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폭우'로 곳곳이 '몸살'
이번 여름은 순식간에 많은 비가 쏟아지는 '도깨비 폭우'로 곳곳이 몸살입니다.
지난 6월 24일 영천에서는 1시간 동안 40mm 안팎의 비가 오기도 했습니다.
이전과는 기후 특성이 달라지면서 그동안 침수가 안 됐던 곳이라도 더 이상 안심할 수 없게 됐습니다.
기습적인 폭우에 언제 어디서, 어떤 피해를 볼지 알 수 없는 겁니다.
2년 전 침수됐던 지하 주차장 찾아가 보니···
지난 2022년 태풍 힌남노로 침수됐던 한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을 다시 찾았습니다.
지형적 특성 때문에 평소에도 지하 주차장으로 물이 흘러 내려오는데, 장마가 오면 상황은 더 심각해집니다.
양수기를 동원해 물을 퍼내지만, 여전히 물막이판은 설치되지 않았습니다.
김성희 주민 "안 그래도 뉴스에 비 많이 온다고 하던데··· 그때는 여기 아무도 대처해 줄 사람이 없어"
구청에서 물막이판 설치비 절반을 지원하지만, 비용이 부담돼 꺼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구 동구청 관계자 "공동주택 입장에서는 돈이 들어가다 보니까 본인들도 부담해야 하잖아요. 일단은 좀 신청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그런 실정입니다. 침수가 우려되는 지역도 따로 없습니다."
2023년 부랴부랴 조례를 만들어 지원하려 했지만, 수요 조사가 안 된 경우도 있습니다.
대구 북구청 관계자 "조례는 지금 제정돼 있고 구체적으로 아직 그런 수요 조사라든가 그거는 아직 안 된 상태입니다."
다른 곳은 상황이 어떨까요?
대구 반지하 10집 중 3집만 물막이판 설치
반지하 주택 주민은 걱정이 더 큽니다.
지난 3일, 대구 서구의 한 반지하 주택을 찾았습니다.
현관문에 제 무릎 높이의 물막이판이 설치돼 있습니다.
사람이 끼웠다 뺄 수 있는 탈착형입니다.
지자체가 2023년 장마가 오기 전 설치했고 최근 현장 점검도 했습니다.
김성길 주민 "이것 때문에 덕을 크게 봅니다. 설치해 놓으면 먼지 같은 것도 덜 들어와서 좋고요. 침수가 많이 되는 데는 아닌데, 장마 때문에 걱정돼서 설치해 주고, 자주 나오니까 굉장히 고맙게 생각해요."
하지만 같은 반지하 주택이라 하더라도 상황은 제각각입니다.
대구시는 2023년 대구에 있는 반지하 9,125곳을 전수 조사를 했습니다.
침수 우려가 있는 반지하는 203가구로 파악됐습니다.
이 중 70가구만 물막이판이 설치됐는데, 34.3%에 그칩니다.
대구시 관계자 "소유자들이 재산 가치 우려라든지 이런 것 때문에 미동의하는 부분이 많거든요."
침수될 수 있는 집이라는 낙인이 찍힐까 걱정한다는 겁니다.
사유지이기 때문에 강제할 수도 없습니다.
대구시 관계자 "저희가 계속 지금 신청 독려를 하고 했는데 이게 더 이상 강제로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보니까"
하지만, 지난 6월 개정된 자연재해대책법에 따라 침수 우려 지역의 지하 공간 등에 침수 방지시설을 설치할 의무가 있는데도 물막이판 등을 마련하지 않은 소유주는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