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구MBC NEWS 토크ON

[토크ON] ① 새 정부 노동정책, 어디로 가야 할까?

김은혜 기자 입력 2025-08-11 11:00:00 조회수 11

출범 두 달을 맞이한 이재명 정부가 노동 분야에서 어떤 정책을 펼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SPC 삼립 공장을 찾은 데 이어 국무회의에서 포스코이앤씨 건설 현장 사망사고를 강하게 질타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노조법 2, 3조 개정안인 노란봉투법은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전망입니다. <토크ON>은 새 정부의 노동 정책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토론하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먼저 오늘 함께하실 두 분 패널 소개합니다. 이승협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이승협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
안녕하세요.

[김상호 사회자]
신은정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수석부본부장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신은정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수석부본부장]
안녕하십니까.

[김상호 사회자]
노동 현장의 안전한 일터로 가는 길은 아직도 멀기만 한 것 같습니다. 이 문제를 먼저 짚어보고, 그다음 논쟁이 되는 노란봉투법에 대해서 자세히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산재 사망사고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초강력 대응 기조를 주문하고 있다고 보도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대통령이 강하게 질타한 뒤, SPC 그룹은 질책받은 지 8시간 만에 초과 야근을 없애기로 했다고 합니다. 결정이 다소 이례적으로 빨리 나온 것 같기도 한데,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현장을 잘 아시는 신은정 부본부장께 먼저 여쭙겠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신은정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수석부본부장]
SPC 그룹이 2022년에 사망사고가 난 후 1,000억 원을 안전 경영에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올 상반기까지 90%가 넘는 금액을 투자하긴 했습니다. 그런데 사망자는 계속 발생하고, 사망사고 외에도 현장에서는 산업재해로 신고된 건수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00건이 넘습니다. 지금까지 집행된 안전 경영 투자를 살펴보니 주로 시설·설비 교체 쪽에 집중됐고, 2인 1조 근무나 노동시간 단축 및 노동 강도 완화와 같은 ‘사람에 대한 투자’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대통령 질책이 있고난 뒤에야 장시간 노동을 없애겠다고 하는 부분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겠지만, 2인 1조 안전 매뉴얼을 지키기 위한 충분한 인력 보강, 기본적인 안전 교육의 실질적 실시와 현장 준수 등 시스템 구축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이 교수님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이승협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
8시간 초과 야근을 없애기로 한 것은 사망사고가 주로 ‘새벽’에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여러 안전 경영 조치를 했음에도 계속 재발하자 심야 근로 자체를 없애겠다는 건데, 저는 이런 결정이 노동자를 생각하지 않은 사용자의 일방적 결정이라고 봅니다. SPC는 2조 2교대 근무하는데, 식품업계에서는 하루 12시간씩 근무하는 형태가 많습니다. 주 4일 근무제로 이틀 주야로 일하고 이틀 쉬는 방식인데, 한 조는 저녁부터 새벽까지 내내 일해야 하니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좋은 취지지만, 문제는 ‘근로자 임금’입니다. 야간수당과 연장근로수당이 줄어들면 소득이 감소합니다. 그렇다면 초과 야근 폐지로 피해를 보는 노동자의 소득 보전 방안이 함께 나와야 하는데, 그런 얘기 없이 사고를 덮기 위해 근무를 일방적으로 중단하는 건 노동자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 겁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는 구조에서는 어떤 조치를 하더라도 안전사고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조치가 큰 효과를 거둘 것 같지는 않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경영자 입장에서 밖으로 드러날 때는 엄청나게 큰일을 해주는 것처럼 일방적으로 발표했습니다. 그래서 당장 나오는 얘기가 ‘실질임금이 감소했다’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체감적으로 도움이 되는 작업 환경 개선 조치가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질임금 감소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신은정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수석부본부장]
교수님 말씀처럼 실질임금 보전 없이 노동시간만 일방적으로 줄이는 문제는 결국 생계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당장은 사용자가 비난을 피하려고 8시간 초과 야근을 시행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관심이 줄거나 시야에서 벗어나면 노동자들은 생계를 위해 장시간 야간노동을 다시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실질임금이 감소하지 않도록 노동 환경을 개선하려면 노조와 교섭하고, 임금 인상이나 안전 시스템 마련을 함께 구축해야 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어떤 대안이 있을까요?

[신은정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수석부본부장]
노조와 만나 대화해야 합니다. SPC 그룹은 노조 탄압으로 유명하고, 부당노동행위로 지적받은 사업장입니다. 노동조합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고,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협의를 빠르게 진행해야 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교수님, 말씀하신 내용의 연장선에서 본다면 8시간 노동 틀만 바꾸고 희망자에 한해 실질임금 감소분을 채우기 위해 더 일하게 하는 편법을 쓰면 다시 돌아간다고 볼 수 있습니까?

[이승협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
그렇습니다. 단순히 8시간 초과 야근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교대제 개편’이 필요합니다. 교대제를 개편할 때는 임금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물론 비용이 들지만, 산업안전 비용으로 보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습니다. 식품업계에서도 특히 SPC는 임금이 높은 기업이 아닙니다. 임금이 낮은 상황에서 교대제 개편이나 근로 시간 변경으로 임금이 줄면, 저임금 노동자가 받는 타격은 매우 큽니다.

[김상호 사회자]
이재명 대통령이 포스코이앤씨 사망사고에 대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표현했는데, 이런 인식과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신은정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수석부본부장]
터널이 무너지고 있는데 작업자를 투입한 신안산선 공사, 이동식 크레인에 사람을 태워 작업하다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 안전 점검이 끝나지 않았는데 정기 점검 중 의식 불명 사고가 발생한 광명-서울고속도로 공사 등 며칠 사이 집중적으로 사망사고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충분한 안전 점검이나 예방 조치 없이 공사를 재개했습니다.

‘안전에 돈을 쓰지 않아도 된다’라는 경영자의 인식에서 비롯된 문제입니다. 대통령이 말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의 핵심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는데도 그렇지 않아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입니다. 저는 이 지적에 동의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이 교수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이승협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
사망사고에 대해 대통령이 언급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선택적 분노’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한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대우건설 11명, 현대건설 10명, DL이앤씨 9명, GS건설 5명입니다. 포스코이앤씨는 이번까지 5명입니다. 그렇다면 포스코이앤씨만 면허 취소까지 언급하고, 사망자가 더 많은 다른 사업장은 어떻게 할 것인지도 함께 이야기해야 합니다. 대통령은 감정 호소가 아니라 제도·정책적으로 어떤 조치를 할지 밝혀야 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면허 취소 얘기가 나올 만큼 한 회사만 잘못한 게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보도는 계속 포스코이앤씨 사례만 나오고 있습니다. 4월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 2025년에만 4차례 사망사고가 있었습니다. 이런 일이 짧은 기간에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교수님부터 말씀해 주시죠.

[이승협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
첫째, 경영계가 산업 안전보건을 ‘생명 관련 조치’가 아닌 ‘비용’으로 인식하는 점입니다. 그래서 비용을 들이지 않는 것이 좋은 경영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째, 제도가 만들어져도 산업안전관리는 결국 현장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현장 노동자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경영자가 일방적으로 면책을 위해 운영합니다. SPC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때문에 안전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산재가 반복됩니다.

[김상호 사회자]
신 부본부장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신은정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수석부본부장]
대체로 동의합니다. 예를 들어, 건설 현장은 공사 기간 단축이 최우선이라 안전 장비 착용 시간마저 줄이려 합니다. 제조 현장은 속도와 생산량이 중요해 2인 1조로 해야 할 일을 혼자 감당하게 만듭니다. 서비스업은 위험한 업무를 외주·하청·재하청으로 떠넘깁니다. 결국 ‘안전보다 비용 절감’이 우선되는 구조가 안전불감증을 낳고, 이 상태로 가면 사고는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기업 입장에서는 ‘관련 비용 지출이 경영상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해 운영이 어렵다’라고 주장합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이승협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
그래서 산업안전관리에 ‘현장 노동자의 참여’가 중요합니다. 사용자가 혼자 관리하면 모든 항목에 비용을 써야 하지만, 노동자가 참여하면 실제 중요한 지점에 집중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용자들은 노동자 참여를 경영권 침해로 보고 배제하려 하니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김상호 사회자]
그래서 2022년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동안 산업재해 현황을 본다면, 실질적으로 이 법의 효과를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신 부본부장님 먼저 말씀해 주시죠.

[신은정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수석부본부장]
네, 현장에서 3년째 시행되고 있는데요. 법이 도입되면서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산업 안전보건 체계가 없던 곳에서는 새로 생기고, 예전에는 면피성으로 하던 안전 조치들도 실질적으로 하기 위한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런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반면에, 실제로 발생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기업에 대한 처벌 수준은 굉장히 낮습니다. 지난 3년간 재판에 넘겨진 35건 중 경영자가 실형을 받은 경우는 5건에 불과합니다. 기업도 양벌책임이기 때문에 법인에도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데, 한 명 이상 사망 시 50억 원 이하 벌금을 주도록 하고 있음에도 88.5%가 1억 원 이하의 벌금을 받았습니다. 매우 가볍게 처리되는 것이죠. 또한 수사는 지지부진하고 재판도 매우 늦게 진행되다 보니, 실제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가볍게 처리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듭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집행은 사후, 즉 사고 발생 후에 이루어집니다. 그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예방을 위한 조치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두 측면이 같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김상호 사회자]
이 교수님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이승협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
원래 중대재해처벌법은 이름에 ‘처벌’이라고 되어 있지만, 사실 중대재해 예방법입니다. 처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처벌이 있으니 조심하라는 경고 성격이 강했죠. 그런데 ‘처벌’이라는 말이 들어가다 보니 경영계에서는 “이러면 기업 못 한다”라고 많이 반발했습니다.

2020년 도입 이후 통계를 보면 산재 사망자 수가 약간 줄어들었습니다. 2022년에는 611건, 644명이 사망했고, 2023년에는 584건에 약 600명 사망, 2024년에는 553건 589명 사망으로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건설·제조업 경기 악화로 현장이 줄어든 영향이 큽니다. 이를 고려하면 실제 효과는 거의 없다고 봅니다. 기업들이 그렇게 두려워했던 법이 3년간 시행됐는데도 산재 사망자 수가 크게 줄지 않은 이유는 처벌 수위가 낮기 때문입니다.

첫째, 기소율이 약 2%로 매우 낮습니다. 경영자 입장에서는 있으나 마나 한 법이죠. 둘째, 대기업에 대한 처벌은 단 한 건도 없습니다. 예를 들어 포스코이앤씨 면허 취소 논의가 있었지만, 어느 정부든 대기업은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삼표산업 사건은 중대재해처벌법 1호 사건인데 아직 재판 중입니다. 헌법소원도 걸려 있습니다.

결국 제도를 만들고 나서 집행·운영 계획 없이 “우린 할 일 다 했다”라는 식으로 손을 떼면, 이 법은 효과가 없습니다. 제도는 사후적 관리가 함께 이뤄져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효력은 전혀 없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어쨌든 수사를 하는 경찰, 기소를 해야 하는 검찰, 판단을 내리는 법원 등 법을 움직이는 주체들이 입법 취지에 공감하지 않는 경우도 있겠네요.

[이승협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
오히려 ‘제도화의 역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도가 만들어지면, 경영계에서는 “이 정도만 하면 처벌 안 받는다”라는 핑계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죠.

[김상호 사회자]
이재명 정부 임기 내에 근로감독관을 최대 1만 명까지 늘리고, 수사 전담팀도 신설한다고 합니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될까요?

[신은정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수석부본부장]
지금 3,000명 정도인데, 7,000명을 증원하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3,000명을 지자체에 권한을 줘서 30인 이하 사업장을 감독하게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30인 이하 사업장은 문제도 많이 발생하는데, 전문성을 담보할 수 없는 지자체에 감독권을 주면 오히려 혼란과 전문성 저하가 우려됩니다.

경찰에 전담 수사팀을 만든다고 하는데, 고용노동부 업무와 중첩돼 결국 서로 책임을 미루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고용노동부 인력이 부족한 것은 맞습니다. 1만 명까지 늘리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동시에 권한을 늘려 수사와 기소까지 할 수 있게 한다면 더 나을 것입니다.

[김상호 사회자]
이 교수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이승협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
근로감독관 증원의 필요성은 역대 정부가 인정했고, 문재인 정부 때도 늘렸습니다. 하지만 1만 명을 늘린다고 산재가 줄어들까요? 경찰관 10만 명을 늘리면 범죄가 줄어들까요? 기업마다 1명씩 배치할 것도 아니잖아요. 과도한 국가 개입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면 이미 우리는 유토피아에 살고 있어야 합니다.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단기적으로 충격은 줄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효과는 낮습니다. 산재는 현장 관리가 중요한데, 근로감독관이 상주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사후 점검만 할 수 있습니다. 예방 측면은 한계가 있습니다. 오히려 현장 노동자나 노동자 대표가 산업안전관리에 제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만드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국가가 민간 영역을 과도하게 통제하는 것은 실효성이 낮습니다.

[신은정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수석부본부장]
예를 들어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제도가 있습니다. 현장 출신 노동자가 고용노동부와 함께 활동할 수 있도록 제도는 마련됐지만, 실제로 현장에 들어가 활동할 수 있는 권한이 없습니다. 문제가 있을 법한 현장을 찾아가 안전 미비를 지적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실질적인 활동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제도가 있어도 활용되지 않는 것이죠.

  • # 시사ON
  • # 토크ON
  • # 이재명정부
  • # 노동정책

Copyright © Daegu Munhwa Broadcasting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김은혜 greatkeh@dgmbc.com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