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구MBC NEWS 심층보도

[심층] 독도 '집쥐'와의 전쟁 ② 반복되는 외래종 침입···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대책 필요

심병철 기자 입력 2025-07-19 14:00:00 조회수 12


대한민국의 동쪽 끝, 동해의 외로운 파수꾼 독도는 천연기념물이자 국가의 상징입니다.

그런 이곳이 지금, 작지만 치명적인 위협에 직면해 있습니다.

바로 외래종인 집쥐(Rattus norvegicus)의 침입 때문입니다.

2008년 독도에서 처음 목격된 이후, 이 불청객들은 독도의 고유 생태계를 파괴하고 주요 시설물까지 갉아먹으며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독도, 외래종에 취약한 '고립된 낙원'
독도는 면적 0.19㎢에 불과한 작은 암석 섬이지만, 바다제비와 괭이갈매기 등 야생 조류의 번식지이자 다양한 해양 생물의 보금자리입니다.

이런 고립된 환경은 외부 생물의 유입을 막는 천연의 방패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한번 외래종이 침입하면 천적 부재로 인해 개체 수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취약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독도에 대한 야생동물 조사는 1978년에 처음 시작됐습니다.

당시 조사에서는 인위적으로 방사된 집토끼를 제외하고는 육상 포유동물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2005년 환경부의 특정도서 지정 이후 국립환경과학원의 '독도 자연생태계 정밀 조사'가 시작되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진행되었습니다.

당시 첫 정밀 조사에서는 물개와 바다사자, 낫돌고래 등 해양성 포유동물 3종만 확인될 뿐 육상 포유동물의 서식은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2007년 이후 대구지방환경청으로 이관되어 매년 조사가 수행되었습니다.

이듬해인 2008년 소형 포유동물용 포획 트랩 설치와 경비대 청문 조사에서도 쥐류를 포함한 어떠한 육상 포유동물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2008년 10월, 서도의 물골 계단 공사 자재 더미에서 인부들에게 쥐가 처음 목격됐습니다.

2009년 3월에는 서도 어업인 숙소에서 쥐의 흔적이 다수 발견되었죠.

그리고 2010년 독도 생태계 모니터링에서 서도 물골에서 집쥐로 추정되는 훼손된 설치류 사체가 하나 확인됩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는 포유동물 조사가 수행되지 않았다가, 2015년 국립생태원의 조사에서 서도뿐만 아니라 동도에서도 쥐로 추정되는 배설물과 섭식 흔적이 확인됩니다.

동도의 집쥐는 2016년 현장 조사에서 무인 센서 카메라를 통해 실제 모습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리고 2021년 독도 외부 침입종 관리 사업을 통해 독도에 서식하는 설치류가 집쥐 (Rattus norvegicus)라는 것이 명확히 확인되었습니다.

이러한 집쥐 침입은 과거 토끼 번식 사례와 겹치며 독도의 취약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킵니다.

1973년 가을, 울릉경찰서가 경찰 대원들의 부식 공급을 위해 독도에 방사했던 토끼 40마리는 이듬해 6마리가 생존했습니다.

그 뒤 1979년에는 독도에 식재한 나무들을 갉아 먹는 해수(害獸)로 인식될 지경에 이릅니다.

1981년 자연보존협회 조사에 따르면 독도 집토끼 개체수는 230여 마리에 달했습니다.

조영석 대구대학교 생물교육과 교수는 "토끼들이 순식간에 섬 전체를 장악하고 풀뿌리부터 나무 싹까지 다 뜯먹어 섬을 순식간에 황폐화시켰다"고 말합니다.

집토끼에 의한 식생 피해는 1987년 대학 연합팀 학술 조사에서도 심각하게 보고되었습니다.

다행히 1988년 울릉군청의 증식 억제 사업 추진 계획 수립과 집중적인 포획으로 1992년에는 토끼가 완전히 사라졌고, 이후 추가적인 토끼 발견 보고는 없습니다.


"독도 집쥐, 울릉도에서 선박 타고 건너왔다"
그렇다면 이 집쥐들은 어떻게 육지에서 87km나 떨어진 독도까지 오게 된 걸까요?

독도 집쥐 조사에 나선 대구대학교 조영석 교수 연구진에 따르면, 유전자 분석 결과 독도 집쥐는 울릉도 집쥐와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는 집쥐가 울릉도에서 독도로 들어오는 선박을 통해 유입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유람선과 연구선, 경비대 교대선 등 다양한 선박이 독도와 울릉도를 정기적으로 오가는 과정에서 음식물이나 자재와 함께 집쥐가 유입되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집쥐는 헤엄을 잘 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선박이 독도 근처에 접근했을 때 섬으로 이동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고 있습니다.

이들 집쥐는 천적이 없는 독도 환경에서 암수 한 쌍이 1년에 최대 460마리까지 번식할 수 있는 경이로운 번식력을 바탕으로 급격히 세력을 확장했습니다.


생태계 파괴 넘어 '시설물 훼손'과 '질병 위협'까지
집쥐는 독도의 생태계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습니다.

이들은 독도에 서식하는 바다제비와 괭이갈매기의 알과 새끼를 잡아먹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4년간 집단 폐사한 바다제비 81마리 중 90% 이상이 집쥐의 공격 때문인 것으로 확인되어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2007년부터 바다제비 사체가 다수 발견되었고, 2013년에는 81마리로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그래도 당시에는 독도에 집쥐 개체 수가 많지 않아서, 쇠무릎이 위협 요인으로 간주되었습니다.

독도에 자생하는 쇠무릎(Achyranthes japonica)은 주로 밤에 활동하는 바다제비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바다제비가 쇠무릎의 줄기와 열매가 엉켜있는 곳을 지나다 다리가 걸리거나 몸이 얽혀 죽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이후 바다제비 서식 실태조사에서 집쥐가 포식자로 지목되었습니다.

조사에서 집쥐에 의한 직접적인 포식이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번식지 주변에서 집쥐의 사체와 배설물이 발견돼 포식자로 추정된 것입니다.

또한, 집쥐는 독도에 자생하는 벼과 식물류를 섭취하며 식물 생태계까지 교란하고 있습니다.

생태계 파괴를 넘어 시설물 훼손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독도경비대 숙소와 등대의 전선과 케이블을 갉아 먹어 화재 위험을 높이고 통신 및 전력 공급에 장애를 일으켜 독도에 상주하는 인력의 안전과 업무 효율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여기에 집쥐의 배설물은 렙토스피라, 한타바이러스 등 질병을 전파할 가능성까지 있어 공중보건상의 위협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독도 집쥐 문제에 대해 관계 당국은 2010년대 초부터 관심을 기울여 왔습니다.

옛 문화재청과 환경부, 울릉군 등은 협력하여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퇴치 사업을 벌였습니다.

2018년 옛 문화재청과 독도관리사무소는 59마리의 바다제비 사체를 집쥐 공격으로 추정하고 대대적인 제거 계획을 수립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집토끼 구제가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성공했던 것과 달리, 2008년 확인된 집쥐의 구제는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2009년 서도 어민 숙소에 한해 구제 작업이 수행되었지만, 이후 동도로까지 확산 현재까지 그 효과는 미미합니다.

2015년 국립생태원의 독도 생태계 정밀 조사에서는 독도에 "쥐 5마리 한 가족이 전부"라는 공식 발표를 내놓기도 했으나, 현실과는 괴리가 있었습니다.

2018년 바다제비 사체 발견 이후 울릉군청은 시민 단체를 통해 100여 개의 쥐덫을 독도 전반에 걸쳐 세 차례나 설치했지만, 포획된 쥐는 4마리에 불과했습니다.

이후 울릉군청은 2019년 10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총 3회에 걸쳐 95개체의 집쥐를 제거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끝내 박멸하지 못하고 다시 집쥐 개체 수가 급증하는 등 포획과 번식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집쥐와 같은 설치류는 번식력이 매우 왕성해서, 한 쌍만 남아있어도 급속도로 개체군이 회복되는 특성 때문에 관리가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대구대학교 조영석 교수는 "남은 한 마리까지 잡고 혹시 남아 있는 게 모르니까 몇 년 이상 계속해서 모니터링하고 추가적인 것들을 설치해는 계속 살펴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끝나지 않을 전쟁···철저한 대책 마련이 필수
독도는 우리에게 단순한 섬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소중한 영토이자 자연유산의 보고입니다.

독도 집쥐 문제는 단순히 환경 문제에 그치지 않고, 우리 영토의 상징성과 자연유산을 지키는 중요한 과제입니다.

외래종의 침입이 반복되지 않도록 보다 철저하고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합니다.

그리고 이 작은 땅에서 벌어지는 외래종과의 싸움은 우리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합쳐질 때 승리할 수 있습니다.

  • # 독도
  • # 독도집쥐

Copyright © Daegu Munhwa Broadcasting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심병철 simbc@dgmbc.com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