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저출생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서 일터는 물론이고 제도적·사회적 지원의 중요성도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공기업인 코레일이 장애 아동을 홀로 양육하는 직원을 본인 의사에 반해 양육이 어려운 지역으로 발령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 취재기자와 알아봅니다.
권윤수 기자, 인사발령이 어떻게 났길래 논란이 되고 있나요?
◀기자▶
코레일에 근무하고 있는 여직원을 만나고 왔는데요.
동대구역에서 근무하는 김 모 씨는 남편과 사별한 뒤 장애가 있는 13살 아이를 홀로 키우고 있습니다.
아빠 사망 후 엄마마저 없어질까 봐 불안에 시달리는 아이 때문에 김 씨는 대구 이외 지역 근무가 어려워서 그동안 회사 측과 구두로 협의해 타지역으로 인사발령을 미뤄왔습니다.
그런데 정기 인사를 앞두고 김 씨는 자신을 다른 곳으로 발령 내려 한다는 소문을 들었고, 현 근무지에 계속 근무하기 위해서 6월 22일 코레일 고충처리위원회에 고충 상담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코레일은 6월 26일 김 씨를 7월 1일 자로 경산역에 발령 냈습니다.
김 씨는 달서구 상인동에서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고 있는데, 경산역으로 출근하게 되면 출근 시간이 한 시간에서 두 시간으로 늘어납니다.
김 씨의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김 씨는 아이를 등교시킨 뒤에 출근해야 하는데, 경산역으로 출근하려면 7시 10분에 집에서 나와야 해 당장 아이를 양육하는 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앵커▶
사정이 딱하네요.
고충 상담을 제기했는데도 그냥 발령을 냈다는 말이잖아요?
◀기자▶
코레일 고충처리위원회는 사측 2명, 노측 2명이 참여해 여는 것으로 사측과 노측이 서로 언제 열지 날짜를 조율하고 있는 과정에 갑자기 인사발령이 났습니다.
코레일 노동조합은 당장 전보시켜야 할 특수한 상황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며 고충처리위원회가 열리기도 전에 일방적으로 인사발령 낸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코레일은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코레일 측은 다른 직원과 형평성 때문에 김 씨 사정만 봐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코레일은 "순환 보직이 원칙으로 해당 직원이 동대구역에서 6년 6개월 근무해 순환 1순위여서 근무지 이동이 불가피했다"면서 "직원을 배려해 동대구역에서 가장 가까운 경산역에 배치했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혹시 다른 곳에 손을 내밀 방법은 없을까요?
◀기자▶
인사발령은 회사의 고유 권한이지만 직원이 반드시 모든 인사발령을 수용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인사발령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 전직 구제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인사발령일로부터 3개월 안에 신청하면 되고 보통 2개월 뒤쯤 결과가 나온다고 합니다.
박찬중 공인노무사의 말 들어보시죠.
◀박찬중 공인노무사▶
"그게 권리남용에 해당하면 부당한 인사발령으로 보고요.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2가지 관점에서 보는데, 첫째는 업무상 필요성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두 번째는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이 어떠한지 2가지를 비교 형량해서 어떤 것이 우월한지에 따라서 정당성 여부가 가려집니다."
김 씨에 대한 고충처리위원회는 7월 4일 열린다고 하고요.
김 씨는 위원회 개최 후 결과를 보고 부당 전직 구제 신청을 할지 결정하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