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호 대중교통전용지구,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전국 1호 대중교통전용지구, 대구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입니다.
2009년 지정됐는데 반월당에서 대구역네거리 구간에 시내버스만 통행하고, 택시는 밤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다닐 수 있게 했습니다.
4차였던 차로는 절반으로 줄어들어 왕복 2차로가 됐지만 인도가 넓어졌습니다.
도심 상권을 활성화하고, 보행환경을 개선하고, 문화공간을 창출하기 위해서였습니다.
2009년 당시 시민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보행자들이 활발하게 다닐 수 있는 거리라 좋고 아이들 데리고 나와도 거리가 넓고 쾌적해서 좋다"
"버스 많이 기다렸고, 다른 차도 오니까 짜증 나고 그랬는데, 긍정적인 것 같다."
상인들은 힘들어했습니다.
옷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은 "매출이 반토막 났다. 사람도 안 다니고 월세도 못 낼 정도로 힘들다"고 했습니다.
부동산 중개인은 "세를 내도 안 나가고 거래가 아예 없다. 사람이 없으니 누가 거래를 하나"라며 탄식했습니다.
14년 만에 대중교통전용지구 일부 구간 지정 해제
그렇게 14년이 흘렀습니다.
11월 1일부터 대중교통전용지구 일부 구간이 지정 해제됐습니다.
도심 활성화를 위한 일명 '동성로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일반 차량 통행을 재개한 겁니다.
인근 지역이 잇따라 개발되면서 차량 통행이 많아진 데다가 침체한 상권을 살리겠다는 이유입니다.
11월 1일 오전 찾은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는 시행 첫날 혼란이 드러났습니다.
일부 택시 기사는 대중교통전용지구 북측 구간 해제는 금시초문이라 말했습니다.
내비게이션도 마찬가지.
여전히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안내돼 빙빙 돌아가야 했습니다.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를 환영한다는 현수막이 걸렸고, 적지만 도로 양편으로 트럭과 승용차가 달렸습니다.
이번에 대중교통전용지구가 해제된 곳은 중앙네거리에서 대구역까지 중앙로 북측 구간 450m입니다.
중앙로 남측 구간인 반월당네거리부터 중앙네거리 600m는 지금처럼 대중교통만 다닐 수 있습니다.
왕복 2차선은 그대로인데, 모든 구간을 해제하면 교통량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대구시는 북측 상권이 남측보다 더 침체해 있어서 해당 구간을 지정 해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상권 활성화? 교통 혼잡 가중? 시민들의 반응은···
대중교통전용지구 북측 구간에 있는 상인들은 상권이 활성화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조미순 중앙로 약국 약사 "완전히 죽음의 거리였어요 여기가··· 정말 힘들었어요, 여기. 그러니까 이제 완전 살맛이 났죠. 이제 정말 자가용이 들어오고 해서 원상 복귀가 돼서···"
양장점을 운영하는 상인은 "대환영이지요. 그동안 얼마나 불편했는지 몰라. 매출이 좀 오를 것 같아서 기대됩니다"라고 했습니다.
오히려 교통이 더 불편해질까 걱정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전지원 대학생 "제가 학교 갈 때마다 아침에 버스를 타는데 사람 많아지니까 (버스) 배차 간격 늘어날까 봐 걱정이 돼요."
김휘주 시내버스 회사 사업부장 "그 신호 체계 때문에 앞쪽으로 일반 차량이 많이 막히면 아무래도 신호를 이제 두세 번씩 받아야 하는 경우가 생기지 않을까"
상권 활성화를 위해서는 대중교통전용지구가 해제된 중앙로 북측 구간을 시민들이 그저 스쳐 지나가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상권 활성화를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들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김대식 북성로상점가상인회장 "유동 인구가 늘어나면 좋습니다. 다만 불법 주정차라든가 주차난이 있을 수 있어서 그 대안으로 공영주차장을 해 주시면 참 좋겠습니다."
대구시는 "신호체계를 조정하고 불법 주정차 단속용 CCTV를 설치했다"면서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가 상권과 교통에 미치는 영향을 지켜보고 향후 운영 방향을 결정할 방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