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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일터서 맨몸으로···권고뿐인 지침

◀앵커▶
8월 1일 대구와 경북은 한낮 최고 기온이 36도까지 치솟았습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펄펄 끓는 무더위에 온열질환으로 추정되는 사망자가 또 나왔습니다.

이렇게 극한 폭염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스팔트 위에서, 맨홀 속에서 맨몸으로 버티며 일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정부의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는 '권고사항'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손은민 기자입니다.

◀기자▶

달궈진 아스팔트 위에 아지랑이가 일렁입니다.

뙤약볕을 그대로 받으며 도로를 파내고 하수도관을 연결합니다.

오전 9시 반.

현장 온도는 36도를 넘어섰습니다.

작업복 사이로 드러난 살갗은 벌겋게 익었습니다.

폭염경보가 내려진 일주일 내내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렇게 일했습니다.

◀김경식 건설 노동자▶
"비 오는 날 놀고 더운 날 놀고 추운 날 놀면 평균적으로 한 달에 10일밖에 일을 못 해요. 그러면 10일 일해서는 생활이 안 되잖아."

더 뜨거워진 오후 1시.

맨홀 안으로 들어갑니다.

가마솥 같은 땅속에서 통신 케이블을 당기고 밀어 넣고 끝없이 반복합니다.

"작업자들이 일하는 바닥 온도는 50도에 육박합니다. 이런 일터가 정말 무섭고 위험한 줄도 알지만, 일을 쉴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김현태 통신 설비 노동자▶
"(정해진 설치) 날짜가 있습니다. 고객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그날 해야지만 이 사람들도 일정 맞춰서 가는 거고 아파트 같은 데는 입주 기간(이 있어서)…"

푹푹 찌는 물류창고에서 일하던 쿠팡 노동자들은 8월 1일 하루 파업을 벌였습니다.

작업장에 냉방기를 설치하고 정부가 정한 휴식 시간을 제발 지켜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창율 쿠팡대구2센터 노동자▶
"최소한의 인간다운 배려는 받고 싶다는 거죠. 한 시간 만에 옷이 위아래가 다 젖어버리고 그리고 숨을 못 쉴 정도로… 들어가면 사우나에 들어간다는 느낌하고 똑같아요."

고용노동부의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는 폭염주의보 땐 한 시간에 10분씩, 폭염경보 때는 매시간 15분 이상 휴식을 제공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권고사항일 뿐입니다.

지켜지지 않는 일터, 폭염을 피할 수 없는 노동자가 많습니다.

7월 31일 경북 성주에서는 밭일을 나갔던 90대가 비닐하우스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소방 당국은 온열질환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MBC 뉴스 손은민입니다. (영상취재 이동삼)

손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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