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서거 이후, 여왕이 20여 년 전 방문했던 안동 하회마을과 봉정사에는 추모 공간이 마련됐습니다.
지금까지 다녀간 추모객 수만 1만 3천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김경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23년 전, 가장 한국적인 곳을 보고 싶다며 안동을 찾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1년에 2번만 외국을 방문할 수 있기 때문에 여왕의 방문은 그 자체로 큰 화젯거리였습니다.
여왕은 안동 하회마을에서 한국 전통 음식으로 차려진 73번째 생일상을 받았습니다.
서애 류성룡 선생의 종택인 충효당을 방문해서는 직접 신발을 벗고 방 안으로 들어가는 등 한국의 예법을 존중하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한-영 관계의 상징이었던 여왕의 한국 방문은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됐습니다.
영국 현지 시각으로 9월 8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96세로 서거했습니다.
여왕이 방문했던 하회마을 충효당 앞에는 추모 공간이 마련돼 추모객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서영아, 김예나, 김덕영 서울 강남구▶
"엘리자베스 여왕님이 천국에 가서 잘 살라는 마음으로 왔어요. 현대사에 의미 있는 인물이셨고, 그런 분을 안동에 와서 추모하게 된 게 뜻깊은 일인 것 같습니다."
"이곳을 찾은 추모객들은 여왕 영전에 국화꽃을 바치는가 하면 짧은 추모글을 남기기도 했는데요. '여왕님 편히 쉬세요'와 같은 영면을 기원하는 글도 있었고, 외국인 관광객이 쓴 것으로 보이는 영어 메시지도 군데군데 눈에 띄었습니다."
◀류왕근 전 하회마을 보존회 이사장▶
"(추석) 연휴 때에는 여기 추모객들이 50m, 100m씩 줄을 서서, 길게는 30여 명씩 대기해 가면서 추모하는 열기가 참 (대단했습니다.)"
여왕이 당시 하회마을과 함께 방문한 봉정사에도 추모단이 차려졌습니다.
국보로 지정된 대웅전에 여왕의 사진과 함께 위패가 봉안됐고, 여왕이 이곳을 방문했을 당시 직접 서명한 방명록도 전시돼 있습니다.
◀호성 스님 봉정사 회주▶
"여왕과는 불교 쪽에서는 오직 봉정사와만 인연이 있거든요. (여왕이) 전 세계를 다녔지만 봉정사가 가장 인상적인 곳이라 (말했다고) 앤드루 왕자를 통해서 들었거든요."
서울 영국대사관에 마련된 여왕의 빈소에는 하회마을 문중 어르신들이 전통 의복 차림으로 방문해 조의를 표했고, 권기창 안동시장도 함께 조문했습니다.
9월 9일부터 시작된 추모 행렬로 지금까지 하회마을에는 1만 명, 봉정사에는 3천 명가량의 추모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하회마을 추모 공간은 여왕의 장례식이 거행되는 9월 19일까지 운영되고, 봉정사에서는 추모단을 49일간 운영한 뒤, 10월 26일 49재를 올릴 예정입니다.
MBC 뉴스 김경철입니다. (영상취재 임유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