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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 대한민국③ 혐오로 치닫는 젠더 갈등

◀앵커▶
대구문화방송이 창사 59주년을 맞아 마련한 특별 기획 뉴스.


'사분오열 대한민국, 진영 논리를 넘어 미래로' 순서입니다.

세 번째 시간으로, 최근 몇 년 사이 우리 사회의 가장 뜨거운 이슈중 하나로 떠오른 '젠더 갈등'을 조명해보겠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에서 젠더 갈등이 더욱 심해 우리 사회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심병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2018년 5월 19일 서울시 혜화역 앞에 만여 명의 여성들이 경찰의 편파 수사를 규탄한다면서 모였습니다.

◀현장음▶
"남자만 국민이냐? 여자도 국민이다!"

이 시위는 6차례로 이어지며 연인원 30만 명이 참여한 한국 여성운동 사상 최대 집회로 기록됐습니다.

혜화역 시위는 남성 혐오 사이트인 '워마드'의 회원인 여성 모델이 동료 누드 모델의 얼굴과 성기를 몰래 촬영해, 온라인에 유포한 사건 때문에 일어났습니다.

주최 측은 가해자가 여성이고 피해자가 남성이라는 이유로 빨리 검거됐다면서 여성 차별을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빠른 검거는 관련자가 적었고 단서들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박가분 '혐오의 미러링' 저자▶
"(여성 차별과) 관계가 없는 문제이기도 하고 (여성이) 오히려 가해자의 위치에 서버린 굉장히 비극적인 사건인 거죠. 홍대 모델에 대한 몰카 범죄라는 게 전형적인 증오 범죄이기도 했었고,"

반면, 여성들이 일상적인 성폭력의 심각성을 호소했을 때 우리 사회가 무관심했던 것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나온 현상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김언경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소장▶
"그 사건을 바라보면서 본인들이 생각할 때 수많은 여성이 굉장히 성희롱을 당하고 이렇게 했을 때 신고를 하면 그것이 그렇게 빨리 처리가 되었었던가 생각을 했을 때 그렇지 않았다는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있었고요."

혜화역 시위에서 문제가 됐던 '워마드'는 여성 혐오를 그대로 남성에게 돌려준다는 '미러링'을 운동 전략으로 삼은 '메갈리안'이라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메갈리안의 탄생을 이끈 것은 다름 아닌 여성혐오 사이트인 이른바 '일베'입니다.

'일베'가 인터넷 공간에서 세를 넓히며 여성혐오를 확산시키자 여기에 대한 반발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육주원 경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제가 지금 우려하는 것 중의 하나는 미러링 같은 현상을 볼 때 그냥 여성 혐오 대 남성 혐오다. 아 남성들이 욕하니까 여성들도 욕하는구나 그렇게 하면 안 되지, 남이 욕한다고 해서 똑같이 욕하면 되나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되게 피상적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화평론가인 진중권 씨가 메갈리안을 자처하는 등 일부 진보주의자들이 극단적인 페미니즘에 온정적인 태도를 보인 것도 젋은 남성들의 반감의 원인이었습니다.

여성 차별과 여성혐오를 바로 잡기 위한 페미니즘이 혜화역 시위를 계기로 일부 극단적인 형태로 치달으면서 20~30대 남성들의 큰 반발을 불렀습니다.

더욱이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페이스북에 여성의 외침을 들어야 한다며 옹호했고, 정현백 당시 여성가족부 장관은 시위에 참석해 젊은 남성들의 비판 여론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당시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20~30대 남성의 입장을 대변한다면서 정치적 쟁점으로 삼았고 이 전략은 성공했습니다.

19대 대선에서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에게 몰표를 줬던 20~30대 남성들이 이번 대선에서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인 것입니다.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 남성의 후보 지지율은 민주당 이재명 36.3%, 국민의힘 윤석열 58.7%로 정반대였습니다.

30대 남성의 후보 지지율은 이재명 42.6%, 윤석열 52.8%입니다.

반면 20대 여성의 후보 지지율은 이재명 58%, 윤석열 33.8%, 30대 여성은 이재명 49.7%, 윤석열 43.8%로 상반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박가분 '혐오의 미러링' 저자▶
"지금 청년들이 사실 굉장히 공정성 이슈에 민감한데 이제 우리의 말을 기본적으로 들어주지 않고 우리를 굉장히 불공정하게 대한다는 그런 분노가 기저에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젠더 갈등에 대해 젋은 층은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리서치는 지난 5월 6일에서 9일까지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천 명을 대상으로 웹 조사 방식으로 '집단별 갈등 인식' 조사를 했습니다.

이 조사에서 18~29세 89%, 30대 85%로 남녀갈등이 심각하다고 응답했습니다.

40대 74%, 50대 57%, 60세 이상 63%와 비교해 매우 높은 수치입니다.

◀이동한 한국리서치 차장▶
"오히려 남성이 여성보다 사회적으로 약자고 역차별을 받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런 인식이 특히 20~30대 남성들 그 20~30대 남성들이 주로 활동하는 커뮤니티 사이트 이런 데서 확산이 되고 있거든요."

페미니즘은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서 가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관점을 접하지 않은 사람들을 적대적으로 대하는 이분적인 사고방식은 오히려 역풍을 부르고 있습니다.

현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를 비롯해 성별 채용할당제, 페미니즘에 대한 대중의 반감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미래의 한국 사회를 이끌고 나갈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젠더 갈등은 이제 위험 수위를 넘어서면서 이대로 내버려 둘 경우 감당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MBC 뉴스 심병철입니다." (영상취재 마승락)

(본 보도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 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심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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