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른 동해 한가운데 우뚝 솟은 독도는 대한민국의 동쪽 끝 영토이자 천연보호구역입니다.
이런 이곳에 예상치 못한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2008년 처음 목격된 집쥐 몇 마리가 17년이 지난 지금 150마리까지 급증하며 독도 생태계 전체를 위협하고 있는 것입니다.
독도만의 고유한 생태계가 외래종에 의해 파괴되고 있으며, 이는 우리나라 환경 보전 정책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침입의 시작···울릉도에서 온 불청객
독도 집쥐 문제의 시작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독도에서 처음 집쥐가 목격되었을 때만 해도 이토록 심각한 생태계 위기로 발전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대구대학교 조영석 교수팀이 실시한 유전자 분석 결과, 독도의 집쥐들은 울릉도에서 배를 통해 유입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독도를 오가는 선박에 몰래 숨어든 암수 한 쌍 또는 임신한 암컷의 집쥐가 모든 문제의 발단으로 보입니다.
조영석 교수는 "한 쌍의 암수가 독도에 들어왔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고, 이들이 이렇게 많은 수의 쥐로 퍼져 나갔기 때문에 지금도 남아 있는 개체가 아주 적은 수가 남아 있어도 폭발적으로 증식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조영석 교수의 설명처럼, 집쥐의 강력한 번식력이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집쥐는 암수 한 쌍이 1년에 최대 460마리까지 새끼를 낳을 수 있는 놀라운 번식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독도와 같은 격리된 환경에서 개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2008년 몇 마리에 불과했던 집쥐가 150마리까지 늘어났던 것은 이러한 번식력의 결과입니다.

무인 카메라가 포착한 생태계 파괴의 현장
대구지방환경청의 의뢰로 '독도 집쥐 관리 사업' 용역을 맡은 조영석 교수팀은 2023년 5월부터 10월까지 무인 센서 카메라를 통해 집쥐의 활동을 모니터링했습니다.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총 716회에 걸쳐 집쥐가 포착되었으며, 이는 독도 전역에 집쥐가 퍼져있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였습니다.
특히 서도 주민 숙소에서 359회로 가장 많이 발견되었고, 동도 헬기장에서도 126회나 포착되었습니다.
이는 집쥐들이 인간의 활동 공간뿐만 아니라 독도의 자연환경 전반에 걸쳐 서식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집쥐가 독도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다방면에 걸쳐 나타나고 있습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조류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입니다.
집쥐는 바다제비와 괭이갈매기 등 독도에 서식하는 조류의 알과 새끼를 잡아먹습니다.
이는 독도 조류 개체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독도의 조류 생태계 전체를 위협합니다.
식물 생태계에 대한 피해도 심각합니다.
집쥐는 벼과 식물을 뜯어먹으며, 곳곳에 굴을 파서 토양을 교란합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독도에서만 자생하는 고유 식물인 독도 해국과 독도 갯장대까지 위협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들 식물은 독도의 생태적 가치를 상징하는 중요한 자원으로, 집쥐에 의한 피해는 돌이킬 수 없는 생태적 손실을 뜻합니다.

실패한 박멸 작전들···17년간의 시행착오
독도 집쥐 문제가 심각성을 드러내자, 환경 당국과 지방자치단체는 박멸 작업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지난 17년간의 노력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울릉군청은 2019년과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독도 집쥐 포획 작업을 실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총 95마리의 집쥐를 포획했지만, 완전한 박멸에는 실패했습니다.
포획 작업 이후에도 집쥐들은 계속해서 번식을 이어갔고, 개체수는 다시 증가했습니다.
이러한 실패의 원인은 여러 가지로 분석됩니다.
첫째, 집쥐의 생태적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점입니다.
집쥐는 시력은 약하지만 후각, 청각, 촉각이 매우 발달해 있어 포획이 쉽지 않습니다.
또한 야행성이며 은밀한 곳을 선호하는 습성 때문에 모든 개체를 찾아내기가 어렵습니다.
둘째, 일회성 포획 작업의 한계입니다.
집쥐 박멸을 위해서는 모든 개체를 완전히 제거해야 하는데, 단기간의 집중적인 포획 작업만으로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임신한 암컷이나 어린 개체들이 놓칠 경우, 이들이 다시 번식할 수 있습니다.
셋째,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관리 체계의 부재입니다.
포획 작업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추가 개체가 발견될 경우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되지 않았습니다.

적정 관리를 통한 박멸이 해결책
기존의 단기 집중 포획 방식의 한계가 드러나자, 전문가들은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조영석 교수팀이 2024년 5월 20일 제출한 최종 결과 보고서에는 '적정 관리를 통한 박멸' 전략이 담겨 있습니다.
이 새로운 전략의 핵심은 집쥐의 주요 은신처를 중심으로 특수 덫과 무인 센서 카메라를 활용해 지속적으로 포획하여 개체군 밀도를 낮게 유지하는 것입니다.
이는 단기간에 모든 집쥐를 제거하려는 기존 방식과는 다른 접근법입니다.
조영석 교수는 "독도 크기의 작은 섬에서 외래종으로 유입된 쥐를 잡아서 성공한 케이스는 전 세계적으로 너무 많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세계 각국의 성공 사례를 보면 작은 섬에서의 외래종 박멸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이 방법의 장점은 집쥐의 생명 주기가 짧다는 점을 활용한다는 것입니다.
개체군 밀도를 지속적으로 낮게 유지하면, 태풍과 가뭄, 기온 급변 등의 자연적 환경 교란이 발생했을 때 집쥐 개체군이 자연적으로 소멸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또한 이 방법은 독도의 특수한 환경을 고려한 현실적인 접근법입니다.
독도는 접근이 제한적이고 기상 조건에 따라 상륙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단기간에 집중적인 작업을 하기보다는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관리가 더 효과적입니다.

늦었지만 의미 있는 정책 전환
대구지방환경청은 전문가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정책 방향을 전환하고 있습니다.
신상엽 대구지방환경청 자연환경과장은 "최대한 한 마리라도 더 솎아 내는 게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올해는 좀 더 자주 가서 포획할 수 있는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정책 전환은 여러 면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첫째,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정책 수립입니다.
기존의 직관적이고 단순한 접근법에서 벗어나 전문가의 연구 결과와 해외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한 체계적인 접근법을 채택한 것입니다.
둘째, 장기적 관점의 도입입니다.
단기간의 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근본적인 해결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바꾼 것입니다.
셋째, 적응적 관리(adaptive management) 개념의 도입입니다.
모니터링 결과에 따라 관리 방법을 조정하고 개선해 나가는 유연한 접근법을 채택한 것입니다.

국제적 관점에서 본 독도 집쥐 문제
독도의 집쥐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섬 생태계 외래종 침입 문제의 한 사례입니다.
뉴질랜드, 호주, 갈라파고스 제도 등 세계 각지의 섬들에서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각국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뉴질랜드는 2050년까지 국가 전체를 외래 포식동물이 없는 지역으로 만들겠다는 'Predator Free 2050'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쥐, 족제비, 주머니쥐 등의 외래종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다양한 혁신적 기술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호주의 경우 매쿼리 섬에서 토끼와 쥐를 성공적으로 박멸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7년에 걸쳐 진행되었으며, 생물학적 방제와 물리적 제거를 병행하여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이러한 국제적 사례들은 독도 집쥐 문제 해결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성공적인 외래종 박멸을 위해서는 장기적 계획, 충분한 예산, 지속적인 모니터링, 그리고 무엇보다 정치적 의지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기술적으로 혁신적 접근법의 필요성
독도 집쥐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기존의 전통적인 방법뿐만 아니라 혁신적인 기술의 도입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 개발되고 있는 다양한 기술들을 독도의 상황에 맞게 적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첫째, 유전자 드라이브(Gene Drive) 기술입니다.
이는 특정 유전자를 개체군 전체에 빠르게 확산시키는 기술로, 번식 능력을 저하시키거나 수컷만 태어나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개체군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기술은 아직 연구 단계에 있으며, 생태계에 미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영향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둘째, 스마트 트랩(Smart Trap) 기술입니다.
IoT 센서와 AI 기술을 활용하여 집쥐를 자동으로 감지하고 포획하는 시스템입니다.
이러한 시스템은 24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하며, 포획 상황을 실시간으로 관리자에게 알려줄 수 있습니다.
셋째, 페로몬을 활용한 유인 기술입니다.
집쥐의 성페로몬이나 집합페로몬을 인공적으로 합성하여 집쥐를 특정 지역으로 유인한 후 포획하는 방법입니다.
넷째, 드론을 활용한 모니터링과 미끼 살포 기술입니다.
독도의 험준한 지형과 접근의 어려움을 고려할 때, 드론을 활용한 원격 관리는 매우 유용할 수 있습니다.

예산과 인력 등 현실적 제약과 해결 방안은?
독도 집쥐 문제 해결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는 예산과 인력의 제약입니다.
독도는 접근이 어렵고 작업 환경이 열악하여 일반적인 방역 작업보다 훨씬 많은 비용과 인력이 필요합니다.
현재까지 독도 집쥐 관리에 투입된 예산은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상당한 규모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앞으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러한 예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러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역할 분담과 예산 분담이 필요합니다.
독도는 국가적 중요성을 가진 지역이므로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합니다.
둘째, 민간 부문의 참여입니다.
환경 보전에 관심이 있는 기업이나 단체의 후원을 받아 예산을 확충할 수 있습니다.
또한 크라우드펀딩 등을 통해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도 있습니다.
셋째, 국제 협력이 필요합니다.
유사한 문제를 겪고 있는 다른 나라들과의 기술 교류와 공동 연구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시민 참여와 교육의 중요성
독도 집쥐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와 전문가의 노력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도 중요합니다.
많은 시민들이 독도 집쥐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정책 추진의 동력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환경 교육을 통해 시민들에게 독도 생태계의 중요성과 외래종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학교 교육과정에 관련 내용을 포함 어린 시절부터 환경 보전 의식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시민 과학(Citizen Science) 프로그램을 통해 일반 시민들이 독도 생태계 모니터링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합니다.
독도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나 연구자들이 집쥐 목격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희망적 미래를 향한 도전
독도 집쥐 문제는 17년간 지속되어 온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입니다.
하지만 최근 전문가들의 새로운 접근법과 환경 당국의 정책 전환은 희망적인 신호입니다.
조영석 교수는 "독도 크기의 작은 섬에서 외래종으로 유입된 쥐를 잡아서 성공한 케이스는 전 세계적으로 너무 많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그의 말처럼, 적절한 방법과 지속적인 노력이 있다면 독도 집쥐 문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단기적 성과에 급급하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입니다.
또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정책 수립과 충분한 예산 확보, 그리고 무엇보다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지가 필요합니다.
독도는 단순히 우리나라의 영토가 아니라 독특하고 소중한 생태계를 가진 자연유산입니다.
집쥐라는 침입자로부터 이 소중한 자연유산을 지켜내는 것은 현재 세대의 책임이자 미래 세대에 대한 의무입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환경 당국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와 과학적 접근법을 통해 독도 집쥐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노하우가 다른 지역의 유사한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독도의 푸른 바다와 깨끗한 자연이 집쥐의 위협 없이 보전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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