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초부터 폭염이 기승을 부렸습니다. 기습 호우로 한풀 꺾였지만, 2025년 7월 첫 주 전국 평균 기온은 28.1도로, 기상 관측이 체계화된 1973년 이후 가장 높았습니다. 전례 없는 폭염과 폭우로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농산물 작황도 부진한 상황입니다. 토크ON은 기후 위기 속 더 빨라진 폭염과 우리 지역에 필요한 대책은 무엇인지 살펴보는 시간 마련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함께하실 패널 소개합니다. 김해동 계명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진상현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나오셨습니다. 요즘 항상 앞에 ‘기록적’, ‘기상 관측 이래 처음’이라는 수식이 많이 붙습니다. 이번에도 117년 만에 기록적 폭염이 있었습니다. 지난주 폭우도 마찬가지였지만, 기상청은 “올해가 역대 가장 더운 7월 첫 주였다”라고 밝혔는데요. 폭염이 얼마나 빨라진 겁니까?
[김해동 계명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서울을 중심으로 자료를 찾아보니까 7월 7일에 33.5도, 다음 날부터는 36도가 넘어가는 폭염이 7월 12일까지 쭉 이어졌었습니다. 평년 대비 얼마나 높았는지 찾아보니까 약 8도에서 10도 정도 높게 나타났는데요. 엄청나게 더운 기록이죠.
그런데 폭염이 언제 시작되는가를 생각해 보면, 장마가 끝나고부터 시작되거든요. 장마는 보통 6월 중순쯤이면 제주도로 상륙해서 7월 20일경 초복 전후로 끝나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래서 빨라도 7월 20일경에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되는 것이고요. 원래는 7월이 지나고 8월 초쯤에 시작되기 때문에, 이번 폭염은 예년에 비해 적어도 보름 이상 빨랐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날씨가 덥다는 걸로 끝나는 상황이 아니고, 경제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농작물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폭염으로 인한 영향을 받게 되는데, 이를 ‘히트플레이션’이라고 하는 신조어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진 교수님, 폭염이 어떤 방식으로 우리 일상에 경제적으로 위협을 주게 됩니까?
[진상현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네, 히트플레이션은 기상학의 ‘폭염’이라는 현상과 경제학의 ‘인플레이션’이 결합한 개념입니다. 사실 전통 농경사회에서도 익숙한 개념이었습니다. 기상이 인간의 삶과 경제에 밀접하다는 건 서울이나 대구 곳곳에 있는 선농단을 봐도 알 수 있죠. 임금님조차 하늘에 제사를 지냈던 이유가 국가 경제의 토대가 날씨에 달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산업화,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날씨와 무관한 삶을 사는 것처럼 느끼게 되었고, ‘기상은 우리가 컨트롤할 수 있다’, ‘기상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라는 착각 속에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지구온난화,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면서 전 지구적인 온도가 상승하고, 국지적인 폭염이 발생하면서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브라질에서는 사탕수수 재배가 저하되면서 국제 설탕 가격이 폭등하고, 아르헨티나에서는 목초지의 건조화로 소고기 가격이 급등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국제 시장이 연결된 상황에서는 한국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고, 이런 폭염으로 인한 경제 충격을 표현하는 용어로 ‘히트플레이션’이 등장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한국이 이제 아열대 기후 같다”, “비 오는 양상도 태국이나 동남아에서 나타나는 폭우와 비슷하다”라는 말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그렇습니까?
[김해동 계명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우리나라에서 주로 사용하는 기준이 ‘트레와다법’입니다. 트레와다가 분류할 때 아열대 기후는 ‘월평균 기온이 10도 이상인 달이 8개월 이상 나타나는 지역’을 아열대 기후대라고 분류합니다. 월평균 기온이 10도가 되려면, 일 최고·최저 온도 차이를 고려해 볼 때 낮 기온이 대략 15도 이상이어야 하거든요. 생각해 보면 4월쯤 되면 낮에 기온이 15도를 넘습니다. 11월 말쯤까지도 갑자기 추워지기 전까지는 15도, 심지어 20도 이상 기온이 이어집니다. 즉, 기상 데이터를 분석하지 않아도 일상적인 경험을 통해 우리나라는 8개월 이상 월평균 기온이 10도 이상이라는 걸 누구나 인정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섭취하는 농수산물이 대부분 온대 기후에 적합하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기후가 아열대로 바뀌면서 기존 농산물들이 ‘기후 적합성’을 잃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가을에 과잉 생산으로 ‘풍작’ 이야기가 많았지만, 요즘은 가을이 되어도 농산물 작황이 ‘잘 됐다’라는 얘기가 거의 없습니다. 여름에는 고랭지 배추조차 생산이 제대로 안 될 정도입니다. 2025년도 그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고요.
바다 쪽으로 가보면 어류의 먹이가 되는 해조류인 파래, 미역 등의 적정 수온이 22도 이하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여름 수온, 특히 동해·남해·서해는 30도 가까이 올라갑니다. 그래서 해조류가 녹아버리는 겁니다. 기장 등 해조류 주산지에서 생산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2024년 일본을 예로 들면, 쌀 생산이 안 돼서 쌀 부족 문제가 크게 불거졌습니다. 문제가 없던 쌀이 왜 갑자기 부족했을까요? 누구나 “기후가 안 맞았겠네요”라고 답합니다. 2024년에 우리나라에도 역대급 폭염이 있었고, 일본은 우리보다 조금 더 온도가 높았습니다. 그렇게 약간 더웠을 뿐인데도 쌀이 ‘기후 적합성’을 잃은 것입니다. 결국 지금의 기후변화가 농수산업과 식량 안보에 매우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극한 폭염이라는 게 농업과 어업이나 작물 생태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구체적인 건설 현장이라든지 여러 사회 영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생명도 위협하고 있는 이 폭염의 심각성은 어느 정도입니까?
[진상현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제가 한 번 조사를 해봤었습니다. 2009년에 에너지 저소득 가구들인 취약계층, 가난한 분들을 대상으로 에어컨 보급률을 조사했었는데요. 당시만 해도 ‘에어컨 없이도 살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일반인들 사이에도 꽤 있었고요. 일반 가구의 보급률은 한 90% 정도였지만, 강변이나 산 밑 등 일부 특수한 지역에서는 에어컨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취약계층 같은 경우에는 에어컨을 살 수 있는 여건이 안 됐습니다. 그래서 실제 보급률이 10%가 채 되지 않았죠.
그런데 인식이 바뀌기 시작한 계기가 있었습니다. 2018년 여름, 아주 기록적인 폭염이 있었고, 이때는 “에어컨 없이는 정말 위험하다”라는 인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이전에 에어컨이 없던 분들도 많이 구입했고요.
서울연구원에서 동일한 조사를 반복했는데, 보급률이 2배 증가했습니다. 즉, 매우 가난한 사람들조차도 에어컨을 단순한 사치품이나 가전제품이 아니라 ‘생존 기구’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보급률이 10%였던 것이 20%로 늘었고, 이제는 없으면 여름을 버티기 힘든 상황이 된 겁니다. 일반인들의 노동 현장도 마찬가지입니다. 폭염은 생명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고, 앞으로도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된다면, 에어컨은 생존 장비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폭염으로 인해 빈곤층, 경제적 약자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지역의 주거 빈곤층, 특히 쪽방촌에 거주하는 분들의 현재 상황은 얼마나 위험하다고 보십니까?
[진상현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굉장히 심각한 상황입니다. 대구에는 지금 ‘쪽방촌’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서울과 대구의 쪽방촌은 약간 다릅니다. 서울은 불법 무허가 건축 형태로 방을 쪼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대구의 쪽방촌은 과거 여인숙이나 여관으로 사용되던 건물을 개조해 저렴한 월세로 운영되는 형태입니다. 이런 곳이 대구에는 약 70채 정도 있다고 보고 있고, 중구에 가장 많으며, 동구, 북구, 서구 등지에도 쪽방 건물들이 존재합니다. 그곳에 사시는 분들은 약 600~700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주거 여건은 매우 열악합니다. 우선 겨울철에는 보일러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배관이 망가져 있고, 도시가스도 들어오지 않습니다. 대부분 전기장판만 사용합니다. 하지만 전기장판은 방 전체를 따뜻하게 하는 난방기구가 아닙니다. 그냥 몸만 데워주는 수준으로, 죽지 않을 정도의 온도만 유지해 주는 생존 수단일 뿐입니다.
그나마 겨울엔 그렇게라도 버틸 수 있지만, 여름철에는 이미 ‘생존 필수품’이 된 에어컨이 전혀 없습니다. 10년 전 서울도 에어컨 보급률이 10%였고, 2018년 폭염을 계기로 20%로 늘었는데, 대구 쪽방촌에는 아예 에어컨이 없습니다. 설치해도 가동할 수 없습니다. 전력망이 열악해서 에어컨을 돌리는 순간 건물 전체의 정전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집주인들이 설치 자체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이처럼 극한 폭염 속에서 에어컨도 없이 버텨야 하는 상황이, 바로 지금 대구 쪽방촌의 현실입니다.
[김상호 사회자]
극한 폭염이 하루 정도 잠깐 오는 것이 아니라, 이번처럼 지속적으로 일주일 이상 계속되면, 단순히 “덥다”, “견디기 힘들다”는 수준을 넘어서 우리에게 다양한 영향을 미칠 것 같은데요. 어떤 현상들이 벌어집니까?
[김해동 계명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온도 데이터를 저도 조사를 해봤는데요. 1994년에 아주 심각한 폭염이 있었습니다. 이전까지는 35도를 넘는 초고온 현상이 1년에 기껏해야 2~3일 정도였고, 31도를 넘는 날도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과거의 더위는 ‘불편한 더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35도만 돼도 괜찮지”라고 말할 정도로 익숙해졌죠. 지금의 더위는 ‘살인적인 폭염’입니다. 이걸 여전히 “좀 참으면 되는 더위” 정도로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그리고 진 교수님께서도 언급하셨듯이, 취약계층 이야기가 중요한데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열사병 환자가 어디에서 많이 발생하느냐를 보면, 낮 시간과 밤 시간의 발생 비율이 50:50입니다. 또한, 실내에서 발생하는 사고가 매우 잦다는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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