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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폭염 일터 동행해 봤더니···바닥 온도 50도 육박


8월 첫날 대구와 경북은 한낮 기온이 최고 36도까지 치솟았습니다.

온열질환으로 추정되는 사망자가 또 나왔습니다.

살인적인 폭염이 계속되고 있는데 아스팔트 위에서, 맨홀 속에서 그저 버티며 일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전부터 폭염 일터를 동행해 봤습니다.



경북 경산시의 한 하수도관 신설 공사 현장.

뙤약볕에 달궈진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가 일렁이고, 그늘 한 점 없는 도로 한 가운데서 땅을 파고 하수도관을 연결하고 있었습니다.

오전 9시 반, 들고 있던 온도계는 36도를 금방 넘어섰습니다.

중장비를 옮기는 작업자들의 얼굴과 팔은 살갗은 벌겋게 익어 있었습니다.

폭염경보가 내려진 일주일 내내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렇게 일했습니다.

김경식(건설 노동자) "비 오는 날 놀고 더운 날 놀고 추운 날 놀면 평균적으로 한 달에 10일밖에 일을 못 해요. 그러면 10일 일해서는 생활이 안 되잖아."



더 뜨거워진 오후 1시.

이번엔 대구 중구 도심의 한 골목길입니다.

작업자가 맨홀 안으로 들어갑니다.

가마솥 같은 땅속에서 통신 케이블을 당기고 밀어 넣기를 수백 번 반복합니다.

온몸이 흠뻑 젖었고 얼굴에선 땀이 뚝뚝 떨어졌습니다.

곧 입주를 앞두고 있는 아파트에 통신을 연결하고 있는 현장입니다.

작업자들이 일하는 바닥 온도는 50도에 육박했습니다.

이런 일터가 정말 무섭고 위험한 줄도 알지만, 일을 쉴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현태(통신 설비 노동자) "(정해진 설치) 날짜가 있습니다. 고객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그날 해야만 일정 맞춰서 가는 거고 아파트 같은 데는 입주 기간(이 있어서)…"

푹푹 찌는 물류창고에서 일하던 쿠팡 노동자들은 8월 1일 하루 파업을 벌였습니다.

작업장에 냉방기를 설치하고 정부가 정한 휴식 시간을 제발 지켜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창율(쿠팡 대구2센터 노동자) "최소한의 인간다운 배려는 받고 싶다는 거죠. 한 시간 만에 옷이 위아래가 다 젖어버리고 그리고 숨을 못 쉴 정도로… 들어가면 사우나에 들어간다는 느낌하고 똑같아요."



고용노동부의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는 폭염주의보 땐 한 시간에 10분씩, 폭염경보 때는 매시간 15분 이상 휴식을 제공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더운 공기가 정체되지 않도록 냉방기를 설치하고 실내 온도를 관리하라고 했습니다.

열사병, 열탈진, 열실신 같은 온열질환이 발생하면 즉시 안전 조치하라고도 정해놨습니다.

하지만 권고사항일 뿐입니다.


지켜지지 않는 일터, 폭염을 피할 수 없는 노동자가 많습니다.

이창율(쿠팡 대구2센터 노동자) "체감온도가 35도 이상이에요. 실제로 온열질환자가 발생해서 휴식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는데, 관리자가 안 된다고 그냥 일하라고 하더라고요."

7월 31일 밤 경북 성주에서는 밭일을 나갔던 90대가 비닐하우스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소방 당국은 온열질환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손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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