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경북 군위군의 한 전원마을 조성사업을 두고 기획 부동산 사기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새로운 마을을 조성하는 사업은 인구소멸을 겪고 있는 농어촌에 도시민을 유입시키기 위한 정책 사업의 일종인데요.
군위군은 마을이 조성될 땅에 18억 원을 들여 도로나 전기 같은 기반 시설 공사까지 해줬는데 집을 짓고 살아야 할 마을조합원의 절반이 귀촌 의사가 없는 땅 투자자였던 겁니다.
취재기자와 이 소식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손은민 기자, 투자 사기 의혹이 제기된 마을 조성사업 현장에 가봤죠?
◀기자▶
군위군 부계면 일대에서 추진되고 있는 돌담 지구 전원마을 조성사업입니다.
군위군은 지난 2020년까지 이 일대 9만여㎡ 땅에 도시민 34가구가 입주하는 전원마을 조성을 완료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업 기간을 2년이나 초과한 지금까지도 마을은커녕 집 한 채 지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방치된 지 수 년이 지나면서 집터에는 잡목이 무성했고, 텅 빈 산자락엔 아스팔트 도로와 전봇대뿐이었습니다.
군위군은 국비와 지방비 18억 원을 들여 이곳에 길을 내고 전기와 수도 시설을 만들어줬는데, 입주를 약속했던 마을 조합이 집을 짓지 않고 있는 겁니다.
사업 예정지에 국유지가 일부 포함돼 있는데, 조합은 아직 이 땅조차 매입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앵커▶
이곳에 집을 짓고 살아야 할 마을조합원들이 집을 지을 돈도 귀촌할 계획도 없다고 했다고요?
◀기자▶
전체 마을조합원 34명 중 10명은 땅값이 오를 거란 말에 속아 투자했다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다른 5명은 이 투자자들의 가족과 지인들인데, 땅 소유권을 여러 명이 나눠 가지고 있으면 세금을 줄일 수 있다는 말에 명의만 빌려 올려놓은 겁니다.
그러니까 마을조합원 34명 중의 15명, 44%가 예비입주자가 아닌 투자자인 건데요.
농어촌정비법에 따르면 민간인이 마을 조합을 꾸려 전원주택단지를 만들 경우 반드시 입주해 살 사람만 참여할 수 있도록 해놨습니다.
조합원 자격이 없는 땅 투자자들이 만든 조합에 군위군은 마을 조성사업 시행 승인을 내주고 수억 원의 국고보조금까지 쓴 겁니다.
조합이 만든 자료를 보면, 사업 예정지 지분을 93개로 쪼개 조합원이 아닌 사람들에게 불법으로 판 정황도 있습니다.
◀앵커▶
군위군은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조합 설립이 인가된 2012년 당시 사업을 담당했던 군위군청 공무원을 만나 물어봤는데요.
조합 인가와 사업 승인 과정에서는 서류나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씩 돈을 낸 조합원 14명이 사기와 사문서위조, 횡령 등 혐의로 조합장과 조합원 2명을 고소했고 현재 경찰이 사건을 수사 중입니다.
군위군은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보조금 회수나 마을 조성사업 취소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