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0조 원 규모의 2차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민생 회복 소비 쿠폰이 온 국민에게 차등 지급되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빚 탕감을 위한 배드뱅크도 가동됩니다. 2차 추경이 어려운 국내 경제 상황을 타개할 구원투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토크ON은 민생 회복 지원금이 경제에 미칠 영향과 새 정부의 재정 전략을 평가하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임규채 경북연구원 경제산업연구실장 나오셨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추경으로 재정을 일단 풀어서 침체한 내수를 살리는 게 긴급하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2차 추경의 규모와 시점, 여기에 대한 적절성에 대해 두 분의 의견을 듣고 싶은데요. 이상민 연구위원 먼저 말씀 주실까요?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일단 시점은 너무 늦은 게 문제죠. ‘만시지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2024년 말만 해도 우리나라 기재부는 2025년도에 약 2.2% 정도 성장할 거로 예측했어요. 그런데 2025년 초 1월엔 2.2는 어렵고 1.8%, 그마저도 어려워 1.5%, 지금은 0.5~0.8%까지 떨어졌거든요. 3~4개월 만에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이렇게 급격하게 떨어지는 상황에서는 내수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하는 거고요. 그래서 너무 늦은 점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1차 추경을 하지 않았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물론 1차 추경을 하긴 했죠. 그런데 1차 추경에서 가장 첫 번째나 두 번째 사업은 내수 진작 목적이 아니었어요. 그때는 산불 대응도 하고, GPU 같은 것을 사는 데 사용됐는데, 이건 내수와는 관계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내수 목적 추경은 굉장히 시급했다고 평가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규모 자체는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규모가 30조 원이라고 정부는 홍보하고 있는데요. 이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어요. 30조 원 규모의 추경이라고 해서 시중에 돈이 30조 원이 풀리는 것은 아니고, 실제로 시중에 풀리는 돈은 15조 원입니다. 딱 절반이죠. 왜 그러냐면 30조 원이라는 것은 지출 측면에서 20조이고, 세수입이 10조 원 덜 거칠 거라고 예측만 변경한 게 10조 원이에요. 그렇다면 지출이 20조 원 풀리는 거 아니냐고 오해하실 수 있는데요, 20조 원이 새롭게 증액되는 것은 맞지만, 감액되는 것도 5조 원 정도 있어요. 그래서 순증액만 보면 약 15조 원이 시중에 공급된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김상호 사회자]
임규채 실장님, 어떻게 보십니까?
[임규채 경북연구원 경제산업연구실장]
지금은 경기 확장 국면이 아니고 경기가 굉장히 위축돼 있기 때문에, 경기 방어 차원에서는 그렇게 늦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고요. 실제로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이유는, 지난 4월보다 5월에 소비 심리가 굉장히 많이 회복됐기 때문입니다.
데이터를 보면, 소비자심리지수(CSI)가 5월 101.8에서 6월 108.7로 6.9포인트나 상승했습니다. 앞으로 소비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형성된 상황이고, 이런 시점에서 정부가 소비 진작을 위한 지출을 확대하면 효과가 클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지금도 계속 지적되는 부분이지만, 지역화폐 형태로 재정 지출을 하게 되면 특히 소비 부문에서 지출이 지역별로 제한된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사용처가 제한되어 있으면 소비자의 선택권이 지역 내로 국한되고, 국가 전반적으로 확산하는 소비 효과는 그만큼 작아집니다. 이에 따라 효과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전반적으로 구조 개선이나 고용 창출과 직접적으로 연계되지 않는다면, 소비 지출이나 지역화폐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는 중장기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김상호 사회자]
2025년 경제성장률이 0%대로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라면 이번 추경이 내수 진작의 ‘구원투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임규채 경북연구원 경제산업연구실장]
기존에 경제성장률을 1.8% 정도로 전망했다가, 지금은 1.5%까지 계속 하향 조정되고 있는데요. 이만큼 경기가 좋지 않다는 얘기고, 이런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재정 지출이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다만 문제가 되는 점은, 현재 국내 경제 상황에서 정부 재정 지출의 효과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겁니다. 이유는 화폐의 유통 속도가 매우 느려져 있기 때문인데요. 과거 고도성장기와는 달리 지금은 유통 속도가 0.58~0.6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실제로 1.0 이상은 돼야 재정 지출의 효과가 크게 나타나는데, 현재는 그런 기준에 못 미치고 있어서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사용처가 제한된 지원금은 유효수요 확대에도 제약이 있기 때문에 그런 점 역시 고려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단기적으로는 소비 부문을 중심으로 거시경제 지표를 개선하고, 지역 내 총생산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성장률을 개선하는 데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김상호 사회자]
이번 조치가 내수를 살릴 ‘구원투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보시는 거군요?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저는 ‘구원투수’라는 비유가 참 적절하다고 봅니다. 무슨 말이냐면 현재 투수가 지치거나 부상한 상황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구원투수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구원투수를 올린다고 반드시 승리하는 것도 아니죠. 구원투수가 안타를 맞을 수도 있습니다. 이 말은 추경만 한다고 우리 경제가 반드시 살아나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그렇지만 현재 투수가 너무 지치고 아프므로 구원투수를 올릴 수밖에 없고, 그렇다고 올리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하지만, 추경이 효과를 발휘하도록 여러 가지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김상호 사회자]
이번 추경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민생 회복 소비 쿠폰’입니다. 세부 내용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임규채 경북연구원 경제산업연구실장]
보편적, 선별적 요소가 혼합된 방식은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실효성 있는 균형 잡힌 시도라고 보고요.
1차 지급 후 2차로 추가 지급하는 구조는 소비 분산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1차, 2차 지원안을 보면 소득 1분위, 2분위, 즉 차상위층에 지급되는 비중이 높습니다. 이분들은 생계에 집중돼 있어 소득이 늘거나 재정 지원을 받으면 한계 소비 성향이 높아집니다. 소비 성향이 높아져야 경기 활성화 대책이 효과를 크게 보이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문제는 소비 쿠폰이 일회성으로 그칠 경우, 상반기 또는 하반기 일부 시점까지만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이상민 위원께서는 세부 사항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고심한 흔적이 보입니다. 보편 지원에도 장단점이 있고, 선별 지원에도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보편과 선별을 모두 채택한 형태입니다. 이는 보편 지원의 장점과 선별 지원의 장점을 모두 결합한 동시에, 단점도 일부 포함됐다는 뜻입니다.
앞서 실장님께서 잘 지적하신 것처럼, 소비 성향을 높이려면 저소득층에게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왜냐하면 이들은 돈이 없어서 소비를 못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원이 있으면 추가 소비가 일어납니다.
반면 고소득층은 돈이 없어서 소비하지 않는 게 아니기 때문에, 효과성 측면에선 지원을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고소득층을 정확히 선별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이런 혼합 방식이 나온 것 같고, 고심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임규채 경북연구원 경제산업연구실장]
형평성 문제가 별다른 논란이 없었음에도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죠. 이런 부작용을 우려한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그런데 지금은 효율성보다는 전반적인 분배 문제에 더 신경 써야 할 시점입니다. 특히 소비 부문에서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선별적·보편적 혼합 방식이 현재로서는 적절하다고 보고, 저도 동의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정부가 지급 방식이나 사용처를 정할 때 고려해야 할 지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사용처에 제한이 없으면 효율적이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 현금으로 지급하면 사람들이 소비하지 않고 저축해버리기 때문에, 내수 효과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용 기간이 정해진 소비 쿠폰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실장님께서도 여러 차례 강조하셨듯, 사용 기간 제한은 괜찮지만, 사용처 제한은 가능하면 완화하는 게 좋습니다. 사용처를 제한하면 승수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특별한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사용처를 넓히는 방식이 더 효율적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임규채 경북연구원 경제산업연구실장]
지원금을 반드시 받아야 하는 계층은 지역사랑상품권이든 현금이든 관계없이 소비 지출을 늘릴 겁니다. 하지만 이분들의 단점은, 지원받은 금액이 소진된 이후에는 추가적인 소비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단기적 효과 측면에서는 분명히 좋지만,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면 현재 우리나라가 신경 쓰는 인구 소멸, 지방 소멸 문제에 맞닿게 됩니다. 지금처럼 특정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이나 기간 제한 방식으로 지원하면, 그 지역의 인구 규모에 따라 지역경제 효과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활동 반경, 생활 인구 등을 고려해 인근 지역까지 포함해 확장된 범위에서 상품권이나 카드가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속한 집행이 이루어졌을 때 소비 효과는 분명히 있고, 소득 4분위, 5분위처럼 소득이 높은 계층은 원래 소비하던 부분을 이 지역화폐 등으로 대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지역화폐끼리도 상호 교류할 수 있도록 하고, 사용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더 큰 경제적 효과를 가져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지금 말씀하신 지역화폐 문제를 조금 더 포함해서, 이번 추경의 또 다른 경제 대책 중 하나인 '배드뱅크'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지역화폐부터 보겠습니다. 2차 추경에서 6,000억 원이 지역사랑상품권에 배정됐습니다. 지역화폐 할인율이 조금씩 다른데요. 이 결정이 적절했는지 두 분의 평가를 들어보겠습니다. 이상민 연구위원, 어떻게 보십니까?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지역화폐라는 정책은 특정 지역의 소비가 크게 위축됐을 때, 해당 지역에만 발행하는 경우라면 저는 나름대로 합리적인 정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모든 지역에 할인율 차등 없이 무차별적으로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것은 결국 제로섬 게임이 되는 겁니다. 전국적으로 동일한 할인율을 적용하는 지역화폐가 특정 지역을 살리는 데 과연 얼마나 효율적일지에 대해서는 ‘제한적’이라고 생각해 왔는데요.
이번에는 지역화폐 할인율을 차등 적용하겠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수도권은 10%, 비수도권은 13%, 인구 감소 지역은 15%로 차등 적용하겠다는 건데, 저는 이것이 오히려 지역화폐 정책을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법이라고 봅니다. 지금까지 이런 방식이 없었던 것이 오히려 안타깝고, 이번 결정은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네, 임규채 실장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임규채 경북연구원 경제산업연구실장]
지역별로 할인율을 높여주는 데 대해서는, 지자체별로 큰 불만은 없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5% 할인받는 지역, 15% 할인받는 지역이 있더라도, ‘왜 우리는 5%밖에 안 되느냐’라는 식의 불만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해당 지역 특성을 고려해서 결정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문제는 지역 내 소비가 촉진되는 효과는 분명하지만,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소비 흐름을 특정 지역에 가두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는 소비 활성화를 통한 경기 회복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처럼 통화 유통 속도가 매우 느려져 있는 상황에서는, 기존 통화량을 늘리지 않고도 돈이 빠르게 돌게 만들면, 물가 상승 없이 경제성장률과 소비가 개선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화폐의 과도한 사용처 제한은 이러한 순환을 막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인구 소멸 지역이나 지방처럼 경제 상황이 열악한 지역의 할인율을 좀 더 높이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단, 할인율이 높은 지역사랑상품권을 다른 지역 주민도 일정 배정을 통해 구매하고, 해당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지역 간 소비 이동을 유도할 수 있고요.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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