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2016년 형산강 수은 오염 사태 이후 포항시는 진원지인 철강공단 내 구무천의 오염토를 걷어내 정화하는 사업을 추진해 왔습니다.
하지만 공사가 계속 늦어지고 예산도 늘어나 의아했는데요, 경상북도 감사 결과, 이 사업은 처음부터 엉터리로 추진돼 특혜 의혹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장성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포항철강공단 구무천 인근에 들어선 오염토 정화 시설입니다.
기준치의 만 배가 넘는 수은이 검출된 구무천 바닥의 오염토를 가져다 분리 정화하는 시설로, 2023년 말에야 완공했습니다.
포항시는 수은이 형산강으로 유출되는 급박한 상황을 감안해, 당초 2021년까지 완공할 계획이었지만 실제 완공은 2년이나 더 걸린 겁니다.
예산도 200억 원에서 280억 원으로 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사업에 대한 경상북도의 감사 결과가 공개되면서 특혜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우선 사업자 선정부터 잘못됐습니다.
지난 2019년 사업 응모 업체들이 제출한 기술 제안서에 대한 경제성 평가에서 포항시가 점수를 잘못 계산해 최종 1, 2위 사업자가 뒤바뀌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한 겁니다.
◀김상민 포항시의원(복지환경위원회)▶
"잘못된 평가 방식으로 업체를 선정하는 것 자체가 부당한 계약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러한 부당한 사례를 다시 한번 되짚고···"
오염토 정화 시설이 들어갈 건축물을 짓는 과정도 예산 낭비와 특혜 의혹이 짙습니다.
포항시는 오염토 정화 시설 사업자에게 의뢰해 무자격 건축 설계를 발주했다가 건축법 위반 등의 문제가 드러나 설계를 다시 했습니다.
이에 따라 5개월간 공사가 중단됐고 건축비는 16억 원에서 40억 원으로 24억 원 늘었습니다.
공사 기간 산정과 관련해서도 적정성 검토 등 법적 절차를 지키지 않아 계약서상의 공사 기간이 두 배로 늘었고, 실제로는 4배까지 늘 것으로 산정됐습니다.
◀김상민 포항시의원(복지환경위원회)▶
"부적절한 업체와 계약을 하고 무리하게 착공을 한 나머지 공사 기간도 지연되고 향후에 부당한 업체와 계약한 불법적인 상황도 확인됐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행정처분과 시설에 대한 안정성 검토를 다시 한번···"
포항시는 감사 결과 내용을 대부분 인정하면서도 당시 사업 담당 팀장이 지금은 퇴직하고 없어, 정확한 경위는 모른다는 입장입니다.
◀김경운 포항시 환경정책과장▶
"전국 최초로 이런 사업을 하면서 환경부의 기준이라든지 이런 게 없다 보니까 사업 초기에는 좀 미진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280억 원짜리 공공사업을 둘러싼 특혜 의혹이 감사를 통해 드러난 지 두 달째, 포항시나 경상북도 모두 책임 규명에는 나서지 않은 채 뒷짐만 지고 있습니다.
MBC 뉴스 장성훈입니다. (영상취재 조현근, 그래픽 김상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