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권기창 안동시장의 공약사업 예산을 시의회가 삭감한 걸 두고 양측이 갈등을 빚고 있다는 보도, 몇 차례 전해드렸는데요, 안동시장과 시의회 간 갈등이 상식선을 뛰어넘어서 점입가경입니다.
권기창 시장은 시의원 몫인 주민숙원사업의 중단과 함께 문제는 없는지 전수조사를 지시했고, 예산 삭감을 의결한 시의원의 살생부 동영상도 나돌고 있습니다.
이정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권기창 안동시장 취임 후 맞은 첫 본예산 심사.
안동-예천 행정통합 추진 지원 조례안, 수돗물 반값 공급의 근거가 되는 수도 급수 개정 조례안과 관련 예산, 안동·임하댐 물을 대구로 공급하는 안을 짜는 광역상수도 공급 기본계획 용역비, 행복택시 시범사업비.
의회는 문제가 있다며 모두 거부했습니다.
안동시는 2023년 추가경정예산안에 삭감됐던 예산을 그대로 올렸고, 예산 심사 기조에 변함이 없었던 안동시의회는 재차 삭감했습니다.
시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해 왔던 공약사업이 연거푸 제동이 걸린 건데, 문제는 이때부텁니다.
추경예산 심사 직후인 4월 17일 권기창 시장은 확대간부회의에서 소규모 주민숙원사업의 집행 중단과 함께 지난 10년간 주민숙원사업 집행이 타당했는지 전수조사를 지시하는 맞대응에 나섰습니다.
주민숙원사업은 지역구 시의원이 추천하는 읍면동 숙원사업으로 주민 표와 직결되는데, 이걸 전면 중단하고 전수조사하라는 건 의회와 전면전을 선포한 거나 다름없습니다.
여기에 더해 시장 공약사업 예산을 삭감한 의원의 이름이 담긴 동영상이 나돌고 있고,
◀현장음▶
"행복택시 확대 시범 운영에 반대하는 분···"
"낙동강 유역 광역상수도··· 용역에 반대하시는 분···"
이들 시의원의 사퇴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연일 시청 앞에 내걸리고, 집회도 벌어졌습니다.
집회를 한 단체는 최근 급조된 권기창 시장 지지자 모임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에 안동시청 공무원노조가 시의회의 공무원 인사 개입 의혹을 제기하면서 의도와 관계없이 집행부와 시의회 간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되는 양상입니다.
안동시 공무원 내부에서는 소규모 주민숙원사업에 대한 시장의 지시가 실효성도 없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행정력 낭비라며 볼멘소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안동시의회에서도 인사 개입 논란은 자숙해야 하지만, 계속해서 대립각을 세우는 시장의 행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안동시의회 관계자▶
"시장의 공약사항이고 역점사업이고 해서 선심성으로 다 해줘 버리면 의회라는 기능 자체가 필요가 없는 거죠. (소규모 주민숙원사업 비는) 주민을 위해서 하는 사업인데 의회를 핑계로 중지하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죠."
시장과 시의회의 갈등이 소모적인 행정력 낭비, 숙원사업 중단으로까지 이어지면서, 애꿎은 공무원과 주민만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MBC 뉴스 이정희입니다. (영상취재 최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