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폭우 등 이상 기후가 일상화하면서 도시 차원의 대책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대구시는 그동안 폭염 대응에서 상대적으로 앞서 있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쪽방촌 등 취약계층 보호 대책의 경우 다른 지자체와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특히 대구 지역 쪽방촌은 무더운 날씨에 에어컨이 아예 없거나 전력 문제로 사실상 설치를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대책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토크ON은 폭염 장기화 상황에서 필요한 대구시 차원의 대책은 무엇인지 토론하는 시간 마련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우리 지역의 구체적인 대응책을 살펴보겠습니다. 폭염이 어느 정도로 심각한 문제이며,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요?
[김해동 계명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재난 대책 부서는 행정안전부 소속이죠. 해외에서 지자체 중 폭염 대응을 가장 잘하는 곳으로 대구시가 종종 초청받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대구시는 타 시도에 비해 폭염 대응이 상대적으로 앞서 있는 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항상 지적하는 것은, 우리나라와 해외의 취약계층 응급 구조 방식에 큰 차이가 있다는 점입니다. 대구의 경우, 폭염 대피 시설이 약 6,000개 확보돼 있다고 하는데요. 6,000개가 어디인지 들여다보면, 대부분 은행의 ATM기 주변, 경로당 등입니다. 그런데 이런 장소들이 실제로 취약계층인 몸이 불편하거나, 위생 상태가 좋지 않거나, 옷차림이 자유롭지 못한 분들이 갈 수 있는 곳인지 생각해 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는 걸 금방 알 수 있습니다.
해외 사례를 보면, 폭염이 심각해졌을 때 구조물을 당장 바꾸는 건 어렵기 때문에, 취약계층을 다른 장소로 이주시켜 보호합니다. 이때 가장 먼저 문을 여는 곳이 ‘시청’입니다. 예를 들어 대구라면 대구시청을 가장 먼저 개방해야 하고, 그다음에는 학교나 관공서를 개방해야 합니다.
또, 취약계층에 “가라”고 말만 해서는 안 됩니다. 그분들은 이동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공무원들이 직접 나서서 이동을 도와야 하는 방식이 해외에서는 일반적입니다. 그리고 취약계층도 단계가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마을 커뮤니티를 활성화해서 이웃들이 돌보게 할 수 있고, 더 취약한 경우에는 공무원들이 맞춤형으로 대피시키는 시스템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체계가 현재 우리나라에는 부족하다는 점이 매우 아쉽고,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저는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예전엔 33도 정도만 되어도 폭염이라 했지만, 지금은 35도에서 38도까지 계속 유지되기도 합니다. 며칠간 폭염 경보나 위험 수준이 유지되면 도심 속 취약계층의 경우, 물에 빠져 익사하는 것과 더위로 인해 힘을 못 쓰고 움직이지 못하다가 열사병으로 사망하는 것이 별반 다르지 않게 느껴지는데요. 그렇지만 눈에 보이는 피해와 보이지 않는 피해에 대한 반응은 확실히 다른 것 같습니다.
[김해동 계명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그렇죠. 최근 세계적으로 보면 기후 재해로 인한 사망자 중 약 80%가 고온 폭염 때문에 사망하는 세계기상기구의 데이터도 있습니다. 홍수는 시끄럽고, 눈에 띄니까 경각심을 가지게 되는데 폭염은 조용히 다가오면서도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냅니다. 그래서 ‘조용한 살인자’라고도 부르죠. 우리가 더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특히 우리가 폭염 문제에 관심이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나라에서는 ‘열사병 단계를 모두 거쳐 사망에 이른 경우’만 폭염 사망자로 인정한다는 점입니다. 이러다 보니 사망자 수가 너무 과소하게 집계되고, 연간 폭염 피해자가 50명도 안 되는 수준으로 알려지다 보니, 국민도 과소평가하게 됩니다. 하지만 국제 기준으로 평가해 보면, 폭염이 심한 해에는 실제로 2만 명에서 3만 명 정도가 폭염으로 인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런 현실을 제대로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진 교수님, 대구시의 폭염 대응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진상현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대구시 대응이요? 저는 그렇게 잘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사실 오늘 이야기하고 있는 폭염, 기상이변, 취약계층 대책, 정부의 역할 등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이런 논의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2011년에 산업통상자원부가 ‘에너지복지법’을 추진하려 했습니다. 취약계층을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거였고, 저도 논의에 참여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사회 분위기는 좋지 않았습니다. 서울시에서는 무상급식을 두고 오세훈 시장이 주민투표를 발의했던 시기였죠. 논리는 “복지를 퍼주다 보면 나라가 망한다”라는 이른바 복지 망국론이었습니다. 당시 기획재정부도 “에너지 복지까지 하냐”라는 반응이었고, 결국 그 법안은 부결됐습니다.
그런데 2015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민행복시대’를 주장했고, 법률 개정 없이 기존 에너지법에 단 한 줄인 ‘에너지 바우처’ 개념을 넣어 도입됐습니다. 딱 10년 전이죠. 요즘 아파트 게시판에 보면 ‘에너지 바우처 신청하세요’ 같은 공고가 붙습니다. 수급자, 차상위 계층이 대상이고요.
그런데 바우처도 원래는 겨울철 난방비용만 지원하던 것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폭염도 위험하니, 여름철 에어컨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공무원들은 “에어컨은 사치품이다.”, “우리 집에도 없다”라는 반응이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한테 시원하게 지내라고 세금 퍼주냐?”라는 식이었죠. 이런 분위기가 바뀐 건 2018년 폭염을 겪고 나서입니다. 그때부터 “폭염도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라는 공감대가 생겼고, 에너지 바우처가 여름철까지 확대됐습니다.
대구시의 경우, 서울에서 온 분들이 놀라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달구벌대로에서 물 뿌리는 ‘클린로드’, 2.28공원, 동대구역 등에 설치된 ‘쿨링포그’, 사거리 대기 중에 사용하는 그늘막 등은 서울엔 없는 장비들이니까요. 이런 걸 보면 “대구시 잘하네?”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2.28공원은 ‘휴게 공간’이지 생존 공간이 아닙니다. 클린로드는 도로에 물을 뿌려 시원하게 하는 것이고, 쿨링포그도 일시적인 기분 전환일 뿐입니다.
진짜 위기 상황에 놓인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 공간은 부족합니다. 냉방 공간, 긴급 대피소 혹은 이동 지원 시스템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결국 다른 지자체와 다를 바 없이 물과 얼음 보급해 주고, 식품 챙겨주는 정도입니다. 그래서 저는 대구시가 폭염 취약계층 복지 측면에서는 크게 잘하고 있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에너지 빈곤층을 위한 바우처 이야기는 앞에서 잠깐 언급해 주셨습니다. 이 외에도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대책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진상현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네, 저는 2015년에 미리 에어컨 보급 필요성을 이야기했었습니다. 당시엔 사회적 반발이 컸지만, 제가 참고한 근거는 뉴욕의 사례였습니다. 뉴욕에서는 취약계층에 에어컨을 지급했는데, 당시 1대당 100만 원가량의 지방정부 지원금이 나갔고요.
지급 기준은 의사의 진단서가 있으면 가능하게 했습니다. ‘열에 민감한 체질이다. 노약자다’ 같은 이유로 지원받는 구조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현재는 조금씩 에너지공단, 중앙정부, 기초지자체를 중심으로 에어컨 보급 사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물론 취약계층 내에서도 주거 여건은 다릅니다. 에어컨 설치가 가능한 곳이라면 지자체에서 설치를 지원하고, 운영비는 정부의 에너지 바우처로 보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설치 자체가 불가능한 매우 열악한 C등급 주거지는 긴급 이주나 대피가 필요합니다. 실제로 서울에서는 학교 체육관에 취약계층을 이주시킨 사례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구는 더 더운 곳인데 왜 하지 않느냐?”라는 질문이 나오는데요. 현실은 공무원들이 싫어합니다. 왜냐하면 밤새 상주해야 하고, 샤워 시설 운영도 필요하고, 소음 민원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기온이 40도 넘는 등 폭염이 극심해지고, 언론이 문제를 크게 다룰 때야 서울 사례를 참조해서 부랴부랴 비상 대책 형태로 실시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때그때 임시방편이 아니라 정례화한 매뉴얼을 갖춰야 한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폭염 단계별로 등급을 나누고, 등급별 대응 수단을 명확히 정하고, 행정이 사전에 준비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제는 이런 체계화 작업을 본격적으로 고민할 시점입니다.
[김상호 사회자]
대구시 공무원들은 싫어할 수도 있겠지만 긴급 대피와 관련된 체계적 대책들은 어떻게 보십니까?
[김해동 계명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맞습니다. 미국이나 일본을 보면 ‘고온 건강 경보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습니다. 기상청에서 고온 예보를 하면 단계별 위험 수준에 따라 행정명령이 자동으로 발동하게 돼 있습니다. 즉, 단계별로 매뉴얼화된 대응 체계가 매우 정밀하게 작동하는 거죠.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여전히 주먹구구식 대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계적이고 체계적인 대응 시스템 마련이 시급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예전과 비교해 보면 밖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위한 폭염 보호 조치들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더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진 교수님, 여기에 대해서 어떤 말씀 주시겠습니까?
[진상현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정부가 폭염 상황에서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5대 수칙’을 마련해 안내하고 있습니다. 내용은 시원한 물 자주 마시기, 작업장 온도 낮추기, 주기적으로 쉬기, 근로자 체온 낮추기, 그리고 위급 시 119 신고하기입니다. 이러한 수칙들은 건설 현장 등지에 배포되어 홍보되고 있는데요.
그런데 구미 사고 사망자는 외국인 노동자였습니다. 이런 경우 한국어로 된 안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고, 정책의 사각지대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있는 건 아닌지 점검이 필요합니다. 앞으로는 보다 정교한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상호 사회자]
중앙정부나 다른 지역에서도 폭염이나 기후 대응 관련 제도들이 있을 텐데, 대구가 참고하거나 도입하면 좋을 만한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진상현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최근에 잘하고 있는 사례로는 경기도가 2025년 처음으로 도입한 ‘경기 기후보험’이 있습니다. 약 34억 원을 투입해 보험사에 지급하고, 경기도민 1,400만 명 전원을 자동으로 가입시켰습니다. 신청이 아니라 경기도민이라는 사실만으로 ‘자동 가입’되는 구조인데요. 이 제도는 열사병에 걸리면 진단비 10만 원을 지급하고, 취약계층에는 추가로 생활비 지원도 함께 이루어집니다.
앞서서 서울은 2015년부터 ‘에너지시민복지기금’, 지금은 ‘에너지플러스’로 명칭을 바꾸었고요. 정부가 할 경우에는 공무원들이 움직이기 어렵거든요. 규정이 없으면 못 하는데요. 시민 사회복지 기금, 사랑의 열매를 하는 곳에서 기금을 받고 시가 지원하는 형태로 해서 정부가 못 하는 부분을 해내는 거죠. 아까 에어컨 같은 경우에도 기재부가 못한다고 했던 것을 여기는 먼저 지원했습니다. 벌써 서울시는 별도의 기금으로 해서 10년째 하고 있는 사례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앞서 나가 있는데, 대구는 앞에 잘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하는 것이 없었죠. 그래서 저는 대구가 ‘에너지 복지 관련해서 잘하고 있지 않다’라고 판단이 됩니다.
[김상호 사회자]
김 교수님, 폭염은 이제 어쩌다 한 번 겪는 것이 아니라 일상화되고 있고 내년에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큽니다. 기후 변화에 맞춰 도시 계획이나 주거 공간 설계도 달라져야 할 것 같은데, 어떤 점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김해동 계명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폭염과 관련해서 제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 중 하나는 해외 사례에서 보듯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면 ‘도시 내 변전기 고장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초고층 아파트에 많은 인구가 밀집해 사는 구조인데, 이러한 형태는 뉴욕 맨해튼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다른 나라에서는 흔치 않습니다. 문제는 고층 아파트에서 변전기가 고장이 나면, 실내 온도가 짧은 시간 내에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상승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경우 대피가 어렵고, 사다리차나 헬기 등을 통한 구조에도 한계가 있어서, 사실상 무방비로 대형 인명 피해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으로는 고층 아파트를 지을 때도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중간에 대피 공간을 의무적으로 마련하고, 비상 상황을 대비한 설비를 갖추는 등 도시계획과 건축 기준 전반에 걸쳐 재정비가 이루어져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폭염 대책과 관련해서 어떤 부분이 더 중요하다고 보십니까?
[진상현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취약계층은 기본적으로 가난한 분들입니다. 정부는 이분들을 위해 반드시 안전망을 제공해야 하고, 폭염이나 혹한 같은 기상이변에 더 취약한 이유는 주거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입니다.
서울에서는 ‘패시브 하우스’라는 단열이 뛰어난 주택을 시범적으로 지은 바 있습니다. 보일러나 에어컨 없이도 여름과 겨울을 쾌적하게 지낼 수 있도록 설계된 구조입니다. 반면, 쪽방촌에 거주하는 에너지 빈곤층은 단열이 전혀 안 되는 삼공 블록 등으로 지어진 주택에 살고 있습니다. 여름에는 더워 죽을 것 같고, 겨울에는 추워서 견디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죠.
대구 쪽방촌은 주거 등급을 세 단계 정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에어컨 설치가 가능하고 추가 지원만 하면 되는 곳. 둘째, 설치가 어렵고 전기도 마비되는 곳. 셋째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입니다. 보일러조차 작동하지 않고 전기 문제로 에어컨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런 공간들은 도시 전체의 주거 관리 차원에서 점차 해체하고 임대주택 등으로 대체해야 합니다. 에너지 바우처나 공공 지원이 가능한 곳은 바로 지원을 늘리고, 거주할 수 없는 지역은 빠르게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또 하나는 단기적인 방안입니다. 대구 쪽방 상담소에서는 이미 제안을 한 바 있습니다. 현재 대구시 안에는 LH의 임대주택과 매입 임대주택이 존재합니다. 이 중 일부는 공실 상태인데, 전체의 10~20% 정도가 비어 있습니다. 이런 공간들을 폭염 대피소로 활용하자는 제안이 있었지만, LH나 대구시에서 “규정이 없다.”, “예산이 없다.” 등의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이미 소유한 주택이고, 기본적인 전기나 설비는 잘 갖춰져 있으므로 공공의 자산을 활용하는 측면에서도 합리적인 방안입니다. 이처럼 기존 주택 활용과 전체 주거 구조의 체계적인 관리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마지막으로 이 얘기는 꼭 여쭤봐야 할 것 같습니다. 2025년 장마는 소리 소문 없이 지나간 듯했지만, 지난주 갑작스럽게 많은 비가 쏟아졌습니다. 하천이나 강 주변보다도, 요즘은 도심 한가운데서 발생하는 ‘도시형 홍수’의 위험이 커지고 있는 것 같은데요. 이런 도시형 홍수, 어느 정도의 위험성을 갖고 있고,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김해동 계명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최근 서울 목동에서는 시간당 50mm 비가 내리자, 침수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전 세계 어느 도시도 시간당 100mm 이상의 폭우에는 침수를 피할 수 없습니다. 대비하려면 우수관 확대나 정비가 필요하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어떤 도시도 완벽한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일본 동경은 다릅니다. 장기간에 걸쳐 도심 내 ‘빗물 저류시설’을 많이 설치했기 때문에, 상당한 폭우에도 대비할 수 있습니다. 미국 오리건주의 포틀랜드도 마찬가지로, 공공이나 민간이 저류시설을 설치하면 세제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저류시설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주로 배수펌프에 의존하고 있는데, 기계는 언제든지 고장이 날 수 있습니다. 특히 폭우 시기에는 낙뢰가 동반되기 때문에 더 위험합니다. 실제로 대구에서도 과거 김범일 시장 재임 시절, 노곡동에서 두 차례 배수펌프 고장으로 침수가 발생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런 위험성 때문에 저는 배수펌프만 믿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학교 운동장이나 공공시설 아래에 대규모 지하 저류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가로 100m, 세로 50m, 높이 30m 규모의 저류시설 하나만 설치해도 약 15만 톤의 물을 저장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시설 100개만 설치해도 대형 댐 하나에 해당하는 저류 능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돌발 가뭄’입니다. 폭우가 쏟아지고 나면 비가 거의 오지 않는 기간이 이어집니다. 운문댐을 비롯해 강원도, 제주도 댐들이 말라붙는 현상이 이미 발생했습니다. 이처럼 폭우와 가뭄이 반복되는 기후 위기 상황에서는 빗물 저류시설의 중요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두 분께 마지막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주체는 결국 지자체입니다. 지자체에 꼭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한 말씀씩 부탁드립니다.
[진상현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최근 4~5년 사이 대구는 더 이상 전국에서 가장 더운 도시는 아닙니다. 신문에서도 ‘더 이상 대프리카 아니다’라는 기사가 나올 정도고, 오히려 광주가 더 더운 날씨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변화는 자연스럽게 생긴 게 아니라, 대구시의 노력 덕분입니다. 문희갑 시장 시절인 1995년부터 매년 100만 그루씩 총 3천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왔습니다. 도시 숲이 도시 온도를 낮추는 데 큰 역할을 했고, 대구는 폭염 도시에서 벗어나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취약계층을 위한 폭염 대책은 부족합니다. 서울시의 ‘기후 동행’ 정책처럼, 대구도 새로운 방향을 고민할 때입니다. 서울은 교통카드 정액제로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취지였지만, 대구는 ‘폭염 동행’ 정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에어컨 보급, 주택 활용, 공공 공간의 재배치 등을 통해 취약계층과 함께 폭염을 이겨내는 도시로 변화해야 합니다. 대구는 더 이상 폭염 도시는 아니지만, 여전히 취약계층은 남아 있습니다. 이들과 함께 가는 폭염 동행 도시, 그것이 대구의 새로운 비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해동 계명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두 가지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첫째, 실효성 있는 대피소를 반드시 마련해 주시길 바랍니다. 둘째, 매우 취약한 계층에 대해서는 공무원들이 밀착해서 보호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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