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양심 양산···"귀찮아서 반납하겠어요?"
여름철이면 '대프리카' 대구에는 양심 양산이 나타납니다.
지자체가 무더위에 지친 시민들에게 양산을 무료로 빌려주는 건데요.
대구 중구와 남구, 수성구, 북구, 서구, 동구, 달서구, 달성군에서 양심 양산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반납은 양심에 맡깁니다.
양산, 얼마나 돌아왔을까요? 직접 돌아다녀 봤습니다.
대구 중구의 한 행정복지센터 앞.
하루 10개 정도의 양심 양산을 양산꽂이에 넣어두는데, 꽂혀있는 양산은 3개뿐입니다.
대구 대표 관광지인 김광석 거리에서도 양심 양산을 빌릴 수 있습니다.
우산에는 사용 후 되돌려달라는 문구가 적혀있지만, 돌아오지 않는 양산이 더 많습니다.
관리 대장에 날짜와 성별, 나이대를 적고 빌리면 되는 데 있으나 마나입니다.
관광안내소 관계자 "양산을 쓰고 저쪽으로 가버린단 말이에요. 갖다주러 또 여기까지 와야 하잖아요…바로 집으로 가지. 다른 관광안내소에 가져다 두라고 해도 귀찮게 또 가겠어요?"
근대문화예술관 계산예가 앞 관광안내소도 마찬가지.
빌려 가는 양에 비해 돌아오는 양은 적습니다.
관광안내소 관계자 "외지에서 오는 분들이 너무 많으니까 또다시 돌아오기는 힘드니까. 아마 좀 돌아오는 건 좀 적은 것 같아요."
관광안내소 직원은 있는 양산을 모두 내놓으면 다 사라질까 조금씩 채워둔다고 말했습니다.
양심 양산 4년째 회수율 0%
군위를 제외한 대구 곳곳에 새로 사서 비치한 양심 양산은 2023년에만 7,300개.
9,300여 만 원의 예산이 들었습니다.
대구 달성군은 2020년부터 양산을 해마다 200개씩 배부해 왔는데, 그동안 단 한 개도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유동 인구가 많은 범어역에도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이 2021년부터 양심 양산을 뒀습니다.
2023년에는 90개를 빌려줬지만, 몽땅 사라졌습니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북구도 2023년 회수율은 43%에 그칩니다.
일부 구·군은 시민의 양심에 달린 것이라며 회수 현황을 관리하고 있지 않습니다.
대구시, 2024년 양심 양산 사업 안 한다
대구시는 어떨까요?
2023년 양산 2,300개를 나눠주고 280개만 돌려받았습니다.
회수율 12.17%.
양심 양산 대여 사업은 그대로 멈췄습니다.
취재진은 여러 차례 대구시에 '왜 2024년은 양심 양산 대여 사업을 안 하냐?'라고 물었지만, '내부 사정'이라는 말뿐 자세한 답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양산 630개는 보관 중입니다.
폭염 속에 누군가에게는 정말 필요한 '양심 양산'이 버려진 양심에 사라질 위기에 놓였습니다.