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에서 '소신의 아이콘'이 된 여당 의원이 있습니다. 바로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입니다. 국민의힘 의원 중에서는 처음으로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면서 최근 많은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후 친한계 단체 대화방 '시작2'에서 나간 것으로 확인되면서 광주행이 결정적 사유가 되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토크ON에서는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민주주의를 향한 보수의 가치와 정치가 가야할 길에 대해 들어봅니다.
[김상호 사회자]
1인 시위할 때 그래도 가장 고마웠던 분 누굽니까?
[김상욱 국민의힘 국회의원]
여러 분이 계십니다. 사실 1인 시위하면서 저희 당내 선배님들께 참 송구한 마음이 많았고요. 제가 1인 시위에 나선 이유가,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좀 있었습니다.
대통령 2차 담화가 있기 전에는 탄핵에 찬성하는 저희 당내 의원님들의 수가 꽤 많았습니다. 그런데 2차 담화가 나오고, 대통령의 2차 담화 내용이 '단결해서 나를 지켜달라'는 취지였지 않습니까? 그리고 나서 권성동 원내대표가 선출되고, 권성동 원내대표 선출 이후에 탄핵을 막기 위한 체계적인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면서 탄핵에 찬성하려는 분위기가 급속도로 얼어붙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좀 시일이 급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만약 12월 14일에도 탄핵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분명히 '감옥 갈 바에는 장군들이 사고를 칠 거다'라는 생각을 합리적이라면 할 수밖에 없죠. 그러니까 이건 반드시 막아야만 한다는 간절함이 있었고요. 그래서 그때 어떤 생각을 했냐면,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하고, 또 '욕받이' 할 사람이 있어야겠구나. 누군가 한 명 대신 욕을 다 먹어야지만 소신파들이 소신 투표를 할 수 있겠구나. 길을 열어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자청해서 욕을 먹겠다. 욕받이를 하겠다. 그리고 분위기를 좀 바꿔보겠다.’는 취지에서, 사실 나서는 걸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때 1인 시위에 나섰습니다. 뭐, 저는 태어나서 처음 해본 시위입니다. 1인 시위에 나섰고요.
그때 많은 분이 격려해 주셨습니다. 저희 당 선배님들도 많은 격려를 해 주셨고, 사실 지금과 그때는 또 분위기가 좀 달랐던 것 같습니다. 저희 당내에서도 ‘비상계엄 잘못되었다. 대통령 위험하다.’ 이렇게 판단하는 의원님들이 당내에도 상당히 많으셨습니다. 합리적인 생각이죠. 그래서 그런 분들께서 오가면서 많은 격려를 해 주셨고요. 제가 그분들께서 저를 격려해 주셨다고 말씀드리면 그분들이 또 입장이 어떨지 몰라서 실명을 말씀드리기는 힘들지만, 많은 분께서 격려해 주신 건 맞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고맙다는 말도 쉽게 할 수 없는 상황이 어떤 입장인지 가장 잘 보여주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5.18 민주묘지 참배에 다녀오셨는데요. 국민의힘 의원 가운데 광주를 찾아 사과 메시지를 전한 건 김 의원님이 처음입니다. 광주 방문을 결정하신 이유는 뭡니까?
[김상욱 국민의힘 국회의원]
사실 광주로 간다고 하니까 압박이 대단했습니다. 광주로 가면 그나마 저를 보호하던 분들도 보호할 수 없다는 말씀까지 할 정도로 압박은 대단했는데, 광주에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 입장을 바꿔 한 번 생각해 봐야 합니다. 80년, 전두환 비상계엄이 있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전국적으로 비상계엄에 항거하는 민중 항쟁이 일어났습니다. 그중 한 곳이 광주 금남로였습니다.
만약에 입장을 바꿔서요. 우리 대구 동성로에서 민중 항쟁이 있었는데, 경찰이 못 막아서 계엄군이 들어왔고, 그 계엄군이 동성로에서 시민들을 학살했다고 우리가 역사의 현장을 바꿔서 생각해 봅시다. 동성로에서 대구 시민들을 학살했다면, 우리는 너무 큰 상처를 받았겠죠. 그 후에 은폐했습니다. 이후 독재 정권에서는 이걸 감추기 위해 지역감정을 계속해서 자극하면서 피해자들과 피해자 유족들에게 2차 가해를 계속해 왔습니다. 그런 현장입니다.
그런 현장에서 광주 금남로에서 계엄군이 십자군이다, 계엄이 정당하다는 시위가 열렸고요. 5.18 항쟁 때 가족을 잃은 5.18 유족들이 있는데, 그 유족들에게 모욕하고 조리돌림을 했다는 얘기까지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우리 당에서 카드 뉴스를 만들어 홍보했습니다. 저는 너무 부끄러운 현장이었습니다. 국민의힘의 당헌에도 ‘5.18 정신을 계승한다, 민주주의를 지켜간다’라는 것이 들어가 있습니다. 우리 당의 존립 목적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입장을 바꿔서 5.18에서 가족을 희생당한, 또 5.18의 아픔을 겪은 광주 시민 입장이라면 타 지역 사람들이 와서 금남로에서 그렇게 모욕했다? 학살 현장이잖아요. 광주 송정역 같으면 괜찮습니다. 하지만 광주 금남로는 학살의 현장입니다. 학살의 현장에서 학살한 사람들을 십자군이라고 표현하는데, 이 상처, 이 원한을 어떻게 합니까. 이 갈등을 빨리 봉합하지 못하면, 보수가 보수의 가치인 민주주의를 지켜나간다는 명분이 없어집니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 보수당이 무언가 다른 걸 하려고 한다고 하더라도, 호남분들의 동의를 얻지 못합니다. 같이 살아야 합니다. 갈등은 통합으로, 화해로 풀어가야 합니다. 그런데 당장 눈앞의 정치적 이익 때문에 두고두고 원한이 될 일을 만들어 가서는 안 되지 않겠습니까? 이걸 풀어야 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가서 풀지 않으면 점점 썩어 문드러지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 당에서 제가 여러 분께 부탁을 드렸지만, 여러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 개인 자격으로라도 가겠다는 마음으로 갔고요. 정말 사과드리는 마음으로 갔습니다. 광주 시민들께 상처를 드려서 죄송합니다. 우리 보수가 추구하는 가치는 이렇게 상처를 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보수는 민주주의를 지키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보수의 가치입니다. 5.18 민주화를 위해 희생된 분들께 깊은 존경을 드리면서, 우리가 민주주의를 지켜가는 진짜 참 보수의 모습으로 거듭나겠다는 취지로 광주를 찾아뵀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친한계 단체 대화방 이름이 ‘시작2’라고 하는데요. ‘시작2’에서 나왔다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나옴을 당했다'라고 해야 할까요? 결과적으로 나왔습니다. 근본적인 이유는 광주행의 여파인가요? 아니면 친한계가 잘못하면, 본의든 타의든 김상욱 의원이 친한계로 분류되는 상황에서 대선 준비하는 데 조금 부담이 된다, 이런 것 때문에 요청한 건가요?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김상욱 국민의힘 국회의원]
그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다 작용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작용했을 것으로 생각하는데요.
저는 가장 중요한 것이 ‘옳고 그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옳고 그름이 근간이 되는 것이고, 이해관계는 그 근간에 따라 나타나는 결과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눈앞의 당장 이익 때문에, 그것이 옳고 그름을 알고도 선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길게 보면, 눈앞의 이익 때문에 선택한 그름은 큰 피해로 돌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당이 힘들수록, 옳고 그름을 기준으로 삼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 비록 당 안에서는 좀 외로운 상황이 되었지만, 제가 하는 언행이 우리 당이 추구하는 보수의 가치를 실천하는 데 기준을 두고 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친한계로 지금 분류되었던, 혹은 지금도 분류되고 있는 이 상황에서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 지 듣고 싶습니다.
[김상욱 국민의힘 국회의원]
사실은 달걀로 바위 치기입니다. 저 하나가 목소리를 낸다고 해서 바꿀 수 있는 것은 극히 제한적일 것입니다. 도리어 달걀로 바위 치기이기 때문에 결론적으로는 제가 망가지고 끝날 가능성이 훨씬 크겠죠. 제가 어떻게 감히 큰 주류를 바꾸겠습니까? 제 개인의 이익만 생각한다면 이렇게 행동해서는 안 되는 겁니다.
하지만 제가 제 이익만 생각해서, 제 미래만 생각해서 틀린 걸 옳다고 하고 거기에 그냥 부화뇌동해 버린다면, 뭐 저 말고 다른 분들께서 보수의 가치를 잘 추구하고 실행해 가고 있다면 굳이 제가 이렇게 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 당이 큰 위기를 맞이한 지금 상황에서, 지금이야말로 어떻게 보면 우리 당이 나아가야 할 보수의 가치가 무엇인지, 보수가 정말 무엇이 정말 보수인지, 우리는 국민을 위해 국가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고민을 하는 파문을 일으키는 역할을 저는 하는 것이 제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이 과정에서 제가 망가지고, 정치를 더 못 하고, 경우에 따라 사회적으로 매장되는 그런 피해를 겪는다 하더라도, 제가 해야 할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 '건강한 보수'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건강한 보수가 탄탄하게 자리 잡아야 포용력 있고 품격 있는 대한민국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건강한 보수가 탄탄하게 자리 잡아야 혁신적인 실험을 하는 제대로 된 진보도 움직일 여지가 생깁니다.
또한, 대한민국은 위기입니다. 포퓰리즘과 극단주의를 막아내는 것은 건강한 보수만이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한 보수가 대한민국에서 뿌리내리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고요. 그것을 위해서 제가 작으나마 파문을 일으키고, 고민거리를 던질 수 있다면 저는 기꺼이 이 길을 가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사실 제 미래에 대해서 생각하면 좀 많이 암담합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오늘 하루 비겁하지 않고 싶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보수의 가치에 대해서, 보수의 미래 갈 길에 대해서 한번 여쭤보고 싶습니다. 탄핵 반대 집회가 대구 도심 곳곳에서 열렸는데, 이 집회에서 나온 얘기들은 기본적인 보수의 가치에 반하는 슬로건들이 너무 많이 나왔습니다. 탄핵 반대 집회, 어떻게 보십니까?
[김상욱 국민의힘 국회의원]
우선 제가 되묻고 싶습니다. 탄핵 반대의 의미가 뭘까요? 결국 대통령이 다시 복귀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대통령이 복귀하면, 대통령은 말씀드렸던 것처럼 비상계엄 사유가 없는데 비상계엄을 했습니다. 또한 정치적 반대자를 처단하려고 처단 명단을 만들었고, 그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것이 허용된다는 거지요.
또한, 선거관리위원회는 공정하게 관리되어야 되는데, 대통령 직속으로 들어와서 대통령의 감시·감독을 받으면 공정할까요? 공정할 수 없겠죠. 대통령 눈치를 보겠죠. 공정 선거가 안 됩니다. 또 헌법재판소를 없앤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도 없애고, 법원도 대통령 눈치를 본다면 이 나라는 어떤 나라일까요? 독재국가입니다.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지요.
탄핵 반대를 한다는 것은 사실, 그래서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정말 고민하고 신중하게 해야 하는데, 불행히도 탄핵 반대 집회의 상당수는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 정치적 세력 강화를 위해서 나서서 더 선동적인 말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 것 같습니다.
우리 보수는 보수의 가치를 지향하고, 이 가치 지향을 품격과 품위를 갖춰서 포용성 있게 해 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사회의 안정을 이룩하고, 사회 통합을 만들면서 발전을 지향하는 것이 진정한 보수의 모습입니다. 우리 보수가 추구하는 것은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개방적이고, 포용적이고, 자유로운 사회입니다.
우리가 북한을 싫어하는 이유가 무엇 때문인가요? 권위적이고, 폐쇄적이고, 폭력적이기 때문입니다. 불합리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러면 우리가 싫어하는 그 모습을 닮아서는 안 되겠죠. 그런데 극단주의에 빠진 분들은 폭력적이고 권위적입니다. 폐쇄적입니다. 이런 모습들은 보수의 모습이 아닙니다.
저는 감히 그런 표현을 씁니다. 보수의 정반대의 말은 극우이다, 극단이다. 이런 표현을 씁니다. 극우는 보수가 아닙니다. 우리가 보수의 개념에 대해서 한번 생각을 해봐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민주주의 바탕 위에 민주적 참보수가 자리 잡아야 하는 겁니다. 민주주의라고 하는 것은 하향식이 아니라 상향식 의사결정 구조입니다. 누군가를 계몽한다는 것 자체가 반민주적 생각입니다. 엘리트가 아닌 사람을 가르치려 든다는 것이 반민주적인 생각입니다. 민주주의라고 하는 것은 상향식 의사결정 구조고요. 국민의 나라인 겁니다. 그런 나라의 민주 보수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런 보수의 가치,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 그리고 또 절대 수호 가치가 있죠. 헌정질서, 민주주의, 법치주의. 이걸 훼손하는 것은 보수주의자라면 사실 가장 분개해야 할 부분이고요. 이걸 부수면서 본인이 보수주의자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 보수주의를 참칭하는 것이지요. 보수의 정반대에 있는 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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