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경북 예천의 내성천은 강변을 따라 늘어선 버드나무 군락지로 유명한 곳입니다.
다양한 수생물의 서식지여서 생태적으로도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데요
그런데 이 버드나무 군락이 시야를 가린다며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자, 면사무소가 별 고민 없이 수백 그루의 나무를 베어 내버렸습니다.
환경단체가 거세게 반발하는 가운데, 급기야 예천군수가 성급한 행정이었다며 사과했습니다.
이도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예천군 내성천변 비탈면에 자리한 버드나무 군락지입니다.
수달과 삵 같은 멸종위기종들의 서식처이면서, 하천 범람을 막는 자연 제방의 역할도 톡톡히 하는 등 다양한 측면에서 가치를 인정받습니다.
◀김종원/전 계명대 생물학 교수(한국식물생태보감 저자)▶
"하천 자연 제방을 표징하는 왕버들 갤러리 (군락)는 전국적으로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성천 자연 제방에 왕버들 갤러리가 군데군데 길게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4월 예천군청은 지름 1m에 달하는 수령 1백 살의 왕버드나무를 포함해, 3km 길이의 군락지를 모두 베어냈습니다.
예천군 보문면의 미호교에서 오신교 사이의 구간 가운데 약 70%가 훼손된 겁니다.//
◀이도은 기자▶
"이곳에는 버드나무뿐만이 아니라 참나무와 소나무도 서식했던 것으로 확인됩니다.
환경단체는 잘려 나간 나무가 최소 2백여 그루는 넘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알고 보니 관할 면사무소 면장이 "버드나무들이 군락지 인근 통행로 시야를 가린다는 주민 민원이 들어오자, 별 고민 없이 나무들을 제거한 겁니다. //
◀김정경 / 예천군 보문면 작곡이장▶
눈이 오면 (군락지 따라) 강변으로 달려요. 그런데 버드나무 그늘로 인해서 눈도 잘 안 녹아요. 거기가 다 빙판이에요."
하천의 수목을 제거하려면 하천 점용허가를 비롯해 다양한 사전 행정절차가 필요했지만, 전혀 검토되지 않았습니다.
뒤늦게 대향 벌목 사실을 안 환경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예천군의 졸속 행정을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예천군의) 이런 자랑거리를 베야 한다면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쳤어야죠. 그런데 그런 게 없었습니다."
예천군수는 환경단체와의 면담을 통해 과도한 벌목이었다고 인정하고 사과했습니다.
◀김학동 / 예천군수▶
"오늘 이런 사태를 맞이하고 나니, 부끄럽습니다. 죄송하다는 말씀드리고..."
MBC뉴스, 이도은입니다. (영상취재 최재훈, CG 황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