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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동물보호 사각지대' 개 농장···애매한 법 규정


◀앵커▶
경산의 한 야산에서 철창에 갇힌 개들이 무더기로 발견됐습니다.

지자체에 신고하지 않고 식용 목적의 개를 키우던 불법 개 농장이었는데요.

개들은 악취가 진동하는 오물 위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먹으며 방치돼 있었습니다.

취재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손은민 기자, 저희 취재진이 구조 활동이 시작되기 전에 제보 영상을 먼저 받았잖아요?

개들이 지내는 환경이 굉장히 열악했다고요?

◀기자▶
이번에 적발된 불법 개 농장은 좁은 산길을 따라 차로 10여 분 가야 나오는 산속에 있었습니다.

동물보호단체가 제보한 영상을 보면요.

대형 맹견부터 갓 태어난 새끼까지 좁은 뜬장에 갇혀 정신없이 짖고 있습니다.

뜬장 안에는 물도 없고, 밥그릇엔 음식물 쓰레기만 담겨있었습니다.

뜬장 아래에는 오물이 쌓여 악취가 진동했습니다.

비쩍 말라 갈비뼈를 드러낸 도사견도 보였는데 곁에는 어린 새끼들이 있습니다.

투견장으로 보이는 원형 철창과 도살 후 털을 제거할 때 사용하는 통돌이도 목격됐는데요.

시민 제보로 현장을 확인한 동물보호단체는 최소 100마리가 넘는 개가 학대당하고 있다며 관할 지자체에 신고했습니다.

동물보호단체 캣치독팀 안종민 실무장 이야기 들어보시죠.

◀안종민 실무장▶
"뜬장에서는 분명히 신체적 고통이 충분히 가해지는 상황이고… 번식장을 운영하고 있고요. 투견 사육을, 왜냐하면 투견 링이 있기 때문에 투견 사육을 의심하고 있는…"

◀앵커▶
저희 취재진이 공무원과 함께 구조 현장에 동행했을 때, 제보 영상 속 개들이 대부분 사라진 상태였다고요?


◀ 기자 ▶
동물보호단체가 현장을 확인하고 증거 영상을 찍은 게 자정쯤이었습니다.

12시간 뒤인 다음날 정오쯤 지자체 공무원과 함께 개 농장에는 뜬장이 대부분 텅 비어있습니다.

상태가 걱정돼 보이던 개들도 없었습니다.

농장주는 신고하지 않고 개를 키우고 있던 건 맞지만 식용 목적으로 키우던 30여 마리가 전부라고 주장했습니다.

불법 도축이나 투견도 없었다고 했습니다.

식용 목적의 개를 뜬장에서 잔반을 끓여 먹이는 방식으로 키우는 게 동물 학대도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앵커▶
경산시도 동물 학대는 아니라는 입장이라고요?

◀ 기자 ▶
사육 환경이 열악한 건 맞지만 개들의 건강 상태가 괜찮아 보인다며 피학대 동물로 볼 수 없고 긴급 격리 대상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개 농장 개들을 한 마리도 구조할 수 없었습니다.

다만, 갓 태어난 새끼 등 10마리는 동물보호단체의 항의 끝에 농장주가 스스로 소유권을 포기해서 병원에 데려가기로 했습니다.

◀앵커▶
지자체가 동물 학대로 볼 수 없었던 이유 법 규정의 한계 탓도 있다고요?


◀ 기자 ▶
동물보호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신체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동물 학대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상해가 없다면 '신체적 고통'의 유무는 사실상 담당 공무원의 자의적 판단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적정한 사육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규정은 있지만 역시 명확한 기준이 없고, 권고 사항일 뿐이라서 처벌은 어렵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법 규정 때문에 개 농장의 개들은 동물보호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왔다고 지적했는데요.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 이야기 들어보시죠.

◀이형주 대표▶
"환경적 학대를 하면서 동물한테 고통을 주고 있는 것이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보면 신체적 질병이나 상해가 유발될 때까지, 아니면 죽음에 이를 때까지 기다려야 되는 거예요. 그렇다고 해도 인과관계를 못 밝히고 그러니까 (처벌도 어렵고) 예방 효과라는 것이 없거든요."

경산시는 시설 신고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만 가축분뇨법 위반으로 농장주에게 사용 중지 명령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사육장의 크기가 60㎡를 넘지 않으면 신고 대상이 아니라서, 뜬장 규모만 줄이면 개 농장을 계속 운영할 수 있습니다.

손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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