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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목숨 담보로 일하는 급식실···우리는 소모품 아냐"

학교 급식 종사자에서 폐암 발생이 잇따르고 있다고 합니다. 대구에서도 2021년, 2022년 잇따라 급식 종사자가 폐암 판정을 받았습니다. 전국 급식 종사자를 대상으로 폐 질환 검사를 했더니 대구의 이상소견이 다른 곳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어떤 것이 문제인지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정혜진 전국여성노조 대구지부장
오늘 참 가슴 아프게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희는 작년부터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출근했던 급식실이 죽기 위해 출근하는 급식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왜 목숨을 담보로 일해야 합니까? 우리는 왜 쓰다 버리는 소모품 취급을 받아야 합니까

공공기관보다 현저하게 높은 1인당 식수 인원을 낮춰달라고 끊임없이 외쳤지만, 계산기만 두드리는 교육청에 물어보고 싶습니다. 학생들에게 돈이 사람의 목숨보다 중요하다고 가르칠 것입니까? 현재 노동강도는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일하는 것입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를 언제까지 하시렵니까? 지금 당장 1인당 식수 인원을 공공기관 수준으로 낮추고 인력을 확충하십시오. 그래야 사람이 삽니다.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노동강도와 더불어 급식실 종사자들에게 현대판 보릿고개의 상황, 언제까지 차별적 임금 체계 속에 울어야 합니까? 일하고 싶으나 일할 수 없는 고용형태를 만들어 놓고 어떠한 생계 대책조차 마련하지 않으며 퇴직금 판정 기간조차 방학을 빼버리는 차별적인 행태, 목숨을 담보로 평생을 일한 곳에서 퇴직을 요구했던 퇴직 준비 휴가 며칠조차 계산기를 두드리는 교육청, 복리후생성 임금은 직무와 무관하게 지급하라는 국가인권위의 권고조차 묵인하고 차별을 행하는 교육청을 더 이상 우리는 목도할 수 없습니다.

노동 강도는 최고로 만들어 놓고 고용 형태 및 임금 체계는 최저로 만들어 값싸게 사람을 부리고 쓰러지면 소모품처럼 버리는 교육청의 체계에 저희는 이제 전면 투쟁으로 싸울 것입니다. 퇴직하면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면서 노후를 맞이하지 않게 우리의 건강권을 지킵시다.

더 이상 목숨을 담보로 하지 않아도 되는 우리의 노동 환경을 바꿉시다. 뛰는 물가보다 내 임금이 더 올라가는 그런 임금 체계로 바꿉시다. 우리는 15일 전국 급식 노동자 대회를 시작으로 우리의 목숨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시작할 것입니다. 


정경희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대구지부장
노동자들의 인골탑 학교 급식, 진정 국가의 자랑인가? 우리나라 학교의 무상급식에 대해 세계 최고 순위라는 찬사는 이제 어색하지 않다. 올해 여름에는 일본의 시민단체 활동가가 자국에 한국 급식 제도를 알리기 위해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러 방문하기도 했다. 학생에 대한 직접 복지이자 영양 잡힌 식생활을 교육하는 우리의 학교 급식은 그 자체로 중요한 교육복지 시스템이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이렇게 자랑스러운 학교 급식이 노동자들의 희생과 헌신 위에 세워진 '인골탑'임을 조명하고자 한다. 작년 급식실 종사자에게 직업성 폐암이 산업재해로 승인되며 시급한 해결 과제로 사회적 이목이 쏠렸지만, 교육 당국의 해결 의지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올해 국정감사를 통해 폐암 의심 진단을 받은 학교 급식실 노동자의 비율이 비슷한 성별과 연령대의 일반적인 폐암 발생률과 비교해 35배에 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대구의 경우 급식 종사자 폐 CT 촬영 대상자 2,389명 중 1,269명이 촬영했고, 이 중 34.8%에 해당하는 442명이 이상 소견을 받았다. 이는 전국 평균 27.8%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이며 폐 CT 촬영 중간 결과가 도출된 타 시도 중 가장 높다.

이상 소견을 받은 노동자 중 1명은 폐암이 확진되었고, 1명은 매우 가능성이 높고, 5명은 가능성이 높다고 밝혀졌다. 이미 폐암 확진을 받고 휴직 중이라 이번 폐 CT 촬영을 안 한 노동자도 있어 그런 사례까지 더하면 실제 폐암 확진 인원은 더 많을 것이다.

이 충격적인 결과에도 현재까지 각 시도 교육청이 급식실 환기시설 개선 조치를 시행한 곳은 전국에 단 90개 학교뿐이다. 얼마나 더 다치고 얼마나 더 죽어야 교육 당국은 의지를 보일 것인가?

급식실 종사자의 산업재해 발생 건수는 해마다 늘어 작년에는 1,200건을 넘겼다. 유증기로 미끄러운 바닥에 미끄러지고 위험한 작업환경에 일하다 떨어지고, 뜨거운 조리 시설에 화상을 입는다. 열악한 배치 기준과 제대로 쉴 수 없는 대체 인력 제도는 사고를 피할 수 없는 노동 강도를 만들고 있다.

우리는 다치거나 죽기 위해서 출근하는 것이 아니라 생계를 꾸리고 삶을 영위하기 위해 매일 학교로 나선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급식을 만들어낸 급식 노동자들에게 주어진 것은 방학 중 비급여와 불평등한 복리후생 처우라는 차별뿐이다. 차별과 고된 노동 속에 동료들이 일터를 떠나가면서 노동 강도가 더욱 악화하는 악순환 속에 학교 급식 노동자들이 놓여 있다. 

윤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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