이에 따라 과거보다 진입 장벽이 높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있습니다. 긍정적 측면은 시장 확대, 기술 혁신, 퍼포먼스 향상 등이고, 부정적 측면은 진입 장벽 증가와 과소비입니다.

[김상호 사회자]
오 감독님, 전에 대구육상연맹 전무이사도 하셨죠? 요즘 육상 대회, 마라톤 대회 신설과 후원 활동이 증가하고 있는데, 러닝 마케팅이나 후원 활동이 늘어난 것 같습니까?

[오성관 대구체육중·고등학교 단거리 감독]
네, 맞습니다. 특히 세계 최대 신발 회사 N사 같은 경우, 대회 로고를 사용하여 마라톤 대회를 개최하고 수 십만 명이 참여하며 홍보 효과를 얻습니다. 저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한육상연맹 등록 마라톤 대회만 35개 정도 있으며, 대부분 언론사와 지역 신문사가 스폰서로 운영합니다. 언론 홍보를 통해 많은 러닝 인구가 참여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합니다. 대기업과 언론사 후원을 통해 마라톤과 러너 인구가 확대되는 것은 국민 건강 측면에서도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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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혜 greatkeh@dgmb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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