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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독도 '집쥐'와의 전쟁 ① 평화로운 섬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

심병철 기자 입력 2025-07-12 14:00:00 조회수 13


대한민국의 동쪽 끝, 아름다운 우리 땅 독도가 불청객으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독도의 소중한 생태계가 바로 외래종인 집쥐(Rattus norvegicus)의 무차별적인 번식으로 인해 심각한 교란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작은 쥐 몇 마리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들은 독도 고유의 생물들을 위협하고, 심지어 인간의 건강과 국가 중요 시설물까지 위협하는 잠재적 위험으로 떠올랐습니다.

평화로운 독도에 드리운 집쥐의 그림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고유 생태계의 보고' 독도에 드리운 그림자
독도는 우리에게 단순한 섬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역사적, 지리적으로 대한민국의 영토임을 명확히 하는 상징이자, 동시에 자연의 경이로움이 살아 숨 쉬는 생태계의 보고입니다.

독도는 천연기념물 제336호이자 특정도서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습니다.

특정도서(特定島嶼)는 '독도 등 도서지역의 생태계 보전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환경부 장관이 지정하여 고시하는 섬을 말합니다.

사람이 거의 살지 않거나 극히 제한적으로만 거주하면서, 자연생태계와 지형, 지질, 자연환경이 특히 우수해 보전 가치가 높은 섬들 가운데 특정도서를 지정해 보호합니다.

독도가 대표적인 특정도서 중 하나입니다.

특히 괭이갈매기, 바다제비 등 다양한 해양 조류의 주요 서식지이자 번식지이고, 독특한 식물들이 뿌리내려 살고 있는 곳입니다.

독도는 이들의 생존에 필수적인 천연보호구역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아 왔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독도의 평화로운 모습 뒤에는 심각한 생태계 교란 문제가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외부에서 유입된 집쥐의 급증입니다.

2008년부터 그 수가 눈에 띄게 늘어나기 시작하며, 독도 생태계의 균형을 송두리째 흔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침입자···그리고 치명적인 위협
처음에는 독도경비대 건물 주변이나 태양광 발전소 인근에서 주로 발견되던 집쥐들은 이내 독도 전역으로 퍼져나갔습니다.

이들은 경비대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와 부식 창고의 식자재를 주요 먹이원으로 삼으며 빠르게 번식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집쥐들이 독도 고유의 생물들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괭이갈매기와 바다제비의 알과 새끼가 집쥐의 먹잇감이 되었습니다.

독도의 생태계는 독립된 상태로 고유의 균형을 유지해 왔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집쥐와 같은 새로운 포식자의 등장은 토착 생물들에게 치명적입니다.

특히 정부 발표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집단 폐사한 국제 멸종보호종 바다제비 81마리의 사인 중 90% 이상이 집쥐 공격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번식력이 강하고 환경 적응력이 뛰어난 집쥐는 토착 조류의 번식 성공률을 크게 줄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이들의 개체 수를 감소시켜 독도 생태계의 근간을 뒤흔들 것으로 우려됩니다.

또한 벼과 식물류를 섭취하며 독도의 식물 생태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특히 독도에서만 사는 식물인 독도 해국과 독도 갯장대까지 위협하고 있어 심각한 상황입니다.

집쥐의 위협은 비단 생태계 교란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이들은 인간의 건강과 안전에도 직접적인 위협이 됩니다.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감염병 발생과 전파 가능성입니다.

집쥐의 배설물에서 렙토스피라, 한타바이러스와 같은 위험한 병원균이 검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독도경비대 숙소 내에서 다량의 쥐 배설물이 발견되었다는 사실은 경비대원들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병균이 독도 내에서 확산거나, 심지어 독도를 방문하는 인원들을 통해 외부로 전파될 위험까지 배제할 수 없습니다.

대구지방환경청의 독도 집쥐 관리 사업 용역을 수행한 대구대학교 조영석 교수는 "쥐 배설물에 있는 바이러스가 호흡기로 들어가서 문제가 생기는데, 사람이 살고 있는 경비대 숙소 내에 너무 많은 배설물이 있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건 정말 그 질병의 위험에 아주 그냥 노출돼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정말 큰 문제가 있었다"고 경고했습니다.

또한, 집쥐들은 독도경비대 숙소 등의 전선을 갉아 훼손하여 화재 위험을 높이는 문제까지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전선 피복을 갉아 절연체가 손상되면 합선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는 고립된 섬이라는 특성상 더욱 심각한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울릉도에서 온 불청객
대구지방환경청은 2020년부터 대구대학교 조영석 교수 연구진에게 집쥐 서식 실태 조사와 포획 작업을 의뢰했습니다.

정밀한 조사를 통해 연구진은 독도 내 집쥐가 100~150마리 이상 서식하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모두 울릉도에서 선박을 통해 유입된 개체의 후손이라는 점입니다.

조영석 교수는 "저희가 유전학적 구조를 확인해 봤는데 너무 뚜렷하게 독도의 쥐는 울릉도의 쥐가 들어갔다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가 있었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독도 생태계 교란의 원인이 자연적인 것이 아닌, 인간 활동에 의한 외부 유입임을 명확히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
연구진은 집쥐 포획 작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모니터링과 추적 관찰을 병행하며 독도경비대가 있는 동도에서는 대부분의 집쥐를 성공적으로 잡아냈습니다.

이는 외래종 박멸 가능성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신호였습니다.

독도 집쥐 퇴치 작업은 특수 설계된 덫과 무인 센서 카메라를 활용하여 진행되었습니다.

이 덫은 다른 동물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파이프 형태로 설계되었습니다.

땅콩버터와 같은 미끼를 사용하여 집쥐를 유인하고, 무인 센서 카메라를 통해 포획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2차 피해를 최소화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접근이 어려운 서도에 남아 있었습니다.

서도는 지형적 특성상 덫 설치나 포획 작업이 쉽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서도에 남아있는 소수의 집쥐를 완전히 박멸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더 큰 우려는 집쥐의 놀라운 번식력에 있습니다.

조영석 교수는 "집쥐는 매우 번식력이 강해서 소수만 남더라도 암수 한 쌍이 1년에 최대 460마리까지 새끼를 낳을 수 있어 큰 우환 거리로 남아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서도에 남아있는 소수의 개체가 다시 폭발적으로 번식할 경우, 동도에서 이룬 성과마저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독도 수호는 우리의 책임
독도 집쥐 퇴치는 단순히 특정 외래종을 제거하는 문제를 넘어, 독도의 생태적, 문화적, 그리고 역사적인 측면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독도는 천연기념물 제336호로 지정된 천연보호구역이자, 대한민국의 영토 주권을 상징하는 중요한 섬입니다.

이러한 독도가 외래종인 집주의 침입으로 병들지 않도록, 우리 모두의 관심과 정부의 철저한 관리, 그리고 지속적인 노력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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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병철 simbc@dgmb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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